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제네시스 GV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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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않은, 제네시스 GV80
  • 최주식
  • 승인 2020.02.20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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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은 새롭기는 하지만 낯설지 않다.
주행 성능도 익숙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낯설게 하기’는 긴장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 기법인데,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이를 응용한 지 오래되었다. 특별한 것도 없으면서 부분변경 모델을 끊임없이 내놓는 자동차회사 또한 이 ‘낯설게 하기’ 수법에 다름 아니다. 신제품은 곧 기존 제품을 진부하고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인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예전 제품이(적어도 디자인만큼은) 나았던 경우가 적지 않다. 자동차뿐 아니라 아이폰이라든지 그런 예는 무수히 많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SUV GV80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근데 베일을 벗었다고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 그래서 익숙해진 측면도 있지만 디자인 자체에서 ‘낯설게 하기’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낯설게 하기’ 수법을 쓰지 않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브랜드 첫 SUV이자 처음 만나는 신차인데 전혀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이미 오래된 모델을 만나는 기분이다. 아무튼 뒷바퀴굴림 기반의 대형 SUV GV80은 국산차로 처음 등장하는 럭셔리 SUV이며 볼륨이 커진 세계 프리미엄 SUV 시장에 처음 데뷔하는 모델이다. 모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제네시스 GV80 신차발표회 겸 시승회는 1월 15일 킨텍스에서 열렸다. 현대차 이원희 사장은 환영사에서 “2015년 럭셔리 브랜드로 탄생한 제네시스는 세단 라인업을 완성하며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로 거듭났다.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은 기존 SUV와 차별화된 디자인, 첨단 안전 장비를 대거 탑재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디자인이 곧 브랜드”라며 코카콜라, 아디다스 등 아이코닉한 디자인 브랜드를 언급하며 “제네시스의 디자인 특징은 곧 2개의 라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서 등장한 이상엽 디자인 센터장은 “여러분, 이제 제네시스는 두 줄입니다”며 포르쉐 911이 동그란 라운드 램프로 디자인의 레거시를 만들었다면 앞으로 두 줄은 제네시스의 강력한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내의 디테일은 익숙하지만 전체적으로 새롭다

2개의 라인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그리고 측면 이미지, 실내에서도 기본 라인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다. 차체 옆선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메이커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에 대해 ‘파라볼릭 라인’이라며 차체의 볼륨감과 역동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글쎄, 2개의 라인, 즉 두 줄이 직선인지 곡선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좀 더 또렷한 상징이지 않을까. 기본적인 두 줄은 직선인 것 같은데 왜 사이드라인은 포물선을 그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포물선이 보기 안 좋다는 게 아니라 두 줄이 갖는 상징의 해석 내지는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다. 

실내는 우선 전면부 중앙을 직선으로 쭉 뻗어나가는 송풍구 디자인을 통해 두 줄의 상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공간적으로 확실히 시원함을 준다. 그런데 낯설지 않다. 테슬라에서 먼저 써먹은 기법이기 때문이다.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14.5인치로 무척 크다. BMW의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매우 크다는 것으로 낯설게 했다. 아래쪽의 통합 컨트롤러는 손글씨를 입력할 수 있다. BMW에도 이 기능이 있지만 한글 인식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국산차의 장점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다루기 쉬운 조작 버튼 역시 현대기아차 계열의 장점으로 꼽힌다.

발표회 시간이 끝나고 킨텍스를 출발해 송도 경원재까지 50km 구간을 달려보았다. GV80은 우선 직렬 6기통 3.0L 278마력 디젤엔진 모델만 먼저 선보였다. 추후 가솔린 2.5L와 3.5L 터보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3.0 디젤엔진은 역시 토크가 좋은(최대토크 60.0kg·m) 특성만큼 초기 가속이 쉽게 이루어진다. 큰 덩치를 이끄는 데 전혀 무리는 없어 보인다. 디젤치고는 조용하다는 것도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겠다. 현대차가 처녀 개발했다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이 어떻게 작용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깜짝 놀랄 만큼 조용한 것 같지는 않다. 22인치 대형 휠에서 들려오는 로드 노이즈까지 완전히 잡지는 못했다. 

 

초기 가속이 좋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앞 노면상황을 미리 읽고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을 연상시킨다. 승차감이 좋게 느껴지는 데는 시트도 한 몫 한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주며 차체 움직임에 변화가 있을 때 옆구리가 부풀어 올라 자세를 잡아준다.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켜면 동그란 계기판 한쪽에 후방 모습이 나타나는 것 또한 이미 여러 브랜드에서 선보인 것이다. 다른 차에서 경험했을 때도 내게는 유용하지 않았다. 이건 여전히 낯설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은 점선 구간에서 깜박이를 켜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해주고 시속 20km 이하 정체 상황에서 끼어드는 차에 대응하는 등 기존보다 더 똑똑해졌다. 좋은 변화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새롭다. 근데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최근 도로의 나들목을 보면 바닥에 굵은 선을 표시해 목적지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 이게 내비게이션 화면 위에 계속 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속도와 방향까지 표시해주므로 익숙해지면 편리할 것 같다.

GV80 3.0 디젤의 가격은 6580만 원부터 시작한다. 근데 옵션 가격이 만만치 않다. 기본 5인승에서 7인승이면 100만 원 추가, AWD를 고르면 350만 원이 추가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건 이제부터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 하이테크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등 퍼퓰러 패키지가 630만 원이다. 파노라마 선루프(140만 원)는 개별 옵션이고 그밖에 패키지 옵션이 세분화된다. 아무튼 새로운 첨단기술의 세례를 듬뿍 받기 위해서는 8천만 원 이상 각오해야 한다. 이 정도 가격은 국산차로 새롭기는 하지만 옵션질(?)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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