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보낸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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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보낸 2박3일
  • 최주식
  • 승인 2008.08.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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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보낸 2박3일의 단상.

푸동 공항 터미널에서 피렐리 피켓을 든 안내인을 만나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 여전히 낡은 폭스바겐 산타나 택시가 가득하고 현대 쏘나타 택시도 적지 않은 수가 눈에 띄었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자기부상열차가 쏜살 같이 지나가는 기묘한 풍경에 시선을 보내는 순간, 신호도 없이 갑자기 끼어든 차(심지어는 대형트럭까지도)들로 가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시내에 들어서도 이해하기 힘든 유턴과 신호등이 의미 없는 차들과 사람들의 힘겨루기는 아연했다. 우리도 얼마 전까지 저랬을까.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스카이라인이 상징하듯 개발과 발전의 속도는 빠르기만 하다. 그만큼 성장의 그늘도 깊을지 모르지만. 짝퉁 마티즈가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를 활보하고, 거리에 나서면 짝퉁 명품시계를 사라고 소매를 끄는 거간꾼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우리보다 자동차 역사가 일천한데도 F1 경기장은 벌써 만들었고, 이미 F1 캘린더에 상하이가 포함된 지 몇 해다. 상하이 F1 경기장에 가서 발견한 것은 바로 그러한 저력, 힘이었다. 내면 없는 성장의 그늘이 불편하긴 해도 무시할 수 없는 힘, 그것이 오늘의 중국이 아닐까. 그리고 그 힘이야말로 나머지(불편한 진실)를 무력화시키는 게 오늘날 국제사회란 괴물이므로.

<좋은 생각>류의 짧은 글들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철봉은 하나도 할 줄 몰라요. 그런데 시험보기 전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속으로 세 번 외치고 나니 3개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억에는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긍정의 힘은 때로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자동차회사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언제부터인가 수입차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직접적인 비교시승회를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맞붙어서는 분명히 국산차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시승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적어도 그러한 의아함은 사라졌다. 점점 “그래, 한번 해볼 만 하겠군”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학습효과일까?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실제 국산차의 품질 및 기술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의 룰이 공정한가 하는 것. 비교시승회에 가보면 국산차는 갓 나온 새차인 반면 경쟁상대로 데려온 수입차는 이미 상당한 적산거리계를 기록한 렌터카이다. 대략적인 비교는 가능하겠지만 엄정한 비교테스트에서는 서로의 조건을 균등하게 맞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의도와 결론은 항상 같지는 않은 법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릴 만큼 뜨거웠던 7월, 자동차업계는 그래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대 쏘나타가 코너링 때 안전성을 크게 높인 AGCS(주행안정성 제어시스템) 기술을 새로 적용했고, 쌍용은 액티언 등 2009년 모델을 젊은 분위기의 클럽파티에서 선보였다. 르노삼성 역시 2009년형 모델 이어(year)에서 QM5 휘발유 2WD 씨티 모델을 더해 고유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입차로는 BMW X6, 폭스바겐 티구안, 인피니티 FX가 화려한 론칭 무대를 열고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 사브는 한정 모델인 터보 X 모델을 선보였고, 포르쉐 튜너 겜발라 코리아는 6억~8억원짜리 애벌렌치 시즌2를 공개했다.    

이 달의 커버 스토리는 역대 최강의 핫해치 포커스 RS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와 궁극의 재규어 XKR-S, 미니의 대항마이자 알파로메오의 기대주 미토, 포르쉐 신형 911 PDK, 조금은 수상한(?) 머신 KTM X-Bow, 국내 최초의 슈퍼카라 할 수 있는 스피라도 독자 여러분들을 향해 달려간다. 다치지 않도록. 또 하나. 10년째 CBS 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진행하고 있는 신지혜 아나운서가 이 달부터 본지에 ‘영화와 자동차’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매일 아침 11시, 93.9MHz에 채널을 맞추시길···

월간 오토카 코리아 2008.8월호 편집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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