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운전 재미, 포드 포커스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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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운전 재미, 포드 포커스 ST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19.07.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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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포드 포커스 ST 개발팀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에 재밌게 몰 수 있는 차가 되기를 원했다.
그들은 성공했을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트랙에서 리처드 레인(Richard Lane)이
그들과 동승해 280마력 핫해치가 실제로 어떤지 미리 확인해 본다

“우리가 피에스타 ST에서 배운 모든 것이 이 안에 담겨 있다.” 최신 3세대 포커스 ST의 디퍼렌셜 케이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던 레오 뢱스(Leo Roeks)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와는 달리 그는 특정한 하드웨어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포드가 앞바퀴굴림 방식으로만 나오는 차에 전자제어 차동제한 디퍼렌셜을 단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드 퍼포먼스 유럽(Ford Performance Europe) 사장인 그는 차 전체 - 올 여름 2만9495파운드(약 4411만 원)의 가격표와 함께 출시될 신형 포커스 ST - 와 자사 엔지니어들이 인기 모델 피에스타 ST의 쾌활하고 화끈하게 달리는 특성을 더 크고 세련된 구성의 차에 심어 놓은 것에 무게를 싣는다. 뢱스는 “우리에게는 DNA가 무척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는 벨기에에 있는 포드의 롬멜(Lommel) 주행시험장 정비동에 서 있다. 이곳은 포커스 ST 같은 차가 마침내 컴퓨터 스크린에서 벗어나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져 세상 빛을 본 뒤 시장으로 나가기 전 혹독한 시험을 거치는 곳이다. 

 

새 포커스 ST는 뒤 스포일러가 더 길어졌고 가운데 있던 배기구가 구형 RS처럼 한 쌍으로 바뀌었다. 
성능 수치가 여전히 절제된 수준에 머문 것은 아쉽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앞 엔진 배치는 물론, 더 강화할 필요 없는 가볍고 단단한 포드의 새 C2 플랫폼도 익숙하다. 피에스타 ST는 배기량을 줄인 3기통 엔진을 얹었지만, 그보다 윗급인 포커스 ST는 다른 길을 택했다. 앞서 3세대 포커스 RS에도 쓰였던 풀 알루미늄 합금의 4기통 터보 2.3L 에코부스트 엔진을 다시 올린 것이다. 이번에는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대신, 그와는 반대로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2.9kg·m이라는 변변찮은 수준으로 맞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새 ST는 직접적인 경쟁 모델들보다 토크가 더 크고, 중반 회전영역에 걸쳐 위압적이었던 구형 RS를 능가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낸다. 그런 점이 가속 성능에는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공식적인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7초다. 이전 세대 포커스 ST보다 약 0.8초 빠르고 뒷바퀴용 드라이브샤프트 없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수치다. 앞 차축으로 동력을 보내는 경우, 선택사항으로 7단 자동변속기를 달 수 있겠지만(최고출력 190마력인 디젤 ST 왜건에서는 불가능하다) 대다수 오너들은 6단 수동변속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듯, 포드는 엔진 성능을 낮춘 것은 물론 레브매칭과 플랫시프팅 기능을 선보이면서까지 이런 방향의 차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기본적으로, 회전한계인 6500rpm에 충분히 다가갔다면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뗄 필요가 없다.

 

포드 퍼포먼스 유럽의 레오 뢱스가 내막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에스타 ST의 본질을 훨씬 더 크고 무거운 차에 담을 수 있었을까? 본질적인 유전자의 유사성은 플랫폼 - C2 플랫폼은 기분좋은 민첩함을 담고 있는 뛰어난 플랫폼이다 - 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뢱스는 독특한 서스펜션 너클 지오메트리를 ‘무척 세부적으로’ 튜닝한 것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4S 타이어의 짜릿한 턴인 반응에 관해서도 넌지시 이야기한다. 더 폭넓게 보면, 안티롤 바가 굵어졌고, 최저지상고는 10mm 낮아졌으며, 댐핑 강성은 앞 스트럿 서스펜션이 20%, 포드의 SLA(숏 롱 암, 더블 위시본) 독립식 뒤 서스펜션이 13% 높아졌다. 모든 ST 모델에는 조절식 댐퍼도 달려 나오지만, 퍼포먼스 팩을 골랐을 때에만 노멀(Normal)과 스포트(Sport), 그리고 설정이 훨씬 더 단단해지는 트랙(Track)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곳을 보면, 스티어링 기어비는 15% 작아졌다. 총 회전수가 2회전이 되어 구형 포커스 RS보다 훨씬 더 빨라진 것이다. 뢱스가 르노 스포츠같은 뒷바퀴 조향 시스템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는 그런 시스템이 예측할 수 없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점을 덧붙여 이야기했다.

사실, 포드가 차의 본질적 느낌 면에서 달성하려고 시도한 것은 계량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른 반응과 더불어 직관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액추에이터, 기어 구성, 알고리즘 등 차의 기계 및 전자 제어장치들의 섬세한 조율에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제동, 액셀러레이터 반응, 스티어링은 작동 과정에서 제2의 본질적 특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운전자가 차의 움직임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크게 느끼는 점이 있다면 뢱스와 그의 팀의 노력은 실패한 것이다.

 

ST가 여전히 일상에서의 실용성을 중시하고 있음은 실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비선형적으로 작동하는 스티어링과 브레이크의 나쁜 점은 운전자가 빨리 지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아우토반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 알 수 있다. 매 순간 운전자의 뇌가 움직임을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는 최대한 그 부분을 선형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모든 시스템에서 마찰 수준을 최소화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분은 주행 관련 조절장치에서 무게를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불규칙한 특성만 없앴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끝나 차에 올랐다. 지금은 포드 엔지니어 몇 명과 함께 짧게 동승할 수밖에 없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 특히 운전석에 앉아 한껏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차여서 더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동승 체험으로 평가할 환경을 고르자면, 롬멜의 7번 트랙만큼 알맞은 곳도 없다. 그곳에는 2단 기어로 달려야 하는 헤어핀 커브, 3단 기어로 달려야 하는 점점 더 급해지는 포물선 커브, 구배가 반대로 된 구불구불한 구간, 시야가 가려진 언덕, 그리고 심지어 그 너머로 한두 개의 역구배 커브가 이어져 강하게 트레일 브레이킹을 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타이어 관점에서는 지옥과 같겠지만 엔지니어들은 정말 재미있을 게 틀림없고 관객에게는 큰 볼거리가 될 것이다.

동반석에서는 두 가지가 금세 돋보인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디자인이 피에스타 ST의 것에서 진화했으며 옆구리 받침이 훨씬 더 두텁고 멋진 버킷 시트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금세 이 섀시의 유연함과 쾌활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피에스타처럼, 새 포커스 ST는 자연스럽게 커브를 파고드는 느낌이고, 서스펜션은 혼다 시빅 타입 R이나 르노 스포트 메간보다 차체 움직임이 더 크면서도 다루기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트랙 7의 지름이 더 큰 커브를 달릴 때에도 기본형 1.0L 포커스조차 손쉽게 몰수 있게 만드는 우수한 균형감각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급격한 커브에서는 전자식 차동제한 디퍼렌셜이 차의 머리를 안쪽으로 파고들게 만드는 느낌이 든다. 다만 옆방향 접지력은 포드 공식 자료에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무한한 느낌은 아니다. 전부 다 쉽게 예측 가능한 것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러나 편안함과 유연함을 유지하면서 차의 특성 자체가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된다.

그곳에서 우리가 포커스 ST와 함께 하는 시간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 얘기는 이 차가 가장 빠른 앞바퀴굴림 핫해치 대열에 끼게 되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공기역학 특성이 개선된 덕분에 중간 회전영역에서는 무서울 만큼 빨라 시제차로도 아우토반에서 시속 274km를 넘겨 달릴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기술 설명을 통해 자세한 튜닝 내역을 들었다

아울러 더 개성 있고 화려한 4기통 엔진 중 하나를 얹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자. 예상컨대, 포커스 ST는 동급 다른 여러 차들보다 영국 도로를 더 경쾌하게 달릴 수 있음을 입증할 것이다.
모든 경쟁차 가운데 가장 버거운 상대는 어떤 차일까? 폭스바겐 골프 GTI는 가장 잘 팔리는 핫해치로서 여전히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진 차의 궁극적 기준으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경쟁자가 되긴 어렵다. 운전자 관점에서는 또 다른 차를 꼽을 수 있다. “시빅 타입 R은 운전자가 빨리 몰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무척 좋은 차임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뢱스가 인정하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의 팀은 자신들이 만든 차가 민첩성 관점에서 혼다보다 더 낫고, 특히 승차감은 확실히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동급 시장은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이 포드를 차체 움직임 면에서 혼다와 견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실용 속도 영역에서 더 다루기 좋고 재미있는 차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고, 실제 도로에서는 그런 점이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어떻든 간에, 곧 우리는 직접 확인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포드 GT에게서 물려받은 안티랙 시스템

새 포커스 ST에는 공식적으로 안티랙(anti-lag)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얘기하려는 것은 콜린 맥레이(Colin McRae)가 몰던 WRC 포커스에서 불꽃을 내뿜는 장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스템은 원래 일반도로용 포드 GT 슈퍼카의 액셀러레이터 반응과 엔진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것이다. 이 안티랙 프로그램은 스포트나 트랙 모드를 선택한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스로틀을 살짝 열린 상태로 유지해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계속 회전시킨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기와 연료가 섞여 연소하게 만들어, 배출가스로 작동하는 터보차저가 회전해 시스템 압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역대 포커스 ST는...

Mk1 ST170
포드 특별차 설계(SVE) 및 특별차 팀(SVT)의 협력을 통해 태어난 이 차는 코스워스(Cosworth)가 튜닝한 2.0L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의 결합을 내세웠다. 1314kg인 무게는 이어서 나온 RS보다는 무거웠지만 스티어링 감각이 매력적이어서 지금까지도 시승 기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차로 남아 있다.

 

Mk2 ST 2.5
2세대 포커스에 볼보 S40 T5에서 가져온 5기통 터보 엔진을 우겨넣은 포드의 결정은 인기로 이어졌지만, 당대 핫해치 가운데 가장 핸들링이 민첩한 차라고 할 수는 없었다. 2세대 ST는 엄청난 토크에 어울리는 존재감 있는 외모까지 겸비한, 배기량이 큰 엔진을 얹은 정속주행용 차에 가까웠다.

 

Mk3 ST
이전 세대 차들보다 세계적으로 더 큰 인기를 누린 3세대 포커스 ST는 왜건 형태 차체와 디젤 엔진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물론 르노 스포트가 내놓은 차만큼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경쟁차인 골프 GTI보다는 운전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크면서, 고맙게도 2세대 모델보다 유지비가 훨씬 더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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