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911은 과연 더 좋아졌을까?
신세대 911은 과연 더 좋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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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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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 911이 나왔다.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은 출시 전 초기 모델을 몰아보고 포르쉐의 상징에 이어진 전통을 모두 제대로 갖췄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과연 최고의 차가 단순히 더 좋아지기만 한 것일까?

 

이런 순간은 늘 특별하다. 그리고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순간이기도 하다. 7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핼리혜성만큼은 아니지만, 신형 911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다려진다. 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이 단어를 써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상징적인 스포츠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을 새 배우만큼이나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 공식이 변치 않으리라는 것은 당신도 익히 알고 있다. 007이 살인면허를 잃을지언정 911이 차체 뒤쪽에 놓인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포기할 일은 없을 테지만, 나머지 모든 것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과연 어떤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질까? 이전에 나는 이전 세대인 991에 대해 ‘911을 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911’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여전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외관은 911을 닮았지만 달리기는 스포티함을 세련되게 다듬은 쿠페로 만든 완벽한 기교를 부렸다.

 

 

차에 투영된 이미지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더 바랄 것 없는 경지로 911을 올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경지를 뛰어넘어, 운전하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911의 본질을 되찾았다. 그야말로 멋진 기교다.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페이스리프트 때 등장한 터보엔진은 무척 훌륭하면서도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엔진 고유의 개성을 한층 더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그 엔진은 여전히 내가 몰아본 카레라 S와 4S에 올라가 있을 뿐 아니라 출시 시점 기준으로 고를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터보차저는 더 커졌고, 제어 시스템은 새로워졌으며, 외부의 수많은 다른 변화들과 더불어 최고출력은 이전 세대 GTS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인 450마력으로 30마력 높아졌다. 그러나 수석 엔지니어인 아우구스트 아흐라이트너(August Achleitner)의 말에 따르면 나머지 부분은 최소 85%가 새로워졌다.

 

 

 세부적 특징들은 911에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는 걸 보여준다

 

그 말인즉슨, 포르쉐가 신형 992 모델에서 극적으로 다른 방향을 추구하지 않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세 가지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첫째, 판매량은 포르쉐가 팔 수 있는 SUV에 비하면 아주 작은 수준일지언정, 911은 포르쉐 그 자체이고 위협받을 수 없는 존재다. 911은 전시장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신뢰성과 진정성을 포르쉐에게 부여한다. 911 없는 포르쉐는 제임스 본드가 나오지 않는 007 시리즈다. 아무리 놀라운 배우들을 기용해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도 그것을 007 영화라고 할 수는 없는 것처럼.

 

 

둘째, 아흐라이트너라는 인물 그 자체다. 그는 솔직히 말해 무척 들쑥날쑥한 특성을 지녔던 996을 997로 훌륭하게 조율했고, 지난 18년 사이에 출시한 911 핵심 모델 개발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그러나 992가 은퇴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그의 손을 거칠 마지막 차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가 성공적인 공식을 뒤늦게 바꿀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내는 복고풍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있다

 

마지막으로, 911은 지난 30년 동안 두 세대가 한 쌍을 이루어 발전해왔다. 포르쉐는 완전히 새로운 차를 내놓은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세대의 차를 만들었다. 완전히 다른 차인 게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가까운 혈족 관계인 것이 사실이다. 964가 993의 아버지였던 것처럼 완전히 새로 만든 996 역시 997의 부모나 다름없다. 그래서 휠베이스가 같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992가 991의 갈비뼈를 떼어 만든 차라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백지상태에서부터 새로 만든 신형 911이 나오려면 2025년은 되어야 한다.

 

그쯤이면 프리미엄 스포츠카의 세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911이 둥지를 틀 영역은 전기차가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완전히 새로 만든 8단 PDK 변속기를 단 레이싱 옐로 컬러의 카레라 2S가 기다리고 있는 춥고 미끄러운 호켄하임 서킷에 들어섰다. 7단 수동 변속기는 올해 안에 나온다. 차는 훌륭해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이미 충분히 멋진 2세대 991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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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트’(Wet) 모드는 호켄하임 서킷에 가장 잘 어울렸다. 사진을 보고는 알 수 없겠지만…

 

차체와 평면을 이루는 도어 핸들은 관심을 끌기 위한 재치로 여겨지지만, 나는 44mm 넓어진 앞 트랙과 공랭식 시절의 911에 경의를 표하듯 보닛 가운데를 살짝 파놓은 것이 좋다. 다만 실내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아날로그식 중앙 엔진 회전계와 커다란 복고풍 스위치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는 TFT 스크린 속에 불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포르쉐의 실내가 너무 현대적이고 평범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약간 시간을 거슬러야겠다고 느낀 듯하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실내를 조금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든다. 그러나 기술면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거둔 듯하다. 물리적으로 보면 차체는 길고 넓어졌다. 구형의 기본형 차체는 이제 나오지 않는다. 991에서는 필요 없었던 미립자 필터로 20kg이 증가했고, 변속기 단수는 7단에서 8단으로 늘었다. 2022년에 나올 하이브리드 모델을 위해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비워두기도 했다. 추가된 요소 때문에 늘어난 무게를 생각하면 전체 무게가 크게 늘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 차는 외부 차체 패널을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든 첫 양산 911이다. 그 안에 숨겨진 구조에 쓰인 철제 구성요소의 비율이 63%에서 30%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이전 모델과 비교해 늘어난 무게는 20%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플랫폼이 새로워지고 스티어링 반응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서스펜션도 개선됐다. 앞뒤로 크기가 다른 휠이 쓰이고, 실내가 신선해졌음에도 여전히 911다운 느낌이 살아 있다.

 

카레라 S의 엔진은 구형과 같은 부품을 써서 60%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소음, 바닥에 닿을 듯 낮은 운전 자세, 계기판 가운데 놓인 엔진 회전계가 주는 시각적인 힌트가 그렇다. 하지만 선택사항인 네바퀴조향 시스템이 문제를 누그러뜨리기는 해도, 내가 느끼기에는 짧은 휠베이스가 911이 노면을 잘 읽을 수 있게 만드는데 더 큰 영향을 주는 듯하다. 911이 오랜 세월에 걸쳐 커지면서 휠베이스도 함께 길어졌지만,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는 아우디 R8 같은 지금의 경쟁차보다 짧다.

 

 

오히려 50년 전에 나온 911 S에 더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포드 카의 휠베이스가 더 길 정도다. 속도 감각이 늘 무뎌지는 트랙이지만 992는 놀랄 만큼 빠른 느낌이다. 이 차는 0→시속 100km 가속을 3.5초 만에 주파한다. 이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있어 가능했다. 라인업이 완전히 갖춰지면 전체에서 두 번째로 느린 911이 되리라는 사실을 꼭 새겨두어야 할 만큼 터무니없이 빠르게 느껴진다.

 

새로운 PDK의 기어비 구성은 저단에서는 간격이 좁으면서 고단에서는 넓고, 스포트 플러스 모드는 빠른 변속 속도가 두드러진다. 만약 GT3 RS에서 물리적 기어비를 더 좁게 바꿀 수 있다면 놀라울 것이다. 엔진은 이전보다 조용해진 듯하다. 물론 이 넓은 콘크리트 시설에서 홀로 달리는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눈과 빙판길만 없을 뿐 잠깐 햇살이 비치기는 해도 날씨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트랙 일부는 말라 있지만, 제동 구간의 노면을 가로질러 물줄기가 흐르는 다른 부분들은 홍수가 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는 것도 있다는 걸 입증한다

 

나머지 영역은 대개 젖어 있거나 습한 상태이고, 어디든 두터운 피렐리 타이어에 열기가 전혀 스며들지 않을 만큼 춥다. 그래도 왼쪽으로 굽은 커브를 시속 160km로 거칠게 몰아붙일 때 아주 든든한 느낌을 준다. 여전히 911을 상투적인 속임수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웃기에 충분할 정도다. 속도를 시속 200km까지 끌어올린 뒤 브레이크를 밟자 물이 흥건한 곳으로 접어든다. 순간적으로 스티어링이 반응하지 않는 점은 재미있지만, 아주 빠르게 접지력이 되살아나면서 차체가 움찔하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번 911에서는 ‘웨트’(wet) 모드가 첫선을 보인다. 차가 언제 노면이 젖는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다. 노면을 읽고 젖었을 때 나는 다른 소리를 감지한다. 그리고 섀시와 동력계, 주행안전 시스템을 그에 맞춰 조절한다. 다만 우리가 달릴 때는 이 멋진 기능을 작동시킬 만한 조건이었음에도, 활용해볼 만한 시간이 없었다. 코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한 바퀴를 돌고 난 뒤에는 모든 기능을 끄고 992가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내버려두었다.

 

달리기는 탁월하다. 나는 이 차의 직계 선조 모델인 2세대 991 카레라 S PDK 모델을 1년 가까이 몰았다. 핸들링이 섬세한 차였다. 그러나 적어도 위험하고 까다로운 상태의 호켄하임 서킷을 기준으로 한다면, 992는 게임의 수준을 다시 한 번 높였다. 나는 두 가지를 마음에 새겨둘 것이다. 턴인 때 언더스티어가 없는 것(앞 트랙이 넓어진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운전자가 커브를 빠져나는 방법을 선택하게 만드는 움직임이다.

 

깔끔하게 경로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뒷바퀴 구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진짜 레이서처럼 커브가 끝나기 훨씬 전부터 스티어링 휠을 끝까지 돌려서 충분히 오버스티어를 일으키거나, 액셀러레이터를 툭툭 치면서 느슨하게 차체 뒤쪽을 다른 방향으로 잡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미끄러뜨리기를 계속할 수도 있다. 일반 도로에서 확인해볼 비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로서 992 카레라 S는 이전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차라는 점이다.

 

더욱 몰기 쉽고 빠르며, 더 재미있다. 지난 56년의 역사에서 911의 존재를 중요하게 만들었던 여러 목적을 충족하는 동시에, 더욱 조용하고 편안하며 일상에서 쓰기 더 좋은 차라는 걸 입증한다면? 아흐라이트너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든 차가 최고의 차라는 사실에 뿌듯해하며 은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 도로 시승기도 기대하기 바란다. 

 

 

카레라 2가 여전히 카레라 4보다 더 재미있는 이유

 

 

나는 사람들이 드라이브샤프트가 한 쌍 더 있고, 더 느리고 연료를 많이 쓰며, 더 값비싼 911을 선택하려는 이유를 이해하려 애써왔다. 하지만 서킷에서 카레라 4S를 몰아보면 그 이유를 전혀 깨달을 수 없었다. 물론 차는 아주 훌륭하고, 조향과 구동까지 하는 앞바퀴가 스티어링 감각을 망치지 않는다. 카레라 4S에서 곧바로 카레라 S로 갈아타지 않는 한 그 차가 훨씬 더 낫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가 궁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분히 그럴만하다. 앞뒤 무게배분 비율은 최적에 더 가깝지만, 늘어난 50kg의 무게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브에서의 움직임이다. 카레라 S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즐겁게 몰 수 있는 차인 반면, 카레라 4S는 움직임을 차분하게 유지하려고 하고 운전자의 조작에 현명하게 대처한다. 움직임을 흐트러뜨리기가 S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만, 일단 오버스티어가 시작되면 통제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것을 확인했다.

 

카레라 4S를 모는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모든 주행안정 시스템을 끄고 젖은 트랙을 달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전체적으로 더 큰 그림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당신이 미국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나 특별히 가파르고 흙탕길 끝에 살고 있지 않는 한, S 모델을 골라 돈을 아끼는 쪽이 낫다는 내 고리타분한 믿음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다.

 

Porsche 911 Carrera S

가격 9만3110파운드(약 1억3600만 원)

엔진 6기통 2981cc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450마력/6500rpm

최대토크 54.1kg·m/2300rpm

변속기 8단 듀얼클러치, 뒷바퀴굴림

무게 1515kg

최고시속 307km

0→시속 100km 가속 3.5초(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연비 11.2km/L(영국 기준)

CO₂ 배출량 204g/km, 37%(영국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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