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자동차 업계를 빛낸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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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자동차 업계를 빛낸 영웅들
  • 스티브 크로플리
  • 승인 2015.01.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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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자동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누구였나?

자동차 업계는 아슬아슬하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래왔다고 이야기한다. 거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익은 낮고, 빠져들 함정이 곳곳에 널려 있다. 따라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메이커를 이끌어가려면 이익을 가져올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전문가이어야 한다. 더불어 향후 5년간 고객의 취향을 미리 내다봐야 하고, 그 욕구를 경제적으로 맞춰줘야 한다. 경쟁자를 꺾어야 하고, 점차 강화되는 자동차관련법에도 대응해야 한다. 그밖에 다른 어느 분야보다 일상적인 시험에 노출돼 있다.

자동차 업계는 위험부담이 크고,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준엄한 난관에도 자동차공학, 디자인, 관리를 비롯한 각 부문의 정상에 도전하는 인물이 잇따른다. 동시에 그 도전을 사랑하고, 그들이 만든 차를 사랑한다. 또한 그와 같은 품격이 업계의 영웅을 만든다. 여기 2014년의 높은 업적을 달성한 인물들이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표한다.
 

랄프 스페스 - 재규어 랜드로버 (JRL)

지칠 줄 모르는 랄프 스페스가 이끄는 영국 프레스티지 카 메이커 재규어 랜드로버(JLR). 랜드로버의 판매 호조로 대성공을 거둔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고집스럽던 재규어 브랜드가 F-타입의 성공에 힘입어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BMW 3시리즈를 겨냥하는 재규어의 신형 XE가 성공한다면 그보다 더 큰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스페스와 재규어 랜드로버의 성취에는 단순히 돈 이상의 무엇이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올해 영국 울버섬턴에 엔진 공장을 세웠다. 미래의 재규어와 랜드로버에 필요한 신형 하이테크 파워플랜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스페스는 사우디가 만드는 알루미늄(재규어 랜드로버의 고급 섀시에 필요한) 매입을 위한 장기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그 대가로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재규어 랜드로버는 영국 최대의 R&D 투자업체일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고학력자 구인업체로 꼽힌다. 또한 중국에 거대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방대한 잠재력을 지닌 합작파트너로 앞장서고 있다. 인도의 타타와도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에도 생산기지를 둘 계획이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메이커(아우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등 뒤에 붙어 벼룩처럼 피를 빠는 일은 관두기로 했다. 그 대신 BMW의 단골 고객마저 탐낼 첨단기술과 디자인을 살린 진지한 라이벌로 탈바꿈하고 있다. 얼마 전 재규어 랜드로버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한 해 75만대를 팔 작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모든 배후에 결연하고, 만사를 꿰뚫어보며, 자기 홍보를 싫어하는 랄프 스페스가 있다. 작고 단단한 몸매지만 차를 만드는 거인. 그는 우리 시상대 정상에 오를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 피아트 크라이슬러 (FCA)

새로 탄생한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의 총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61). 현재 자동차 산업계의 영웅으로 꼽히는 그는 놀랍게도 영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거느린 브랜드(피아트, 알파로메오, 크라이슬러와 지프)가 다른 곳만큼 영국시장을 파고들지 않아서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변할 수 없다. 마르치오네는 21세기 초반의 자동차계 쿠데타에 성공했다. 2009년 비틀거리던 미국의 거인 크라이슬러의 잠재력을 꿰뚫어 봤다. 피아트와 손잡고 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피아트도 크라이슬러 못지않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 메이커의 동맹은 파국을 가져오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몇 년 전 다임러가 비슷한 계획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마르치오네의 계획은 먹혀들었다. 2009년 이후 크라이슬러는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아울러 단호한 비용 절감 정책으로 인상적인 이익을 끌어냈다. 그 여력으로 흔들리던 피아트를 떠받쳤다. 이제 두 메이커는 하나가 됐고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본사를 영국 런던에 뒀다.

지난 12개월간 마르치오네의 실적은 급성장하고 있다. 그룹 내 각 사업 분야의 5개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크라이슬러의 시장점유율을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자동차전문 주간지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크라이슬러는 지난 5년간 계속 판매량을 늘려왔다. 미국에서는 혼다를 제치고 토요타에 육박하고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 푸조 시트로엥 (PSA)

최고의 성취자 가운데서도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비범한 인물이다. 그는 르노에서 오랜 세월 활동하다가 2013년 중반 결별했다. 정상을 향한 그의 야망이 카를로스 곤에 의해 꺾였기 때문이다. 곤은 이미 정상에 올라 그를 누르고 있었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타바레스는 PSA 총수 필립 바랭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 이전 2년 동안 바랭은 50억 파운드(약 8조6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권력승계 과정에 바랭은 푸조에서 약 9,000명의 인원을 줄여 타바레스에게 길을 열어줬다. 프랑스 노동법 아래에서는 실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후계자 타바레스는 자기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

그가 권력을 넘겨받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타바레스의 업적은 급상승하고 있다. 몇 달 안에 그는 ‘레이스로 돌아가자’는 창의적인 회생계획에 착수했다. 그리고 비교적 소액이지만 놀랍고, 의미 있는 영업이익 560만 파운드(약 96억원)를 발표했다. 자동차 애호가로서 그의 정당한 명성이 사내에 먹혀들었다. 그 결과 지금부터 2020년까지 잘 팔리지 않는 차를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본격적인 이식 작업이 시작됐다. 타바레스는 순익을 늘리면서도 소재, 영업비와 제작비를 계속 줄여야 한다. 대다수 메이커 총수가 바라는 바이지만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타바레스는 자신이 있다. “그 레버를 올바로 사용하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 사기를 높이는 기적을 낳고 있다”
 

장 마르크 갈레스 - 로터스

사정을 잘 모른다면 로터스의 신임 CEO를 실망한 대기업 중역쯤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할 일이 없어 영국 노퍼크의 로터스를 맡았다. 5년 전 PSA의 푸조-시트로엥 총수였고, DS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은 주역이었다. DS는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 그는 자그마한 스포츠카 메이커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1,200명의 인력을 900명으로 줄여야 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나는 PSA에 좀 더 있으려고 했지만 조직에서 2인자였다. 제1인자의 경영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계약기간을 스스로 잘랐다” 갈레스의 말이다.

한동안 그는 유럽연합(EU)에서 중요하지만 계급이 낮은 직위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비교적 작은 로터스에 발탁되어 온 것이다. 확실히 그의 취향에 맞는 자리인 것만은 틀림없다. 어린 시절부터 열렬한 로터스 마니아였고, 로터스 브로셔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모아들였다. 8개월 전에 들어온 로터스 CEO 자리는 그의 꿈이라고 주장한다. “CEO는 CEO다. 다른 어떤 자리와도 바꾸지 않겠다”

갈레스의 로터스 회생계획은 오랫동안 나온 어떤 것보다 합리적이고 신뢰를 얻고 있다. 로터스가 무엇이며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열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로터스는 신차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러나 로터스의 장점인 경량+저가에 파워 강화로 확실히 경영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 갈레스는 이런 방식으로 2015년 한 해 동안 약 3,000대를 팔 수 있고, 그 뒤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사태가 훨씬 안정되면 로터스는 프로톤 플랫폼을 이용하여 ‘4도어 모델’을 만들 작정이다. 그 모델은 스포티 SUV로 한 해 최고 1만대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갈레스가 도달하고 싶은 수준이다. 로터스에 좋은 시절은 잘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앤디 코웰 - 메르세데스 AMG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

2014 시즌에 F1 서킷을 휩쓴 메르세데스의 막강 하이브리드 F1 파워플랜트. 그 걸작을 만든 기술전문업체가 영국 노스앤츠에 본거를 둔 메르세데스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스다. 이곳의 전무 앤드 코월이 메르세데스팀의 초기 승리를 “눈부신 놀라움”이라고 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심지어 낙승을 거듭한 뒤에도 시즌을 앞둔 연습기간에 맛본 팽팽한 긴장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그 소중한 엔진이 페라리와 르노에 맞서 어떤 전과를 거둘지 알 수 없었다. “3대 엔진이 있었고, 서로 무척 달랐다. 물론 우리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선택이 정확했는지 장담할 없었다”

실전에서 브릭스워스 군단은 F1 사상 가장 위대한 전과를 거뒀다. 메르세데스팀은 시즌 19전 중 16승을 거뒀고, 빛바랜 2013년과는 달리 윌리엄스가 성적을 극적으로 개선하도록 도왔다. 그리고 고전하던 맥라렌(2015 시즌에는 혼다로 갈아탄다)이 굴욕을 모면하도록 뒷받침했다. 메르세데스 엔진은 라이벌보다 너무 앞섰다. 따라서 시즌의 가장 치열한 각축전은 메르세데스 팀 동료 루이스 해밀턴과 니코 로즈베르크 사이에서 벌어졌다.

메르세데스는 터보 콤프레서를 1.6L V6 엔진 블록 앞쪽에 놨다. 멀리 테일의 배기 드라이브 터빈 가까이가 아니라 유도 시스템 가까이 뒀다. 이게 승리의 핵심 비결이었다. 기존의 틀을 깨트려 터보 래그를 줄였다. 덕분에 라이벌보다 반응이 더 빨랐고, 운전하기 쉬웠다. 코월은 8~10명이 참가한 초기 회의에서 엔진을 둘러싼 중대결정과 혁명적 콘셉트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의 동료들은 코월의 리더십이 핵심요소였다고 했다.
 

앤디 파머 - 애스턴 마틴

최근 결연한 리더십이 가장 절실한 메이커가 애스턴 마틴이었다. 현대의 애스턴 건축가 울리히 베즈가 탄생 70주년을 맞아 13년 동안 지켜온 사령탑을 떠났다. 그 뒤 18개월 동안 애스턴은 표류하고 있었다. 올바른 후계자를 찾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애스턴은 전직 닛산 총수 앤디 파머를 영입했다. 큰 기대가 걸린 그가 우리 영웅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느 정도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개혁적인 리더(닛산 임기 중 GT-R과 블레이드 글라이더가 나왔다)로서의 명성이 먼저 꼽힌다. 아울러 벼랑에 몰린 로버의 폐쇄를 비롯해 영국 자동차계의 실정을 꿰뚫어보고 있다.

파머는 섣불리 이 고난의 자리를 맡을 인물이 아니다. 애스턴은 중동, 이탈리아와 독일의 다임러 주주들이 뒤얽혀 애스턴을 쥐고 있다. 먼저 이 브랜드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 회사의 재정상태(적자가 겹겹이 쌓였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를 제때 바로잡아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애스턴은 사상 최대의 투자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서둘러 참신한 제품을 내놔야 한다.

침체한 시장 역시 걱정거리다. 약 10년 전 애스턴의 한 해 판매량은 7,000대+였다. 요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고가 모델을 팔고 있고, 최고급 부품 공급업체로 메르세데스 AMG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메르세데스 총수 디터 제체는 이미 갖고 있는 애스턴 주식 4%를 더 늘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메르세데스가 애스턴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파머는 지극히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 아무튼 그는 우리가 애스턴의 사령탑에 오르기를 바랐던 ‘큰 짐승’이다. 우리는 숨을 멈추고 그를 지켜보고 있다.

그밖의 2014년을 빛낸 영웅들

울리히 하켄베르크
폭스바겐 그룹의 전설적인 기술총책 하켄베르크는 성공작인 A 세그먼트 업(up!)을 만들었다. 그 뒤 아우디로 돌아서 LA모터쇼의 새 콘셉트 프롤로그에서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았다.
 

팻 사이먼즈
세계에서 가장 노련한 F1 디자이너가 윌리엄스팀에 들어왔다. 윌리엄스는 머신을 크게 개선했고, 메르세데스 파워플랜트를 받아들었다. 이들이 어우러져 성공을 이뤘다.
 

엘런 머스크
기업계의 억만장자는 테슬라 전기차 제국의 발전 속도를 줄일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영국 판매량은 치솟고, ‘슈퍼차저’ 충전소망이 널리 뻗어나고 있다.
 

리차드 노블
불굴의 스피드왕은 이미 2개의 지상속도기록을 꿰찼다. 전례 없는 도전임에도 일생의 최대 사업인 시속 1,000마일(≒1,600km) 블러드하운드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젠슨 버튼
F1에서 15시즌을 이어달리며 정치가의 풍모를 자랑하는 노련한 그랑프리 드라이버. 불안한 맥라렌 시트를 잘 견뎌내고 시즌을 마쳤다. 이제 F1을 떠나 새 길을 찾으려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스테판 오델
포드의 유럽(중동과 아프리카 포함) CEO는 비상한 침착성과 기량을 보여줬다. 2008년 소용돌이치는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시장에서. 당시 판매급감, 기업 폐쇄와 구조재편이 잇따랐다. 이제 그는 미국으로 옮겨간다.
 

린다 잭슨
전직 시트로엥 영국 총수는 파리 본부의 브랜드 CEO로 승진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착수한 최우선 인사 대상이었다. “그녀는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가득 찼다. 게다가 진보·발전을 좋아한다” 타바레스의 찬사다.
 

토비아스 뫼르스
박력이 넘치는 AMG 총수 뫼르스는 최근에 나온 모든 AMG 모델에 깊숙이 관여했다. 어느 차에나 예리한 실용성을 주입했다. 신형 A45가 그 브랜드의 폭을 잘 보여줬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자리를 떠난 페라리 회장은 유명한 브랜드를 수호한 공적으로 큰 존경을 받을 만하다. 그는 페라리 모델과 레이싱팀이 다 같이 빈약했던 1990년대 초에 일을 시작했고, 그 뒤 둘 모두를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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