사나운 야성,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상태바
사나운 야성,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 리처드 레인(Richard Land)
  • 승인 2020.06.1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람보르기니 차들은 하이브리드 혹은 다운사이징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 최신의 드롭톱 모델은 그 모든 것에서 장엄할 정도로 자유롭다

전 지구적인 아젠다에서 슈퍼카가 높은 순위에 랭크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이 점은 그 어느 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오토카>의 행성에서만큼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특히 ‘스파이더ʼ란 점에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우선, 우라칸은 람보르기니 자연흡기 V10 엔진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에보’(EVO)버전으로의 업데이트는 무르익은 모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머지않아 모델 변경이 이뤄지게 될 때, 서랍 속의 좀약처럼 그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델의 엔진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동차 엔진 중 하나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카본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한 경우와 혹은 그렇지 않은 경우(이 경우가 그렇다), 오픈톱 슈퍼카의 루프 때문에 발생하는 역동성의 차이가 있다. 때문에 카본 모노코크 바디를 선호하는 경우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나타난다. 

만약 밀레니엄 이후 람보르기니에서 가장 원초적이며 유능하면서 입이 쩍 벌어지게 하는 차를 꼽고자 한다면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가 바로 그 모델이 될 것이다. 

 

10개의 실린더가 8500rpm에서 내뿜는 청각적 폭풍은 말 그대로 수 마일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에보 스파이더는 우라칸 LP610-4 스파이더와 비교했을 때,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개선됐음’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퍼포만테에 적용됐던 경이로운 V10 5.2L 엔진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리프트 양이 늘어난 새로운 티타늄 밸브와 재설계된 흡기 매니폴드를 달았다. 

시스템 전반에 있어서는 후면 차체를 통해 두 개의 배럴을 직접 연결해 폭발하는 듯한 배기음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절정에 이른다. 실제로 이 차는 그야말로 감동이 뚝뚝 떨어진다. 극단적인 각도로 배치된 윈드 스크린은 정말이지 특별하다. 

자 그럼, 우라칸 스파이더의 제원은 어떨까. 최고출력 631마력과 61.24kg·m의 최대토크는 각각 29마력과 4.28kg·m가 향상된 수치이며, 최고시속은 약 1.6km가 상승한 325km, 0→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3.3초에서 3.1초로 줄어들었다. 

파괴적인 수준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보장되는 수치다. 시속 200km에 도달하는데 759마력의 V12 엔진을 얹고 람보르기니의 오픈톱 슈퍼카 중에서도 가장 미친 모델로 꼽히는 아벤타도르 SVJ 로드스터보다 겨우 0.5초 뒤질 뿐이다. 당연하게도 요구되는 가격 또한 약 2만 파운드(약 3020만원)가량 상승해 21만8000파운드(약 3억2918만원)까지 올라갔지만, ‘RWD’ 뒷바퀴굴림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가격은 약 18만4000파운드(약 2억7784만원)로 떨어질 것이다. 

캔버스 루프를 접은 스파이더는 우라칸 에보 쿠페의 뒤를 따른다. 금속 가공면에서 차체는 과거의 LP610-4만큼 깔끔하거나 시대를 초월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면모를 갖추면서 더 나은 풍동 테스트 수치를 제공한다. 더욱 확대된 전방 흡기구는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아마 미간에 새로운 주름이 생기고 자신의 눈동자가 빠르게 깜빡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챌 것이다. 

 

운전 포지션은 여전히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큼지막한 패들은 조작의 재미가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멍을 낸 덕 테일 타입의 스포일러인데, 이는 헤드레스트 지지점에서부터 흐르는 듯 넘어가면서 이 차를 더욱 포식자답게 만들고 있다. 시승차에 적용된 아란치오 산토 컬러는 말이 필요 없는 판토마임처럼 이 차를 완성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일하게 실망스러운 점은 쿠페에서 예술적으로 노출되었던 캠 커버와 엔진이 오픈톱 루프 메커니즘의 아래로 숨겨졌다는 것이다. 

에보(Evo)로서, 새로운 스파이더 역시 람보르기니 디나미카 베이콜로 인테그라타(LDVI) 섀시를 사용한다. 이는 꽤 웅장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는 정말이지 영민한 것이다. 람보르기니에 따르면 중앙 전자 두뇌는 롤과 피치 및 요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와 함께 조향 및 스로틀 입력값을 결정한다. 예측 가능한 경우 자기 서스펜션, 후륜 조향, 토크 벡터링 및 안정성 제어의 반응과 네바퀴굴림을 위한 토크 분할 반응을 통합하여 제어한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운 8.4인치의 센터 터치스크린에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스크린은 미끈하게 보이긴 하지만, 스치듯이 바라보면 그 반응이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어딜 달리더라도 엄청난 속도를 내야할 것만 같은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이 차에서는 바람직한 수준 이상으로 스크린을 들여다보도록 강요한다. 

우리는 과거에 LDVI가 부자연스러운 방향 전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비판했다. 사실 이것의 목적은 무척 간단한 것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더 정확하게, 그리고 훨씬 더 민첩하게 자동차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에보 스파이더에서 이 점은 가장 확실하게 성공적이었다. 한 지점에서 또 다른 한 지점으로 달릴 때, 이 람보르기니에게서 벗어나려면 신형 포르쉐 911 터보 S같은 무기를 갖춰야만 할 것이다. 이 차는 엄청나게 빠르며 때때로 동물적인 느낌이 든다. 

이 점은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뜻이다. 필연적으로 쿠페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지만, 문제는 쿠페 버전 역시 라이벌로 꼽을 수 있는 맥라렌의 720S나 압도적으로 강력한 페라리의 F8 트리뷰토보다 100kg 이상 무겁다는 것이다. 쿠페 버전의 건조 중량은 1542kg으로, 스파이더는 이것보다 120kg이 더 무겁다. 반복되는 테스트와 꽤나 민감한 생물학적인 관성측량장치 없이는 쉽게 알아챌 수 없겠지만 말이다. 

 

캔버스 루프는 우라칸의 실루엣을 키우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

옆쪽으로 미끄러지듯이 차량에 탑승하면 승차감은 마치 약통에 앉아있는 것 같다. 다리 공간에 여유가 없다. 우라칸은 과거 람보르기니의 다른 많은 미드 엔진 차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처럼 운전자 공간은 뒷전이었다. 우라칸 스파이더의 경우 방화벽이 쿠페보다 훨씬 앞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특히나 더 그렇다.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스포츠 시트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지만, 이 차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여전히 키 큰 운전자라면 두피가 캔버스 루프 톱에 닿고, 허벅지가 바닥면이 평평한 스티어링 휠의 아래쪽을 문지르고 있는 장면을, 2020년 현재에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은 용서받기 어렵다. 쿠페 버전은 이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또 그렇다고 딱히 넉넉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는 평점을 깎기 이전에 쿠페로는 따라올 수 없는 기발한 속임수를 쓴다. 여기엔 엔진의 밸브 작동음과 배기음을 실내로 유입시켜줄 수 있도록 아래로 내릴 수 있는 작은 후면 스크린이 있다. 이것은 실제로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진정한 ‘파이프-인’ 엔진 노이즈를 제공한다. 날씨가 어떻든 간에 언제든지 스크린을 내려놓고 달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루프 톱을 내리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으며, 최고시속 50km에서도 전자유압식 메커니즘으로 작동되어 완전히 열리는 데는 17초가 걸린다. 

자, 이제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여러분의 일방적인 관심을 받을 준비가 끝났다. 우리가 아직 달려보지 않은 V12 6.5L 엔진을 얹은 타르가 톱의 페라리 812GTS는 제쳐두더라도, 이 람보르기니의 V10 엔진처럼 완전히 날것이자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정밀한 엔진을 갖고 있는 차는 확실히 비교대상이 없다. 또한, 터보와의 비교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된다. 61.24kg·m에 달하는 최대토크의 70%가 겨우 1000rpm에서부터 발휘되므로, 만약 당신이 4단 기어를 넣고 시속 50km 제한 구간을 빠져나오면서 핫 해치들을 기억 저편으로 날려 보내고 싶다면, 이 차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렇게 해낼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지켜줄 수 없어 미안한 소음은 그야말로 다른 영역의 것이다. 뭔가 원초적인 것에 가깝다. 크랭크샤프트는 회전 한계인 8500rpm까지 돌아간다. 그 부근이 가장 매력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내겠지만 3000~6000rpm에서는 기막힌 근육질의 울부짖음을 즐기기 좋다. 그건 마치 초음파처럼 주변을 감싸 스며든다. ‘V10 엔진을 보다 가깝게 즐기기 위해서 스파이더의 인체공학을 참아낼 만한 가치가 있는가?’하는 질문은 전혀 진지한 것이 아니다.  

 

덕 테일 스포일러와 선명한 주름은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직접적인 경쟁 브랜드가 맥라렌과 페라리가 된다면, 영광스러운 사운드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야만 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람보르기니가 어떻게 노면 위에서 오프 캠버와 자잘한 연속 요철 구간에서 편차없이 코너링을 완성해 나가는가 하는 것에 있다. 포트홀이 위쪽을 벗겨낸 차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동을 전달할 순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쿠페에서 느꼈던 정도의 강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또한 출력 전달에 있어서 예측 가능한 선형적인 특징과 구동되고 있는 프론트 액슬 사이에서 LDVI에서 판독된 값이 가용한 토크의 1/5 미만일 때 발휘되는 트랙션은 투지가 넘친다.  

마찬가지로 후륜 조향장치가 토크 벡터링과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아마도 속도에 대응하는 조향 랙에 있어서 여전히 모호한 부분도 있다. 깔끔하고 획일적으로 그려내는 곡선에서 코너링을 완성하는 무언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차량의 전면부 끝부분은 코너의 정점을 공략하기에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쩌면 이런 점이 이 차의 극단적인 성격에 더 잘 맞을지도 모르지만, 스티어링의 초기 반응성은 이진법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역시 엄청나게 강력하지만 터치 오버서브 방식으로 작동되기에 그 리듬을 안정시키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부드러운 단계인 스트라다로 댐퍼를 세팅하더라도 여전히 정신 사나우며, 경쟁 모델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프론트 액슬의 호사스러움은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720S 스파이더, 또는 F8 트리뷰토 스파이더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실제로 직접 다뤄보면 이들은 서로 무척이나 다른 차량들이다. 람보르기니는 순수함과 뉘앙스가 맥라렌보다 부족한 편이다. 또 핸들링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페라리와 차이가 있다. 그저 V10 엔진이 바퀴 아래에서 일으키는 회오리바람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도록 드라마틱한 성능을 더욱 강조할 뿐이다. 이러한 우선 순위들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람보르기니가 제공하는 중독성 넘치는 게임에서 우라칸 스파이더를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50년 후,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계 최고로 평가되는 미술 및 디자인 박물관: 역주)이 또 다른 자동차 회고전을 시작한다면, 생 아가타(람보르기니 공장이 위치한 이탈리아의 지명: 역주)에서는 이 아란치오 산토 컬러의 테스트 차량에 덮인 먼지를 걷어내야만 할 것이다. 길들여졌지만 여전히 야성적인 특성이라는 지우기 힘든 먼지 말이다. 이 점이말로 현대의 람보르기니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의 컨버터블 혈통

람보르기니를 마음껏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루프를 열고 신선한 바람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스파이더가 브랜드의 주요 요소 중 하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초기의 컨버터블 람보르기니는 카로체리아 투어링이 1965년에 두 종류의 차체를 만들어 비자리니 엔진을 얹은 350 GT 스파이더였다. 뒤를 이은 미우라 로드스터는 더 드물었다. 베르톤이 만든 시제품(사진)은 1969년의 국제 납-아연 연구회의에서 유일하게 판매된 경량 금속 모델이었다. 350과 미우라 모두 시리즈로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람보르기니가 실루엣을 죽인 1981년 미우라의 원오프 모델인 SVJ 스파이더가 등장했는데, 시리즈 최초의 하드톱 모델이었다.

다행이도, 아무도 목 잘린 카운타크의 구조적 경직성(혹은 유동성)과 싸울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람보르기니는 결코 그것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5년 디아블로 VT 로드스터가 등장했을 때 이러한 이유로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었다. 무르시엘라고와 가야르도 이후, 모든 미드십 엔진 람보르기니는 컨버터블 옵션을 함께 선보였다. 그리고 다른 모든 세대들처럼 형제 모델인 쿠페의 역학을 모방하는데 보다 가까워졌다. 이 우라칸 에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LAMBORGHINI HURACAN EVO SPYDER

가격    21만8137파운드(약 3억2938만 원)
엔진    V10, 5204cc, 가솔린
최고출력    640마력/8000rpm
최대토크    61.2kg·m/6500rpm
변속기    7단 DCT
무게    1542kg
0→시속 100km 가속    3.1초
최고시속    325km
연비    7.0km/L
CO2, 세율    WLTP 인증 중
라이벌    페라리 F8 스파이더, 맥라렌 720S 스파이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