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Wind, 메르세데스-AMG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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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Wind, 메르세데스-AMG GT
  • 맷 샌더스
  • 승인 2015.01.2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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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GT는 SLS의 후속 모델로서 간절히 기다려온 차다. 이번에는 메르세데스-AMG가 본질을 제대로 되찾았을까?

슈퍼카를 살 때, 중요하지만 까다롭게 작용하는 요소는 바로 확신이다. 그리고 그런 확신은 메르세데스-AMG 같은 회사와 그들이 새로 내놓은 GT 같은 차처럼 새롭게 거듭난 존재들의 관심과 존중, 보살핌 같은 것들이 세심하게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어떤 브랜드든 판매량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 제품에 수억 원의 금액을 지불하려면 대단한 확신이 필요하다. 이전에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개발한 스포츠카를 하나밖에 내놓지 않은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포르쉐나 벤틀리, 애스턴 마틴처럼 확고한 입지를 다진 브랜드 차를 빼놓고 생각하려면 단순한 믿음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처럼 많은 걸림돌에는 다른 요소들도 더해진다. 새 메르세데스-AMG GT는 앞서 나왔던 초강력 스포츠카인 SLS보다 작고 힘도 약하며 값도 더 저렴하다. 그런 점들은 슈퍼카를 사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자기만족의 과정에 흠집을 내거나 선뜻 차를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그리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거기까지는 좋다. 오랫동안 메르세데스-벤츠 튜너였던 AMG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 차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몇몇 특징과 더불어 SLS의 걸윙 도어는 사라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요소들이 빠진 자리는 매혹적인 곡선, 우아한 세부 디자인, 차체 앞쪽이 긴 비례가 채우고 있다. SLS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징이다. SLS처럼 길 가던 사람들의 발을 멈추게 하는 능력은 없을지언정, 일단 눈에 들어오면 강펀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준다.
 

이 차의 스타일링에는 성숙함과 약간의 세련미가 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주행특성에서는 같은 감각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점을 느끼기에 앞서 조금은 무신경하고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 실내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메르세데스-AMG가 자동차에서 기술, 소재 품질, 섬세한 마무리를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운전석 배치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인 화려함은 물론이고 철저한 배려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기본적인 조절장치는 알맞은 위치에 놓여 다루기 좋지만, 좌석은 약간 좁고 쿠션 길이가 짧으면서 지지력이 부족하다. 머리 공간은 좋지만 허리가 특히 긴 사람은 무릎 공간이 조금 답답할 것이다.

한편, 센터콘솔은 모든 장치들이 어린이용 페달 차에 있는 것처럼 생긴 채로 높은 트랜스미션 터널을 감싸고 있다. 그 양쪽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버튼과 스위치들은 지나치게 커서, 공간을 엄청나게 많이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기능적인 체계도 부족해 보인다. 예를 들어 시동 버튼은 오디오의 전원 버튼보다도 작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에서는 그마저도 터널 반대쪽에 놓여 있다. 기어 레버는 내비게이션 설정에 쓰는 터치패드보다도 작고 덜 두드러져 보인다. 게다가 터치패드는 완전히 쓸모가 없다. 다른 곳을 보면, 계기는 눈에 잘 들어오지만 2만 파운드(약 3천430만원)짜리 핫 해치에 달려 있는 것보다도 특별하게 생기지 않았다. 언젠가는 AMG가 실내공간을 기능적이고 분별력 있게 만드는 감각을 확실히 익히고 기본적인 것에 아주 충실해지는 날이 오겠지만, 이런 모습들로 미루어보면 그 과정에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AMG는 기계적인 각종 장비와 부품에서는 달인처럼 여겨지는 자동차 마니아 엔지니어들이 가득한 회사이고 앞으로도 줄곧 그래야 한다. 이 차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문제의 기계적인 요소들이다. 그런 요소들 가운데에는 새로 개발한 V8 4.0L 트윈 터보 엔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엔진은 앞으로 AMG 모델 전반에 쓰이게 된다. 현재 462마력과 510마력 버전이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A45 AMG에 쓰이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 두 개를 90도 각도로 붙여 크랭크샤프트를 공유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점은 그와 같은 비교만으로는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엔진 동력이 흘러나오는 곳에는 토크 튜브(비틀림을 억제하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탄소섬유 프로펠러 샤프트와 SLS에 쓰였던 것과 같은 게트락(Getrag)제 트랜스액슬 방식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개선된 버전이 있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단조 알루미늄 소재의 더블 위시본 구조이고, 가변 기어비 설정이 되어 있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 쓰인다. 그리고 모든 구성요소들은 SLS에 썼던 것에서 파생된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 형태의 상부구조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비틀림 강성은 상대적으로 더 크고 휠베이스는 SLS에 쓰인 것보다 짧다.
 

아무리 10만 파운드(약 1억7천140만원)짜리 스포츠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있다. 과정이 복잡하고 지불하려는 비용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자신이 구입한 GT의 서스펜션, 구동계, 스티어링 옵션을 세밀하게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9만 7천 파운드(약 1억6천620만원)인 GT에는 굴림 바퀴인 뒷바퀴 쪽에 단순한 기계식 차동제한 디퍼렌셜이 들어가고, 수동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스포츠 서스펜션이 쓰이며 네 바퀴에는 19인치 휠이 끼워진다. 또한 LED 헤드램프, 커맨드 온라인(COMAND ONLINE)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 조절식 스포츠 머플러와 같은 장비가 기본으로 포함된다. 기본 사항으로는 훌륭하지만, 그것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11만 파운드(약 1억8천850만원)인 GT S로 눈을 돌리면 48마력과 5.1kg·m 높아진 성능뿐 아니라 20인치로 커진 뒷바퀴 휠, 전자제어 디퍼렌셜 잠금기능, 자기유동식 적응형 댐퍼, 더 커진 앞바퀴 디스크 브레이크 등도 함께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더 뛰어난 성능에 관심이 있다면 GT S에 1천800파운드(약 310만원)인 다이내믹 플러스(Dynamic Plus) 패키지를 추가할 수 있다. 이 패키지에는 전자제어 엔진 및 변속기 마운트, 더 단단한 서스펜션, 기어비가 훨씬 더 직접적인 스티어링 랙, 캠버의 네거티브 각을 키운 앞바퀴 등이 더해진다.
 

그리고 거기에는 6천 파운드(약 1천030만원)인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타이어, 2천800파운드(약 480만원)인 부메스터(Burmester) 11스피커 오디오, 그리고 5년 전이면 SLS를 살 수 있었을 정도까지 자신이 고른 GT의 값을 간단히 올려놓을 수도 있는 수많은 개별 주문 옵션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만큼은 훨씬 더 적은 비용을 치르기가 정말 어렵겠다고 생각한다면 값은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다.

2014년 11월 중순에 있었던 언론발표 행사에서는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에 카본 브레이크를 추가한 GT S와 함께 추가된 모든 장비와 더불어 접지력이 대단한 미쉐린 타이어까지 끼운 출시 기념 모델인 에디션 1(Edition 1)을 몰 수 있었다. 두 모델 모두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것은 2015년 4월에 시작되는데, 힘이 조금 약한 GT는 그 뒤를 이어 2015년 말에 나올 예정이다.
 

우선 엔진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편으로는 엔진이 이 차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탁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SLS에 쓰인 구형 자연흡기 6.2L 엔진에 비하면 날카로움으로 가득하거나 회전한계 부근까지 열정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능력을 담고 있으면서 그런 능력을 전혀 과장되지 않게 표현한다.

이 놀라운 엔진은 경제성, 배출가스 특성, 최대 주행거리라는 세 가지 중요한 특성 면에서 모두 GT를 SLS보다 뛰어난 차로 만든다. 500마력급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는 매우 드문 혜택이지만, 500파운드(약 86만원)인 주행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시승해본 결과로는 일상적인 연비가 10km/L 가까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SLS는 85L 크기의 연료탱크를 바닥까지 비웠을 때 연비가 잘 나와 봐야 7.8km/L였다. 또한 해치백처럼 열리는 대형 적재공간을 지닌 GT와 달리 따로 분리된 트렁크가 무척 작았다.
 

시동 때, 공회전 때, 그리고 엔진회전수가 낮은 상태로 움직일 때 V8 엔진이 내는 우렁차고 굵직한 소리는 운전자의 욕구를 자극한다. 그리고 금세 이 차의 뿌리와 생김새는 물론 어떤 달리기 실력을 보여줄지에 관해 추측했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차는 SLS가 보여주었듯, 그리고 아우디 R8 V10과 포르쉐 911 터보 S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핫로드처럼 무지막지하게 질주한다. 그런데 기어는 아직 채 2단으로 넘어가지도 않은 상태다.

어떤 모드를 선택했더라도 변속기의 기능은 놀랍지만, 엔진이 제 실력을 아주 솔직하게 발휘하는 것을 곧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페달 조작감이 A45 AMG가 그랬던 것처럼 조금 부드러울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딴판이다. 고성능 모델인 GT S에서조차 엔진은 10.5:1이나 되는 압축비로 스트레스가 전혀 없이 매우 강력한 힘을 쏟아내며 작동한다. 마치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깊이 밟고 있는 것처럼, 낮은 회전수에서 토크가 밀려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2,000rpm에서도 힘은 넘쳐나고, 정확하게 만족할 만큼의 가속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반응을 보여준다. 엔진회전계의 반대편 영역으로 넘어가면, 엔진은 6,000rpm을 넘어서도 회전한계에 다가갈 때까지 강력함이 약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AMG의 구형 V8 5.5L 트윈터보 엔진이 그랬던 것처럼 회전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부드럽게 힘을 줄인다.
 

SLS로 추월하거나 커브를 빠르게 빠져나가기 위해 최대한 가속하려면 수동 모드에서 낮은 단수의 기어를 선택하거나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은 상태로 변속기가 킥다운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떤 경우에도 느린 차는 아니었지만 회전수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GT는 토크가 남아돌고, 여전히 타고난 실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SLS보다는 훨씬 더 쉽게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유지하는 감각이 자연스럽다. 달리 표현하자면, 모든 면에서 빠른 자질을 타고난 차다. 911 터보 S나 맥라렌 650S의 빠르기에는 못 미칠지언정, 차이는 아주 미미하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1번 하이웨이나, 심지어 멋진 라구나 세카 레이스트랙의 가파른 커브 같은 곳에서 그런 빠르기로 달리면 코너 몇 개만 돌아보아도 다시금 골치 아픈 확신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GT의 실질적인 달리기 성능은 전혀 의심스럽지 않다. 접지력이 헤라클레스처럼 강력할 뿐 아니라 놀라운 롤 억제 능력과 사나울 정도로 빠른 스티어링 랙 덕분에 방향 전환 때의 반응 역시 완전히 화끈하다. 값이 이 정도인 차라면, 스티어링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방향 전환 때의 감각이 좀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면 좋겠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섀시에 대한 믿음을 쌓거나 차를 믿고 따르기 시작할 만큼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은 물론, 차의 놀라운 핸들링 잠재력을 이끌어내기에도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 차의 앞부분은 거의 겁이 날 정도로 날카롭게 움직인다. AMG가 달리기 측면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공은 기본형 SLS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고속주행 안정성을 지니도록 GT를 설계한 것이다. 도로를 달릴 때 자신의 실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빨리 달릴 수 있고, 서킷에서는 훨씬 더 빨리 달릴 수 있으면서 걱정 없이 마음껏 흥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차에 있는 전자제어 주행안정장치의 레이스 모드는 탁월하다. 항상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운전하는 데 만족하는 운전자라면 조금이기는 해도 말문이 막힐 정도의 차에 대한 경외심을 안고 차에서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안전한 범위를 넘어서 GT의 핸들링 특성을 좀 더 깊이 파고들려면 아주 점잖게 다루어야 한다. SLS에서는 한계점에서 과격하게 차를 다루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대가를 분명히 치러야 했지만, 만약 더 넓은 영역에서 큰 힘을 내는 GT가 더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여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AMG는 자신들이 만든 간판 고성능 스포츠카가 쉽게 미끄러지거나 그런 자유가 가볍게 여겨야 한다고 믿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런 일들은 어찌 되었든 무척 어리석은 장난이고, 극도로 정밀하게 다루어야 하는 차들은 완전히 다루는 데 익숙해져야 더 만족스럽다고 주장할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고의로 한계를 넘도록 몰아서 GT가 접지력을 잃었을 때에는 더 집중해서 차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되지만, 겨울철에 살얼음판을 밟거나 고속으로 달릴 때 위험을 피하는 과정에서 차가 미끄러지는 경우에는 다루기 까다롭다. 차체 뒤쪽 움직임이 흐트러지는 특성은 갑작스럽고 그런 상황에서 안심하려면 인내심과 자제력이 필요하다. 애스턴 마틴 V12 밴티지 S나 재규어 F-타입 R처럼 친절하게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상황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DTM(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의 전설적인 메르세데스-AMG 팀 드라이버인 베른트 슈나이더가 아닌 이상, [오토카]에 나오는 100m 파워슬라이드를 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표현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차와 씨름하는 것은 대단히 즐거웠지만, 라구나 세카 레이스트랙 10바퀴를 도는 것으로 이 박력 넘치고 거친 차를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10바퀴는 더 돌아야 차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GT는 과연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슈퍼 스포츠카 가운데 가장 핸들링이 뛰어날까? 가장 공평한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아직 서스펜션이 덜 단단한 버전의 더 뛰어난 추종성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감히 이야기하자면 대다수 영국 도로에서는 승차감이 약간 단단할 것이다. 그러나 GT는 매우 특별한 모습과 소리를 지닌 것이 분명하고, 파워트레인은 놀랍고, 실용성과 성숙함에 있어 AMG가 중요한 영역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심장이 멈출 정도로 흥미진진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는 차다.

글 · 맷 샌더스(Matt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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