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로켓, 자나렐리 디자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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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로켓, 자나렐리 디자인 원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20.04.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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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렐리 디자인 원이 1960년대 디자인과 자신만만한 제원을 내세워 영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그런 자신감을 달릴 때에도 느낄 수 있을까?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확인해 본다
디자인 원은 탄소섬유 패널이 기본이지만, 차체 전체를 탄소섬유로 만든 것으로 주문할 수 있다. 1만2702파운드(약 195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면 차 무게는 40kg이나 가벼워진다

자나렐리 디자인 원(Jannarelly Design-1)에 관해 여러분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무척 비좁아서, 차에 오르기 어려운데다가 내리기는 훨씬 더 어렵다. 계기는 파악하기 어렵다. 침수된 도로를 달린다면 발이 젖을 수 있다. 그리고 스티어링 잠김 기능은 형편없다. 한 가지 반전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자.

자나렐리 디자인 원은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디자이너인 안토니 자나렐리(Anthony Jannarelly)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가 W-모터스(W-Motors)를 통해 선보인 작업으로는 놀랄만큼 매력 있는 페니어 슈퍼스포트(Fenyr SuperSport)와 라이칸 하이퍼스포트(Lykan Hypersport) 등이 있다. 그가 디자인 원 작업을 시작한 것은 5년쯤 전으로, 생산 계획은 없었다.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면서, 그는 보트 제조업자 프레데릭 쥐요(Frederic Juillot)와 의기투합해 지금까지 20여 대를 만들었고 70대가 넘는 주문이 남아 있다. 그는 499대를 만들고 중단할 예정인데, 이후 기사에서 따로 다루겠지만 그가 좀 더 큰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원은 현재 영국에서 공식 판매되고 있으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모델의 기본 값은 8만5000파운드(약 1억3040만 원)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산뜻한 새 웹사이트가 있는 딜러가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곳에서는 로드스터 모델을 살 수 있지만, 7600파운드(약 1170만 원)를 더 내면 알맞은 스패너가 있어 누구든지 몇 분 안에 탈부착할 수 있는 탈착식 탄소섬유 하드톱을 추가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과격함을 원한다면, 앞 유리를 떼어내고 2000파운드(약 310만 원)짜리 얇은 바람막이 유리 한 장으로 교체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한 탑승 공간은 자동차의 성격과 일치한다

차는 생김새처럼 더 단순했던 과거의 차들을 연상케 할 만큼 기본에 충실하고, 차체 안에 담겨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속을 들여다보면, 철제 파이프 스페이스 프레임과 자연흡기 V6 가솔린 엔진, 수동변속기, 선택사항인 차동제한 디퍼렌셜, 네 바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확인할 수 있고, 구동력 제어장치가 선택사항으로 마련되기는 하지만 에어백과 ABS는 없다. 엔진과 6단 변속기, 나머지 기계적 하드웨어는 대부분 닛산 것을 가져왔다.

자나렐리는 그 결과물을 케이터햄과 코브라의 중간쯤 된다고 설명하는데, 그보다 더 나은 설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성 면에서는 복고풍임을 능청스럽게 드러내지만 신뢰성 면에서는 완전히 현대적 개념의 차로, 가볍고(850kg이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몰기에 재미있지만 실용적인 면도 있어 에어컨, USB 포트, 정말 아주 넓은 적재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 차를 취향에 맞춰 조절하는 방법도 좋다. 세 가지 차체 스타일 뿐 아니라 서스펜션이 모두 조절식이라는 사실도 그렇고, 자신 만의 좌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페달 박스 위치를 비롯해 더 많은 조절이 가능하다.

시승차는 지붕이 있고, 키가 193cm인 내가 앉아도 머리 공간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페달은 훨씬 더 멀리 옮겨 놓고 싶다. 한동안 내가 몰아본 차들 가운데 앞 유리가 얼굴에 가장 가까운 탓에, 자리에 앉으면 아주 딱 맞는 느낌이다. 시야는 좋고 평범한 스위치들은 알맞게 놓여 있지만, 계기는 읽기에 까다롭다. 내가 보기엔 이런 차에는 단순하고 또렷한 계기들을 적당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고 화려한 원형 계기들보다는, 복고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망치더라도 고해상도 스크린 하나를 다는 것이 나아 보인다.

 

조금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길로 들어서, 우선 느린 속도로 달리면서 이런 느낌을 주는 다른 차가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탄탄하기는 해도, 승차감은 내가 몰아본 모건(Morgan) 전부와 비교해도 훨씬 더 세련되지만, (에리얼 아톰은 예외) 케이터햄 세븐만큼 깃털처럼 빠르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이따금 몰곤 했던 TVR보다도 훨씬 일체감이 크지만, 로터스만큼 간담이 서늘한 능수능란함은 없다. 나름의 입지를 찾은 느낌인데, 케이터햄 21이 그런 자리를 차지했다면 살아남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길이 탁 트이고, 시간에 쫓기는 만큼 서두를 때가 되었다. 엔진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미국, 중국, 중동에서 많이 팔린 닛산 맥시마 세단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벼운 차에 막힘없는 배기 시스템과 극도로 정교한 변속기를 결합한 이상, 정말 대단한 실력을 보여준다. 액셀러레이터를 조금만 밟으면 무척 조용한 엔진은 세게 밟는 순간 돌변해, 경주를 마치고 나온 1960년대 페라리 V12 엔진 같은 느낌을 준다. 차는 꽤 차분한 편으로, 스프링 탄성률과 미드엔진 구성 덕분에 젖은 노면에서도 탁월한 접지력으로 앞을 향해 돌진한다.

 

V6 엔진(위쪽)이 차량 중앙에 위치해 빠른 속도를 보장한다

이런 조건에서 잠깐 몰아보는 것만으로 차가 움직이는 특성을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무게를 통제하는 특성과 파워 스티어링 없는 스티어링의 정확성과 느낌, (마찬가지로 배력장치가 없는) 브레이크의 작동 특성은 디자인 원이 자동차 디자이너가 허세 부리기 위해 만든 차보다는 제대로 설계한 고성능 차 쪽에 훨씬 가깝다는 것을 드러낸다. 8만5000파운드 값어치를 하는지는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출시와 함께 나온 다섯 대의 차들은 유니언 잭 깃발 무늬가 있는 탄소섬유 엔진 커버와 측면 공기배출구를 더해 각각 11만5549파운드(약 1억7720만 원)에 팔린다.

디자인 원이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발휘한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빠르고, 멋지고, 솔직하고, 기본에 충실한 경량 스포츠카에 실제로 사용하고 싶어질 만큼 충분한 실용성을  갖췄다. 자극 없고, 하나같이 비슷하고, 둥글둥글한 모습을 갖춘 고성능 크로스오버와 SUV가 넘쳐나는 시대에 반갑고 시의적절한 해독제라 하겠다. 

 

진행 중인 대단한 계획

자나렐리의 계획은 디자인 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머지않아 V8 엔진을 얹어 완전히 다른 수준의 성능을 낼 더 크고 더 편안하며 더 강력하고 더 비싼 디자인 투가 나올 예정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만 - 내가 본 차의 렌더링은 놀라왔다 - 안소니 자나렐리는 이렇게 덧붙여 이야기했다. "디자인 원이 우리에게 코브라 같은 차라고 한다면, 디자인 투는 GT40 같은 차가 될 겁니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그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슈퍼카 세계에서 존경받는 새 CEO와 함께 발표될 것이다. 두바이보다 자동차 만들기로 훨씬 더 잘 알려진 지역으로 본사를 옮긴다는 것은, 자나렐리가 과거에 그리 많이 들을 수 없었던 이름일지는 몰라도 미래에는 훨씬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다.

자나렐리 DESIGN-1

가격    8만5000파운드        (약 1억3040만 원)
판매여부    현재 구입 가능
엔진    V6, 3498cc, 가솔린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37.7kg·m
변속기    6단 수동
무게    850kg
0→시속 100km 가속    3.9초
최고시속    217.3km(제한)
연비    na
CO2    na
라이벌    로터스 에보라 GT410, 모건 플러스 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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