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상태바
안녕,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 마크 티쇼
  • 승인 2014.04.04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이크로버스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폭스바겐의 타입 2가 2013년 12월 31일, 완전히 단종됐다.
<오토카>의 마크 티쇼(Mark Tisshaw)가 브라질에서 타입 2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1949년을 떠올려보자. 세계는 여전히 어려웠다. 영국은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도 가솔린과 육류 등 몇 가지 생필품을 여전히 배급제로 유지해야 했다. 소련과 미국? 그들이 인류의 존망을 건 냉전을 시작할 때다. 독일은 분단됐고 서독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 국가 재건에 총력을 기울였다.

따라서 서독은 자동차산업을 비롯하여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부흥계획을 힘차게 추진했다. 2차 세계 대전 종전과 동시에 폭스바겐은 영국군 지배하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국 자동차 메이커 중 폭스바겐을 인수하려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조잡하고 상업상 타당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 따라서 폭스바겐의 소유권은 서독정부와 소재지인 니더작센 주정부에 돌아갔다.

이후 폭스바겐 경영진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생존을 위해 유일한 모델 타입 1(비틀)을 넘어 라인업 확대를 진행했다. 1949년 말 타입 2 T1이 생산라인에 들어왔다. 차체가 1톤이고 적재량이 1톤인 다목적 상용차였다. 이 차는 금세 아이콘이 됐다. 콤비, 캠퍼, 마이크로버스 등 수많은 별명이 붙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침울한 파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소를 자아낸 바로 그 차다.

이제 현재를 돌아보자. 세상은 그때와 달리 엄청나게 변했다. 영국에서 가솔린과 고기는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겉보기에는 그나마 무난하게 지내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번창하고 강력한 나라가 됐고,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 메이커를 향한 길을 착실히 가고 있다.

올해는 2014년, 하지만 지난 2013년까지는 1949년과의 연결고리가 하나 있었다. 브라질에서 타입 2를 불과 네 달 전까지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브라질에 가면 남은 신차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가격은 약 1만4천800파운드(약 2천600만원).

여전히 이 차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브라질에서 만드는 타입 2는 1967년 처음 도입된 T2 버전이다. 오리지널 타입 2 T1에 비해 좀 무거워졌지만, 뒤 서스펜션이 한층 정교해졌다. 게다가 브라질산 타입 2는 아직까지 새 차를 살 수 있는 유일한 클래식카다. 박물관에 있는 차를 새 차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일까?

때문에 클래식 9인승 T2를 시승하기 위해서 브라질을 찾았다. 브라질에서는 콤비란 이름으로 부른다. 폭스바겐 상파울루 공장에서 생산했고, 브라질과 남아메리카 시장에서 팔았다. 겉보기에는 영국에서 본 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그릴은 크고 검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

앞 3개 좌석 뒤에 있는 3석 2열로 들어가는 슬라이딩 옆문은 단 하나. 맨 뒤에는 트렁크 도어, 그 아래 엔진이 달렸다. 옛 모델에 비해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엔진이다. 1.4L 수랭식 엔진을 단다. 연료는 휘발유, 에탄올, 또는 휘발유+에탄올 복합 연료를 쓸 수 있다. 이는 브라질의 정책 상황 때문이다. 이 1.4L 엔진은 폭스바겐 폴로의 영국 시판 모델에 쓰이는 1.4L 자연흡기 엔진과 같다.

그렇다면 운전성능은 어떤가? 얼마나 객관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요즘의 본격적인 도로시승의 기준에 따르면 끔찍하다. 스티어링은 바퀴와는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줬고, 스티어링 위치도 가슴을 가르는 듯하다. 4단 수동 변속기는 정확한 느낌이 들지 않고, 차체 뒤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은 채 코너 정점에 들어가면 섬뜩한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콤비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할 차는 아니다. 주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실로 눈부신데다 정말 단순함과 실용성만으로 평가해야할 차다. 그냥 목적지는 잊어버리고 운전을 즐기며 달리고 싶은 차였다.

이 모두가 밝고 시원하고 넓은 실내로 들어갈 때 시작됐다. 운전석에 앉으면 딱 필요한 것만 있을 뿐이다. 스티어링, 기어레버, 핸드브레이크와 속도계. 이들은 각자 기괴한 특징이 있었다. 스티어링은 너무나 커서 마치 18바퀴 트럭을 조종하는 것 같다. 기어레버는 너무 길어 어린애가 태어난 뒤 몇 년 동안 키를 잴 수 있을 만했다. 핸드브레이크 동작은 도저히 풀 수 없는 퍼즐과 같았다. 그리고 속도계 안에는 콤비의 가장 현대적인 장치인 디지털 속도계가 들어있었다.

옵션? 글쎄, 뒤 윈드실드의 김서림 방지 버튼밖에 없다. 하지만 비스킷과 라이터를 넣어둘 글러브박스와 뒷좌석 6명을 위한 안전벨트를 달 수 있다. 아울러 뒷좌석에는 밑바닥 고무깔판도 달 수 있다. 하지만 음료수는 웬만해서는 가져올 필요가 없다. 글러브박스에 카스타드 크림(과자) 한 봉지를 우겨넣으면 자리가 꽉 찬다.(반 농담이다) 더불어 음악 CD도 필요 없다. CD 플레이어는커녕 라디오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멋지게 느껴진다.

현대적인 기준에 따르면 성능에 결함이 많지만, 운전방식에는 좋은 점이 있다. 힘찬 엔진은 브라질의 대가족을 실어 나르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활발했다. 승차감 역시 나긋했다. 서스펜션 유격이 아주 컸다. 브라질 도로의 큰 과속턱조차 콤비를 크게 흔들지는 못했다.

실제로 콤비와 운전성능을 비교할 다른 모델은 딱 하나가 있다. 랜드로버 디펜더. 한데 랜드로버는 규제가 훨씬 엄격해진 시장에서 한층 강력해진 규정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개선했다. 그와는 달리 브라질제 콤비는 대체로 손질을 하지 않은 그대로다. 그 덕분에 클래식의 기질이 지금까지 분명히 느껴졌다.

그러나 브라질의 새 규정 때문에 콤비는 단종을 맞았다. 어느 모델이라도 앞좌석 에어백과 ABS를 달아야 하는데, 콤비는 그렇게 하느니 신차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브라질로 날아가 콤비를 사고 싶은가? 에탄올 엔진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콤비는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로도 잘 달린다. 따라서 뒷마당에서 농사를 짓고 에탄올을 뽑아야겠다고 다짐할 필요는 없다.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다. 랜드로버는 완전 신형 디펜더를 준비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은 타입 2의 후속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인의 발이 되어주고 떠난 타입 2, 그러니까 ‘콤비’에게 작별 인사를 고할 때다. 안녕, 그간 수고 많았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