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반자로 듬직한, 포드 뉴 익스플로러
상태바
여행 동반자로 듬직한, 포드 뉴 익스플로러
  • 최주식
  • 승인 2020.02.11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뜨기 전 포구의 아침은 고요했다. 익스플로러는 큰 걸음을 성큼 내디디며 포구에 들어섰지만 주변을 깨울 만큼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았다. 확실히 신형 익스플로러는 차 안에서나 밖에서나 한층 조용해진 느낌이다. 

‘어느 동쪽에서나 해는 뜨건만…’ 이라고 이생진 시인은 노래했지만 해를 꼭 동쪽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해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가 몇몇 알려져 있다. 이곳은 그중 하나인 서천 마량포구. 이른 시간, 마량에 온 까닭은 일출 사진을 신년호 지면에 담기 위해서다. 그 동반자가 6세대 포드 익스플로러. 서해안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잇는 여정에서 편안하고 여유 있는 힘으로 순항했다. 여행갈 때 왜 SUV가 좋은지, 그것도 대형 SUV가 좋은지 잘 말해주는 모델이다.

익스플로러는 근래 수입 대형 SUV 판매 1위를 차지해왔다. 북미 출시에 이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내놓은 이유일 것이다. 현대 팰리세이드가 등장하면서 전선이 확장된 탓도 있지 않을까.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의 선택지가 넓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익스플로러의 인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가성비인데, 이번 신형은 5990만 원으로 6천만 원을 넘기지 않으려 고심한 흔적이다. 

9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가 이뤄진 만큼 많은 부분이 새롭다. 무엇보다 후륜구동 기반의 4WD로 플랫폼이 바뀌었다. 오버행이 짧아지면서 휠베이스가 늘어나고 차체도 살짝 낮아졌다. 엔진은 같은 2.3L 가솔린 기준으로 최고출력 274마력에서 304마력으로, 최대토크 41.5kg·m에서 42.9kg·m으로 높아졌다. 토크보다 출력 향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 연비도 7.9km/L에서 8.9km/L로 개선되었다. 더불어 7가지 주행 모드의 지형 관리 시스템을 갖춰 어디나 갈 수 있는 전천후 주행성능을 내세운다. 이렇게 궂은날 낯설고 먼 길을 함께 가기에 듬직해 보인다.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일기예보가 꽤 높은 강수 확률을 예고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틀리기를 바랐다. 미리 촬영 일정을 맞추다 보면 마음대로 안되는 게 날씨다. 어쨌든 조용한 포구의 아침, 루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 그러고 보니 루프의 유리 면적이 상당히 넓다. 그만큼 개방감이 크다는 얘기. 이런 효과는 뒷좌석 승객에게도 크게 다가온다. 2열은 무릎 공간이 여유 있고 한쪽 시트를 접어 3열로 드나들기 쉽다. 3열 시트는 어른이 앉기에는 좁지만 아이들이 탈 만한 공간은 나온다. 또한 3열 시트는 뒤에서 파워 버튼으로 간단히 접고 펼 수 있어 짐을 실을 때 요긴하다. 2열 시트도 완전히 접을 수 있어 적재 공간이 넓어지고 다양한 시트 베리에이션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익스플로러는 덩치가 크다. 웬만한 주차장 선은 꽉 채운다. 주차할 때 고개를 내밀고 뒤를 보기에 편하진 않지만 360도 뷰 모니터가 도움을 준다. 움직임도 유연해서 좁은 골목길을 잘 빠져나온다. 그리고 큰길에선 물 만난 고기가 된다.

대형 SUV에 기대하는 것은 대형이란 단어가 주는 넉넉함, 수납공간도 널찍널찍하고 모든 게 넉넉하다는 풍성함에 있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 싣는 힘만큼 반응은 빠르게 전해온다. 무게중심이 그다지 높지 않아 가속에서 들뜬 느낌이 없고, 추월차선이나 코너에서 출렁거림도 적다. 단지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상당히 안정적이라는게 이전 세대보다 확연히 나아진 점이다. 

실내 역시 대형 SUV답게 센터페시아 아래 큼직한 수납공간이 있고 콘솔 박스 용량도 크다. 요즘 차는 대부분 이런 공간들이 좀 작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위치는 콘솔 박스 앞에 비스듬히 세우는 타입이다. 공간 활용성에서 새롭기는 하지만 손으로 놓고 꺼내는 동작이 편리하지는 않다. 달리면서 앞으로 쓰러질 염려도 있어 보이지만 과격한 운전이 아니라면 괜찮다.

기어 레버 가운데 M을 누르면 수동 변속 모드이고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패들 시프트는 손끝이 닿기에 좀 멀다. 드라이브 모드는 3가지가 늘어나 총 7가지. 다양한 지형에 대응하는 것은 좋지만 한 다이얼로 다루기에 직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모드 선택 확인도 계기판을 통해야 한다. 오프로드 모드는 따로 구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8인치 터치스크린은 차체 크기에 비해 좀 작아 보인다.

스티어링 휠 그립이나 시트 질감은 아쉬움이 있다. 더 이상의 고급감을 기대하는 것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조금 무리일까. 기본적으로 대중차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비 오는 날씨에 장거리를 달린 경험을 비춰보면 포드 익스플로러는 가족여행용으로 적합한 차다. 연비도 8.4km/L 정도로 나와 공인연비에 근접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빠르게 잘 작동했으며 차선유지, 레인 센터링 기능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스포츠 유틸리티라는 SUV 공식에 충실하다. 잘 달리고 다양한 기능을 갖췄으며 조금 거칠게 다루어도 다 받아주는 넉넉함이 있다. 여행을 함께 가보면 익스플로러의 진가가 좀 더 드러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