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비스트’ 속 모하비와 벤틀리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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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비스트’ 속 모하비와 벤틀리 GT
  • 신지혜
  • 승인 2019.07.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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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수 팀장. 그는 앞만 보고 달린다. 나쁜 일을 저지른 범인을 잡고자 하는 욕망만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운 목표다. 그런 그이기에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민태 팀장. 그도 앞만 보고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열정이 혹시 무고한 용의자를 만들어내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 역시 범인을 잡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두 사람은 옛 파트너이자 라이벌. 지금은 각자의 팀을 꾸려 이끌고 있는 팀장들이다. 투톱인 그들은 사건현장에 달려가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를 펼쳐 범인을 잡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서로 다른 방식, 서로 다른 성향이어서 때론 부딪히고 때론 서로에게 폭발하기도 한다.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가 확실한 범인인지는 모른다. 한수는 자신의 정보원이자 마약브로커인 춘배로부터 알리바이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한수는 범인에 대한 큰 정보를 얻는다. 


영화 <비스트>는 흥미로운 얼개를 가지고 있다. 경찰이 주인공이기에 범인을 잡는 것이 당연히 최종 목표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한 라인을 그려내고 있지 않다. 굵직한 서사가 주저 없이 흘러가는 동안 제2, 제3의 서사가 와서 붙는다. 이야기는 점차 깊어지고 관계도는 점차 흥미로워진다. 


그 속에서 구심점인 한수를 중심으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원심력을 가지고 한수 주위를 돌면서 에너지를 뿜어낸다. 자칫 얽혀있는 인물들의 서사가 주의를 흩어버릴 수도 있지만 <비스트>는 단단하게 스스로의 서사를 붙들고 있다. 

 

정한수 팀장의 차는 기아 모하비. 단단하고 강인한 모습,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릴 듯한 이미지가 정한수와 닮아 있다. 모하비는 한수와 항상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모하비가 목격하고 경험한 것이 많다. 모하비는 한수의 파트너인 종찬을 함께 태우고 다닌다. 한수를 존경하고 한수를 믿는 종찬처럼 모하비 역시 종찬을 쉽게 받아들였고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종찬의 죽음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모하비는 한수의 그런 조력자이다.


모하비는 또한 춘배를 태운다. 도무지 무슨 꿍꿍이인지 알지 못한 채 춘배를 태운 한수는 위기에 빠지고 그 순간 함께 했던 것은 모하비뿐이다. 모하비는 그렇게 사건의 목격자, 진실을 알고 있는 오브제로 남게 된다. 


춘배의 차는 벤틀리 GT. 종잡을 수 없고 정신없이 굴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눈치를 보는 춘배. 중요한 것을 손에 쥔 채 때론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하고 때론 단서가 되기도 하는 춘배.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독특하게 꾸민 외모의 춘배. 그 춘배는 자동차 역시 자신처럼 현란하고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눈에 뜨이는 명품차.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벤틀리 GT가 아닌 차. 벤틀리의 본질과 동떨어진 느낌으로 채운 차. 눈에 뜨이고 싶어 안달난 듯 보이는 춘배와 그의 차는 그 아이러니함으로 인해 묘한 긴장감과 함께 이리 저리 꺾이고 붙는 서사와 일면 닮아있다. 


경찰과 마약브로커, 은폐와 그 대가, 알리바이와 이득, 믿음과 배신, 애정과 증오가 섞인 한수와 춘배처럼 모하비와 벤틀리 GT는 상반되면서도 어딘가 비슷한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남긴다. 


<비스트>는 원작 <오르페브르 36번가>와는 분명히 다른 질감과 결, 미장센으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이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촘촘하게 짜여가는 이야기 속에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받쳐주며 인물들의 진하고 강한 캐릭터를 몇 가지 사건 속에 풀어 넣으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정한수 팀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이다.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엄청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데, 실제로 촬영 중에 눈의 실핏줄이 터진 것이 그대로 영상에 담겨 있을 정도다. 연기가 아닌 진짜 한수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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