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도쿄 오토살롱] 일본 튜닝 부흥 이끄는 토요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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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도쿄 오토살롱] 일본 튜닝 부흥 이끄는 토요타 86
  • 안민희
  • 승인 2014.01.14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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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도쿄 오토살롱의 핵은 토요타 86이었다. 마치 일본 튜닝 시장의 재도약을 위한 모델과 같았다. 대부분의 튜너가 86을 선택했고, 상당한 수의 86 레이스카를 볼 수 있었다. 86은 오랜만에 등장한 신형 스포츠카다. 일본 대부분의 메이커는 그간 신규 스포츠카를 내놓지 못했다. 경제 불황 때문이다. 불황이 닥칠 때, 가장 먼저 생산을 중단하는 차종은 스포츠카다.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존재지만, 생산이 까다로운데다 수익도 크게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대다수의 스포츠카가 단종된 상황이었다. 특히, 가격대비 만족도나 튜닝이 손쉬운,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중고차를 구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려는 이들이 일본 튜닝 시장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나 다름없었다. 그 와중에 등장한 86이 튜너들에게는 단비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86의 인기는 시대 상황만이 빚어낸 것은 아니다. 튜너들을 뒷받침 해주는 토요타의 세밀한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86의 출시와 맞물릴 시점에 튜너들에게 86의 세부 정보(도면 등)를 공개했다. 귀중한 정보를 쉽게 넘긴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튜너들에게 절대적인 도움이 됐다. 도면을 바탕으로 86에 딱 맞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도면 없이 실측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지만 차를 구하고 측정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메이커가 내놓는 자료만큼 완벽하기는 어렵다.

출시 직전 86의 자료를 받은 튜너들은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튜닝 제품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었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좋은 제품을 빨리 내놓기 위해 경쟁했다. 그 덕분에86의 출시와 더불어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여러 튜닝 제품들을 비교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이는 판매에도 긍정적인 이점으로 작용했다. 86은 오너와 함께 완성된다는 것을 내세운다. 튜닝의 기반이 되는 좋은 차를 싸게 사서, 자신만의 차를 만들라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이유다. 86의 기본형 모델은 RC다. 에어컨도 없고, 범퍼 색상도 칠하지 않은 완전 기본형 모델이다. RC의 가격은 199만엔으로 상당히 싸다. 일반 모델도 값이 비싸진 않다. 3가지로 등급을 나눴고, 편의장비 및 내장재의 고급화에 따라 241만~297만엔(수동변속기 기준)이다. 원하는 대로 편의장비가 달린 차를 사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사서 달면 된다.

직접 튜닝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면, 메이커에서 직접 내놓는 튜닝카를 고를 수 있다. 86의 자매차인 스바루 BRZ TS를 고르면 된다. 스바루의 고성능 모델을 담당하는 STI에서 직접 튜닝을 한 모델이다. 가격은 366만엔부터 시작된다. 일반 모델보다는 추가로 달린 파츠만큼 비싸다. 그러나 메이커가 생각하는 지향점에 맞춰 직접 만든 차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일 소비자가 메이커의 성향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꼭 구매해야 하는 모델인 것이다.

튜닝을 위해서는 메이커에서 좋은 차를 내놓으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진정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발판이 될 좋은 차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튜너와 함께 공존할 마케팅적 접근이 필요할 때다. 우리의 유일한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는 어디쯤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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