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로켓, JCW 클럽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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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로켓, JCW 클럽맨
  • 최주식
  • 승인 2020.05.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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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는 동그랗기 때문에 굴러간다. 단순한 진리에서 출발하는 동그라미, 원의 힘은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는 동양 정신과 맥이 닿는다. 동그라미는 미니의 디자인 큐이자 엠블럼에서 드러나는 상징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니 클럽맨은 네모난 창이 더해진다. 그야말로 도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양쪽으로 문을 연다. 밴에서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승용에서는 독특한 구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미니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이라면 전혀 어색한 일은 아니다. 지금보다 차체가 훨씬 작았던 시절 미니는, 그 작은 체구로 상상할 수 있는 온갖 형태의 차를 다 만들었다. 

네모난 도어는 운전하는 동안 룸미러로 뒤를 바라볼 때 T자형 창 모양으로 내내 인식된다. 처음엔 좀 신경 쓰이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그건 어쩌면 미니 클럽맨을 타고 있다는, 운전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한다. 등받이 조절도 마찬가지. 이런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게 미니를 타는 자세일 것이다. 미니의 감성을 즐기지 못할 바에야 애당초 미니에 접근하지 않는 게 낫다. 미니는 미니의 감성으로 바라볼 때만이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난다. 

동그란 계기판 가운데 속도계는 시속 200km부터 모터스포츠 깃발이 새겨진다. 굳이 시속 200에 도달하지 않아도 레이싱 감성을 일깨워주는 기제다. 이쯤에서 오늘 만나는 미니 클럽맨이 JCW, 즉 모터스포츠 선구자 존 쿠퍼(John Cooper)의 튜닝 프로그램이 적용된 차임을 상기시켜 보자. 계기판 왼쪽으로 초승달처럼 붙어있는 타코미터는 6000 이후 빗살무늬로 여유를 주고 6500부터 굵게 붉은 레드존을 표시한다. 

 

출시 전부터 신형 미니 JCW 클럽맨은 306마력이라는 최고출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존 모델 대비 출력이 자그마치 75마력이나 상승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작은 엔진에서 두 개의 터보는 환상적인 호흡으로 터보랙이 발생하는 시점을 게 눈 감추듯 한다. 끊김 없는 가속은 로켓 같은 추진력을 얻는다. 로켓 같은 가속에 위화감이 없다는 게 미니의 특징이다. 그저 한 몸처럼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최대토크는 45.9kg.m으로 두둑한 지갑처럼 1750rpm부터 끄집어내 4500rpm까지 마음껏 쓸 수 있다. 이렇듯 가공할만한 신형 4기통 2.0L JCW 트윈터보 엔진은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매칭해 0→시속 100km 가속 4.9초의 성능을 낸다. 

기어레버는 동그라미 아닌 네모. 네모는 트렁크 도어, A-필러에 붙은 하만 카돈 스피커(작지만 강한 사운드가 미니의 철학을 공유한다)에서도 드러나는데 네모지만 모서리가 각지지 않고 부드러운 처리다. 기어 레버 앞에 컵홀더와 수납함이 자리한다. 미니답게 수납함도 작은데 기어레버를 다루는데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심플한 구성이다. 

 

기어레버는 마치 수문을 여는 장치처럼 손에 잡힌다. 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한 단 한 단 아래위로 문을 열었다 닫을 수 있다. 두 단을 연거푸 움직여도 따라오는 반응 속도는 빠르다. 손끝으로 조절하는 패들 시프트는 사이즈가 좀 작은듯해도 다루는데 문제는 없다. 반응 역시 빠르다. 

대단한 출력의 소유자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rpm은 2000 주변부에서 논다. 고속도로 제한속도에서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실으면 3000~4000대로 솟구치지만 이내 2000 아래로 복귀한다. 물론 마음먹으면 5000 이상도 순식간에 도달한다.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구간이 5000~6250rpm 구간인데 도달하기 그리 어려운건 아니다. 하지만 그걸 오래 유지하기는 어렵다.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말이다. 

 

rpm을 끌어올리는 재미는 비단 속도뿐 아니라 사운드의 상승에도 있다. 로켓 같은 직선 달리기의 감각적인 재미는 사운드와 어우러질 때 배가 된다. 공차무게 1640kg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는 강력한 엔진을 품고 거침없이 내달린다. 가속에 힘을 실으면 토크 스티어가 나타나듯 움찔하기도 하지만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직선으로 나아간다. 안정적인 접지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네바퀴굴림의 몫이다. 그럼에도 통통 튀는 느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동그라미 속에 동그라미. 스티어링 휠 안에 미니 로고가 줄어드는 4개의 날개로 자리한다. 오른쪽에 오디오 조절, 음성, 전화 버튼류도 모두 동그라미. 왼쪽으로 크루즈컨트롤 버튼이 있는데 작동했을 때 어댑티브 방식이 아닌 점은 좀 아쉽다. 동그란 AVN 디스플레이 안에 창은 가로로 표시된다. 팝업식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작은 사이즈로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정보 표시는 잘 되어 있다. 메뉴에서 설정, 디스플레이로 들어가 헤드업 디스플레이 밝기와 높이를 조절한다. 

 

동그라미 아래 동그라미. 에어컨 조절 로터리식 다이얼 3개가 중심을 이룬다. 그 아래 버튼. 그 아래 토글 스위치가 나란히 자리하며 가운데 시동 스위치 오른쪽에 주행 모드 스위치가 있다. 불을 켜듯 스포츠, 미드(균형 세팅), 그린 세 가지를 선택한다. 그린 존은 제한속도와 탄력주행 등을 직접 세팅할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이는 운전의 미니멀리즘이다. 

콘솔박스를 열면 스마트폰 거치대가 나온다. 어, 옛날 방식인가 싶지만 요즘 사이즈가 큰 폰도 딱 맞게 들어간다. 게다가 무선 충전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블루투스를 연결해놓고 커버를 닫으면 이제 잠시 스마트폰은 잊어도 좋다. 컵홀더에 어지럽게 걸쳐둘 필요가 없다는 얘기. 콘솔 아래쪽 클립을 잡고 들어 올리면 소소한 수납공간이 나온다.

 

도어포켓은 꽤 넓다. 센터 터널 쪽 수납공간이 작은 것을 보완해준다. 도어에 부메랑 곡선은 평소 카본 패턴으로 스포티함을 담당하지만 야간 주행에선 조명이 들어와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뒷좌석 공간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막상 앉아보면 넓진 않지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무릎 공간이 여유 있는 것은 앞좌석 등 뒤를 움푹 파이게 한 디자인 덕분이다. 상단이 튀어나오지만 헤드 부분이 위로 갈수록 좁아져서 앞 시트와 시트 사이가 무척 넓다. 그 사이로 보는 시야가 앞좌석에서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뒷좌석용 송풍구 아래엔 C-타입 USB 포트 2개를 마련했다. 도어핸들 아래 속이 비치는 스피커가 넓게 자리하고 앞과 마찬가지로 도어포켓이 넓다. 선루프는 클럽맨 도어처럼 가운데 바를 중심으로 두 개의 창이 있다. 앞쪽은 유리가 열리고 뒷좌석 루프는 차양만 열리지만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공평하다. 뒷좌석 시트는 확실히 앞좌석보다 높은 극장식 구조로 옆 창이나 앞 시야를 모두 넓혀준다. 헤드룸도 그다지 좁지 않다. 시트는 앞좌석처럼 견고한 느낌. 견고한 달리기에 어울리는 견고한 시트다. 안락하기보다 단단하게 보호받는 느낌을 준다.

 

클럽맨 도어는 사용하다보면 그 재미에 빠지는 매력이 있다. 마치 냉장고 문 한쪽을 열고 사용하는 것처럼 짐을 넣고 꺼내는 소소한 재미. 확실히 다른 차에 없는, 개성 있는 차를 타는 남다른 재미다. 다만 도어는 꽤 묵직해서 힘주어 쾅 닫아야 한다. 만약 확실히 닫히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도어를 열고 내릴 때 뒷문도 따라 열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오랜만에 타본 미니다. 우선 달라진 느낌은 장거리 주행도 할 만 하다는 것. 미니에 대해 오랫동안 가져온 고정관념 중 하나는 운전재미는 뛰어나지만 장거리를 달리기에 승차감이 불편하다는 것. 그런 인식은 이제 깨졌다. 시트는 여전히 단단한 것이지만 하체의 유연성이 놀랄 만큼 달라졌다. 통통 튀는 느낌 속에서도 속도의 널뛰기를 받아주는 차분함이 있다. 그리고 경계를 넘어서면 그 모든 수식어는 사라진다. 일단 로켓이 발사되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바라보는 일 뿐. 그럼 미니 로켓은? 로켓 탄 사람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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