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사바하
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사바하
  • 신지혜
  • 승인 2019.04.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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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 박 목사의 BMW E34- 신이시여, 어디 계시나이까

 

16년 전, 어느 여인이 쌍둥이를 출산했다. 먼저 태어난 ‘그것’은 태어나자마자 어른들에게 버림받았고 이름조차 받지 못했다. 나중에 태어난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한 쪽 다리를 쓰지 못했지만, 어른들의 동정을 받으며 ‘금화’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편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 목사’(이정재)는?자신을 돕는 ‘요셉’(이다윗)과함께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박 목사는 ‘사슴동산’에 미심쩍은 무언가가 있다고 직감하지만, 계속된 조사에도  이렇다 할 물증을 얻지 못한다.

 

 

그때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이를 쫓던 경찰과 우연히 사슴동산에서 마주친 박 목사는 이번 건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사슴동산에 대해 파고 들수록 박 목사는 사슴동산과 소녀들의 실종, 그리고 금화와 ‘그것’을 둘러싼 거대한 미스터리와 마주치게 된다. <사바하>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르영화라는 점에서 반갑다. 사실 영화(를 비롯한 모든) 콘텐츠에 담긴 이야기를 보면 이제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꾸준히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주제, 같은 소재임에도 그 주제를 어떻게 변주하는가, 디테일을 어떻게 만드는가, 그럼으로써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가에 관심이 있어서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어느 순간 비슷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영화도 트렌드를 갖게 되고, 이야기들도 비슷한 소재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만, 그것도 반복되고 지속되면 피로도가 쌓이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관객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고 신선한 장르에 눈을 돌리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장르영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을 보면 큰 모험을 하기 어려운 탓인지 장르영화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배경에서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장르영화의 장점과 재미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한국의 오컬트를 제대로 보여준 바 있다.(이 작품은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 장르영화가, 그것도 오컬트 무비가 이렇게 호응을 얻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재미와 흥미 면에서 강렬했다. 거기다 서사구조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꽤 좋은 스코어를 올렸다. <사바하>에 기대가 되는 이유다. 이제 <사바하>에 등장하는 자동차를 보자. 박 목사의 자동차는 BMW E34(5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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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리가 있거나 사회악적 요소를 품고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찾아내기 위해, 물증을 잡기 위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BMW를 몰고 전국을 누빈다. 그가 어떤 사연으로 그 일에 몰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BMW 안에서 요셉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박 목사의 행동이 일종의 구도이며, 자신이 얻고 싶은 대답을 향한 몸부림이자, 도달하고자 하는 신과의 만남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박 목사의 BMW는 말하자면 그와 구도의 길, 혹은 구원의 길을 함께 걷는 동지인 셈이다. 때로는 박 목사를 태우고, 때로는 요셉을 함께 태우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각지를 다니면서 박 목사의 신념과 의지를 받아주고 함께 한다. 어쩌면 영화의 마지막, 신을 향한 박 목사의 담담한 절규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유일한 동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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