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K7 PREMI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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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K7 PREMIER 3.0
  • 최주식
  • 승인 2019.08.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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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관 모두의 변화. 부분 변경 모델로는 기대 이상을 보여준다

‘프리미어’와 ‘프리미엄’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리미어는 최고 또는 처음을 나타낼 때, 프리미엄은 대상은 그대로지만 거기에 더해진 가치라는 의미다. ‘월드 프리미어’라는 용어에서 보듯 프리미어가 갖는 무게감이 더 크다. 큰 틀에서 보면 두 단어의 쓰임은 분명히 격이 다르다. 하지만 자주 혼용되어 쓰이다보니 헷갈리기도 한다. 기아는 2세대 K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며 프리미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이라는 뜻은 아닐테니 동급 최고라는 의미일 듯하다. 과연 어울리는 이름일까?

2세대가 나온 지 3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K7 변화는 페이스리프트보다 마이너체인지에 가깝다. 디자인은 물론 파워트레인까지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엔진 라인업은 2.2 디젤과 2.4 하이브리드, 2.5 가솔린, 3.0 가솔린, 3.0 LPi 등 총 다섯 가지다. 이중 눈여겨 볼 것은 기아차에 처음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2.5 GDi 198마력 엔진. 기통당 직접분사(GDi)와 간접분사(MPI) 두 종류의 연료분사 인젝터를 적용해 운전 조건에 따라 분사 방식을 달리한다. 자동 8단 변속기와 매칭해 복합연비 11.9km/L(17인치 타이어 기준)를 내는데, 이는 기존 2.4 가솔린 모델(11.2km/L)보다 향상된 수치다.

사실 2.5 가솔린이 궁금하긴 했지만 시승차는 V6 3.0 266마력 가솔린 모델이 준비되었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 이루어지는 시승행사에서는 성능 높은 모델이 좋은 인상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3.0 가솔린 모델에는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가 적용된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시승은 파주출판단지에서 남양주시의 스튜디오 담까지 편도 84km 구간을 다녀오는 코스다.

3.0 GDI는 여유있는 힘으로 부드럽게 도로와 어울린다

달라진 앞모습은 확대된 프런트 그릴이 포인트. 무게중심이 낮아 보이는 효과를 주는데 조형적인 디테일이 강조되었다. 뒷모습 역시 살짝 들떠 있던 이전과 달리 가라앉은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먼저 와 닿는 것은 부분 개선 모델에선 드문 일이다. 지난 1, 2세대 모델 출시 때보다 사전예약 대수가 더 많다는 점이 이를 반영하는 듯하다.

실내의 변화도 생각보다 크다. 센터페시아가 과감하게 일어섰고 상단 디스플레이가 커지면서 시원해졌다. 운전자를 위한 공간이 좀 더 뚜렷해지면서 계기를 다루는 직관성도 좋아졌다. 시트의 쿠션이나 소재의 질감도 나쁘지 않다. 때마침 날씨가 더운 날이어서 눈에 쉽게 띄는 통풍 시트 버튼이 반갑다. 기본적인 수납공간이나 편의장비 측면에서 수입차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3천만 원대 가격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시동과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나타난다. 출발은 가뿐하게 이뤄지며 준대형 세단다운 중후함이 묻어난다. 얼마 전 구형 K7 3.0 LPi를 운전했는데 그때 느낌과 비교해보면 다소 헐렁했던 섀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단단하다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느슨하지도 않다. 속도에 따라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적당해 편안하게 차를 이끌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다만 손아귀에 잡히는 스티어링 휠 그립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 순간 가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반 박자만 기다려주면 제법 탄탄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에 올라 웬만한 속도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불만은 없다.

무게중심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디자인 변화 때문이겠지만 실제 주행에서도 차분해진 느낌을 준다. 새로운 바디 밸브가 적용된 서스펜션, 편평비가 낮은 19인치 휠이 변화를 이끄는 일부다. 속도와 도로 환경에 따라 변하는 로드 노이즈나 풍절음도 거슬리지 않는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힘이 있고 매끈한 반응이 이어진다. 드라이브 모드 변화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사용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고, 운전의 단조로움을 줄여준다. 스포츠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좀 더 민첩해진 반응을 맛볼 수 있다. 제법 빠른 속도의 코너링도 경쾌하다.

왼쪽 속도계 자리의 원형 계기에 이따금씩 영상이 나타난다. 깜박이를 켜고 차선 변경을 시도할 때다. 후측방 모니터(BVM) 기능이다. 혼다 등에서 이미 본 기능이긴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 도움이 된다기보단 재미있는 아이템 같다. 운전할 때는 디지털 영상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눈으로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편리했고 차로유지보조(LFA) 등 흔히 ADAS라고 부르는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은 잘 작동했다.

스튜디오 담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뒷좌석에 앉았다. 공간은 여유 있고 시트는 편안했으며 소음은 적당히 억제되었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고 드러난 스키스루 구멍의 플라스틱 재질이 조악하다는 것 빼고는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준대형 세단에 기대하는 일반적인 수준은 가볍게 넘어서는 차다. 프리미어라는 단어가 너무 남용되는 느낌은 들지만, 기아가 이번 변화에 그만큼 자신감을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7 프리미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현대 그랜저일 것이다. 그랜저는 오는 11월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마 진검승부는 그때부터. 하지만 그랜저가 좀 더 젊은 분위기로 나온다면 K7 프리미어의 자리는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번 변화가 그런 포석인지도 모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쨌든 상품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 그런데 너무 그들만의 리그로 가서도 시장이 재미없지 않을까. 다른 경쟁자의 분발을 바란다. 

 

KIA K7 PREMIER 3.0 GDi
가격    3799만 원(시그니처)
크기(길이×너비×높이)    4995×1870×1470mm
휠베이스    2855mm
엔진    V6 2999cc 가솔린
최고출력    266마력/6400rpm
최대토크    31.4kg·m/5300rpm
변속기    자동 8단
연비(복합)    9.8km/L
CO₂배출량    170g/km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45/4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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