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와 사브,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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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와 사브, 부활할 수 있을까?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1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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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와 사브는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웨덴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재정비되어야만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을 가리켜 ‘푼키스(funkis)’라는 말로 표현한다. 어쨌든 스웨덴의 모더니즘은 절대로 독일의 모더니즘만큼 드물거나 산업 중심적이지 않다. 바우하우스 운동이 철제 파이프를 구부려 의자를 만들었던 것과 달리, 스웨덴 사람들은 목재를 구부려 의자를 만들었다. 푼키스는 항상 환경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고 기계미학적 모더니즘에 충실한 독일식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었다.

스웨덴과 독일 차들에도 똑같은 방식의 흐름이 담겨 왔음은 분명하다. 볼보와 사브는 수십 년 동안 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주안점을 두어왔다. 1927년에 설립된 볼보는 안전기술 대부분의 바탕을 다져왔고 3점식 안전벨트에서 오늘날의 보행자 회피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혁신적 기술을 개발했다. 사브는 그 접근방식에 있어 스스로는 물론 볼보도 ‘현실 세계에서의’ 안전이라 부르는 분야에서 볼보를 바짝 쫓아왔다. 두 회사는 그들의 차가 관련된 현지에서의 사고 조사에 내부 조사관들을 활용하는 정책을 갖고 있다.

두 회사는(특히 사브가) 또한 특히 환경개선의 관점에서 조용히 그들의 엔진 기술을 혁신해왔다. 1990년대 중반에 사브는 독자적인 트라이오닉(Trionic) 엔진 제어기술과 직접점화장치를 단 9000을 런던에서 시연했는데, 이 엔진은 배기구 밖으로 나오는 가스가 엔진으로 흡입되는 공기보다 더 청정해지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 2000년에 볼보는 지표면 상의 오존을 산소로 변환시키는 라디에이터의 코팅인 프리메어(Premair)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모든 사려 깊고 인간중심적인 기술과 주의 깊은 브랜드 이미지의 형성은 프리미엄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브와 볼보의 입지를 지켜주었어야 했다. 사실, 지난 20년 간 환경과 관련된 정치적 논의의 전면에서 스웨덴 메이커들은 상황에 어울릴 만큼 더 나은 자본력을 갖추지 못했다.

실제로 두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찾아온 것은 성공이 아니라 위기였고,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가 엄청나게 성장한 지난 15년 동안 자본 확보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사브는 파산 위기에 처했고, 볼보는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이후 모기업인 포드로부터 떨려났다. 스웨덴은 스웨덴 자동차 산업이 벽에 부딪히는 모습과 중국 자동차 산업이 사브의 뼈대(중국은 사브의 달갑지 않은 플랫폼과 엔진들을 사들였다)를 가져가고 볼보를 통째로 집어 삼키는 모습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그렇다면 공격적이고 강력함으로 무장한 BMW와 아우디와 같은 독일 차들이 100만대 넘게 차를 파는 호황을 누리는 동안 스웨덴 메이커들은 실패를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볼보는 한때 연간 40만대 판매를 넘보기도 했지만 사브의 판매는 연간 13만대를 넘은 적이 전혀 없었고, 예상했던 60만대 판매는 실현되지 못했다. 프리미엄 제품의 세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사브와 볼보는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들 각자의 이미지는 그들이 매료시킨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볼보 C30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리라 여겨졌다. 작고 세련될 뿐 아니라 비좁은 미니보다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 실제로는 C30의 판매는 상승세를 타지도 못했다. 영국 볼보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스타일에 이끌려 볼보 매장을 방문한 가망 고객들은 차를 시승해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구입은 못하겠네요. 볼보 차라서’

XC90으로 꽤 성공을 거둔 볼보로서는 1992년 850 출시와 함께 새롭게 거듭났음에도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이미지가 여전히 확고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충격이었다. 볼보는 여전히 각진 왜건과 교외 주말농장 및 건전한 생활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잠재적 고객들은 여전히 이웃 사람들에게 그들이 볼보를 산 이유를 설명하기를 두려워했다. 사브 역시 고유의 전통적인 개성으로 호평을 얻었음에도 많은 새로운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데 실패했다. 볼보와 마찬가지로 사브는 고유의 이미지를 키우며 예외적인 성공을 거둔 컨버터블이 있었다. 하지만 900과 9-3 컨버터블의 폭넓은 인식은 라인업의 나머지 모델들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브는 차들이 무겁고 이상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2003년에 9-3 ‘스포츠 세단’을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고전적인 해치백 형식을 버리고 소형 3박스 세단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돌파구가 되지는 못했다.

이제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주인이 경영권을 손에 넣자마자 새로운 차들을 출시했다. 볼보는 가장 든든한 자리를 잡았다. 새 주인인 지리(Geely)는 자금이 풍부할 뿐 아니라 간섭주의 정부를 등에 업고 있다. 볼보의 움직임은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0 시리즈 라인업(베스트셀러인 XC60을 포함해)은 현대적인 중형 가족용 차 시장을 위한 강력하고 스포티한 라인업이 될 것이다. S80은 중국 시장에 맞게 더 호화로운 벤츠 스타일의 세단으로 변화할 듯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간이 더 커질 차세대 V70을 기본으로 돌아가 적재능력에 주안점을 둘 지, 아니면 고급 왜건으로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40/50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소형 크로스오버 출시가 예상된다.

사브는 상대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대규모 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2012년까지 버틸 수 있는 6억 유로(약 9천280억원)의 현금밖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소진되면 사브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브는 또한 거의 모든 미래 모델들로 파생될 독자적인 고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부분의 구성요소들은 협력업체들의 제품을 구입하게 되고 엔진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서 가져올 것이다.

최소한의 투자로 차를 만들려는 계획은 흥미로울 만큼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사브는 아직 스스로의 입지를 재정비하기 위한 납득할 수 있는 계획을 실질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안전은 유로 NCAP 충돌 테스트 때문에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메이커들의 고려사항이 되었으며, 조만간 거의 모든 엔진들이 터보차저를 달게 될 것이고, 동급 최고 수준의 역동적 주행특성은 한 번도 사브가 추구했던 바가 아니었다. 최신 모델인 9-5는 잠재력이 있지만,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고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사브의 판매량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사브에는 결정적으로 미래에 대한 진지한 목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려 깊고 현명한 스칸디나비아 자동차 산업이 독일차에 밀려 침체된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과거의 틀에 영원히 갇혀있지 않으려면, 스웨덴 메이커들은 앞으로 푼키스와 재미를 현명하게 결합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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