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새 생명을 얻다, 메르세데스-벤츠 300Sc
시간을 거슬러 새 생명을 얻다, 메르세데스-벤츠 300Sc
  • 최주식
  • 승인 2019.02.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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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를 풍미한 메르세데스-벤츠 300시리즈 쿠페 300Sc가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의 정통 복원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클래식 자동차의 가치는 원형 그대로를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실제 도로를 달리며 다양한 기후에 노출되는 자동차의 속성상 이게 쉽지가 않다. 더욱이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라면 말할 나위 없다. 역사성과 희소성이 높은 자동차의 경우 복원을 하는 이유다. 경복궁에 소장되어 있는 순종황제 부부의 어차(1914 다임러, 1918 캐딜락)도 정밀한 복원 작업을 거쳐 전시되고 있다. 자동차를 통해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돌아보는 것이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 관련 박물관이다. 이곳에서 1950년대를 풍미한 메르세데스-벤츠 최상급 모델 300시리즈의 쿠페 버전, 300Sc를 완벽하게 복원해 화제다. 이를 위한 박물관의 열정과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착수 기간 10년, 실제 복원 소요 기간 4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였다. 그동안 박물관에서 진행했던 12번의 복원 작업 중 가장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300S는 1952년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300의 쿠페 버전으로 1951년 파리모터쇼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개발 코드는 W188. 모델명의 S 의미는 ‘Sonderklasse’로 ‘특별품’으로 해석된다. 차량 개발 콘셉트는 ‘우아함, 편안함, 자동차의 접지력을 우선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열성팬을 위한 선물’로, 당시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개발한 수제작 자동차였다. 300S에는 쿠페,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세 가지 형태로 출시되었다. 

 

 

300Sc는 1955년에 출시된 기존 300S의 개선 모델이다. Sc에서 c의 의미는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작명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초 모델에는 모델명을 썼으나, 그 이후 해당 모델의 개선품이 나오면 b, c, d과 같이 추가로 철자를 넣어 개선품인 것을 강조하였다. 1952년에 출시된 300 세단은 1953년 300b, 1954년 300c와 같이 순차적으로 개선품이 나왔다. 하지만 소수를 위해 수제작되는 300S의 경우, 1953년 개선 모델 없이 1955년에서야 개선품이 나왔다. 이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는 300Sc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300Sc의 데뷔는 195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였다. 직렬 6기통 3.0L 엔진을 장착한 엔진은 기존 방식과 다르게 연료직접분사 방식을 도입, 기존의 150마력보다 출력이 25마력이 향상된 175마력을 발휘하였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 300SL에도 사용되었으며 경주차에도 적용되었던 엔진이다. 차량 범퍼에 “EINSPITZMOTOR’라고 로고가 박혀 있는데 이 의미는 ‘인젝션엔진’이라는 의미로 300Sc에만 사용되었다.

 

 

벤츠의 최고급 쿠페 300Sc는 위와 같은 성능 개선 및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총 3년 동안 쿠페는 98대, 카브리올레 49대, 로드스터 53대 등 총 200대만 생산되었다. 이중 카브리올레 모델은 1957년 할리우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연 클라크 케이블이 한 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낮은 생산량의 가장 큰 원인은 수제작과 높은 판매가격이었다. 또한 경쟁사인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에서 출시된 쿠페들과 같이 뛰어난 편의 시설이 없었다. 특히 경쟁사들이 제공하던 자동변속기, 파워스티어링, 에어컨 등이 제공되지 않음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그로 인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익성 악화와 수공업 과정의 비효율성을 내세워 후속 모델 없이 1958년 300Sc를 단종시켰다.

 

큼직한 스티어링 휠 안으로 시속 200km까지 표시된 계기판과 오일 압력, 냉각수 게이지 등이 보인다

 

이번에 박물관에서는 왜 메르세데스-벤츠 300Sc 쿠페를 복원하게 되었을까. 거창한 이유를 기대했지만 박물관 측이 내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여타 다른 복원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복원 업무를 통하여 자동차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그렇게 복원된 자동차를 잘 보존해서 후대에 계승하겠다는 목적이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박물관에서 직접 복원을 하는 경우는 몇 되지 않는다. 보통 부분 복원의 경우 일 년이면 되지만 완전 복원의 경우 3~4년 정도가 걸린다. 박물관은 그동안 시발자동차, 포드 모델 A, 현대 포니 등 11대를 완전 복원했다. 이번에 12번째 복원작이 탄생한 것이다.   

 

오리지널 외피를 가져와 복원한 시트는 편안했다

 

이번에 복원된 300Sc가 박물관에 반입되었을 때의 상태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노후화로 인해 외부 도장이 심하게 박리가 되었으며, 화려함의 상징인 크롬류의 부식이 매우 심했다. 특히 내부 철판 부식이 심각해 으스러지기까지 하였다. 인테리어는 가죽 및 트림류의 변색이 매우 심각했고, 엔진 및 미션도 장기간 이용 부재로 인해 시동이 간헐적으로 걸렸다. 또한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기장치는 작동되지 않는 상태여서 정상적인 자동차 운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300Sc는 특별한 모델이었다.

 

럭셔리 쿠페의 전형을 보여주는 뒷좌석

 

특히 98대만 제작된 메르세데스-벤츠 300Sc 쿠페 중에서도 선루프가 장착된 모델은 12대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높고 많은 자동차 수집가들이 원하는 모델이었던 것. 박물관에서는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역사적 가치의 인식과 함께 도전 욕구가 피어올랐다. 박물관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착수하면서 완료 기한을 설정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소장품 복원은 기한을 정하고 그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차의 경우 희소성과 역사성, 그리고 가치를 고려하여 완료 기한보다는 최상의 완성도를 만드는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드라이섬프 방식의 직렬 6기통 기계식 직분사 엔진

 

300Sc의 중요도를 고려해 정확한 복원을 진행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운영하고 있는 클래식 센터, 그리고 유수의 메르세데스-벤츠 복원 전문 업체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부품들을 복원 및 제작하였다. 그리고 필요시 기술자가 직접 독일 현지를 방문하여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다. 박물관의 김창균 책임은 복원과정을 시작하기 전 자료조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차를 분해하기 전에 먼저 이 차가 어떤 차였는지 세밀한 자료조사에 들어간다. 그래야 당시 어떤 소재와 부품을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완벽한 복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퍼에 박힌 로고는 ‘인젝션엔진’이라는 의미

 

복원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실제 복원 작업에는 엔진, 섀시, 도장, 판금, 인테리어 등의 정비전문가 5명이 달라붙었다. 모두 박물관 소속으로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이다. 먼저 차체의 녹을 제거하고 용접하며 찌그러진 곳을 펴내는 기초 작업이 시작되었다. 부식된 부분은 잘라내고 펜더 부분은 새롭게 제작했다. 보닛의 앞부분은 특히 상태가 안 좋아 용접으로 잘라내서 복원했다. 전체 도장을 하는 과정은 시간을 갖고 충분히 해야 했다. 무엇보다 판금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장하다가 판금 문제가 걸리면 다시 판금해서 도장하는 지난한 작업이 반복되었다. 시트도 오염상태가 심했다. 오리지널 당시 시트 그대로 것을 찾아 외피는 독일에서 가져왔다.

 

15인치 타이어. 휠 또한 원형 그대로다 

 

완전한 복원이란 외형만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용했던 오리지널 부품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사 하나까지도 원형 그대로를 찾았다. 당시에는 십자 나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일자 나사를 구했다. 그밖에 크롬 스위치와 계기 등 실내 부품을 찾기 위해 클래식 부품 전문 벼룩시장을 샅샅이 뒤졌다.부싱을 새로 만들고 연료탱크도 새로 제작했다. 자동차가 오래 서 있으면 연료탱크 안의 코팅이 벗겨지기 때문. 그런데 문제는 엔진이었다. 훼손이 심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박물관에서 복원한 11대는 모두 직접 엔진을 복구했지만 이번에는 불가항력이었다. 하는 수 없이 독일에 엔진 제작을 의뢰해 가져왔다.

 

이렇게 5년 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열정을 바친 결과, 실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원형 그대로의 메르세데스-벤츠 300Sc가 복원될 수 있었다. 복원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박물관 앞마당에 준비된 메르세데스-벤츠 300Sc를 만났다. 우리가 명화 앞에 서면 잠시 발이 땅에 붙은 듯 멈춰 서게 되는 것처럼, 300Sc를 처음 보는 순간도 그랬다.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 뒤로 이어지는 보닛과 또렷한 캐빈 탓에 얼핏 각진 대형 세단처럼 여겨지지만, 자세히 보면 곡선 아닌 곳이 없을 정도로 유려하게 디자인된 쿠페다. 동그란 헤드라이트로 이어지는 바퀴 위 펜더는 마치 바다를 헤엄치는 상어의 등 같다. 

 

 

박물관 측의 배려로 300Sc를 잠시 타볼 수 있었다. 직접 운전해보면 좋겠지만 힘들게 복원한 차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복원에 참여한 이민우 책임(엔진/섀시)이 스티어링 휠을 잡고 나는 동승석에 올랐다. 나무와 가죽으로 구성된 실내는 심플하지만 고급스럽다. 뒷좌석은 좁지만 앉을만해 보인다. 럭셔리 쿠페의 원형이다. 큼직한 스티어링 휠 안으로 각종 계기가 훤히 보인다. 시속 200km까지 표시된 계기판 밑으로 오일 압력, 냉각수 게이지 등이 자리하고 그 아래 각종 토글 스위치들이 나열되어 있다. 시동을 걸기 전에 그중 하나인 보조 연료펌프 스위치를 켠다.

 

보조 연료펌프에서 먼저 잔압을 만들고 난 다음 엔진에 연결된 메인 연료펌프를 작동시킨다, 시동을 건 다음 보조 연료펌프 스위치를 끄는 것으로 출발 준비를 마친다. 왼손으로 아래쪽 사이드 브레이크를 푸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기다란 컬럼식 기어를 잡아당겨 위로 밀면 1단에 들어간다. 크렁크렁한 1950년대 기계식 직분사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 소리가 차가운 겨울아침의 정적을 깼다. 박물관 경내의 짧은 구간을 달리는 것이지만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클래식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무래도 원형 그대로 복원한 300Sc의 디테일 때문일 것이다.

 

 

시트의 쿠션이 좋아서인지 승차감도 비교적 매끈하고 편안하다. 기어는 H자 형식의 4단. 따로 표시가 없어 기어를 바꿀 때 노련한 감각이 필요하다. 4단에서 시속 180km를 낼 수 있으므로 기어비가 상당히 길다. 이민우 책임은 실제 3단 기어까지만 사용해보았다고 한다. 스펙상 고속으로 달릴 수 있지만 주행 가능한 상태로 유지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300Sc를 둘러싼 차들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의 작품이다

 

요즘처럼 규제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클래식카는 표현에 거침이 없었다. 예술은 그런 자유로움에서 태어나는 것일까. 요즘 차에서 발견할 수 없는 심미적 가치와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클래식카의 덕목이고, 우리가 박물관을 찾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박물관 개관 이래 완전 복원 프로젝트로는 12번째 완성품인 메르세데스-벤츠 300Sc는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삼성화재교통박물관 포커스존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도움말 삼성화재교통박물관 정창균 책임 

 

 

<메르세데스-벤츠 300Sc>

크기 
길이×너비×높이 : 4700×1860×1510mm
휠베이스 : 2900mm
공차중량 : 1780kg

엔진
형식 : 직렬 6기통
배기량 : 2996cc 
최고출력 : 175마력(hp)/5400rpm
최대토크 : 26.0kgm/4300rpm

변속기
형식 : 수동 4단


섀시
서스펜션 앞/뒤 : 코일 스프링 / 듀얼 코일 스프링
(단일 조인트 스윙 피벗 액슬)
브레이크 앞/뒤 : 드럼 
스티어링 : 재순환볼베어링(3.75바퀴)
타이어 : 6.70 x 15”
구동방식 : RWD

성능
0→시속 100km 가속 : 14초
최고시속 : 180km


시판가격
300Sc : DM 36,500
 

 

 

<삼성화재교통박물관-자동차 역사와 꿈을 만나는 곳>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1998년 설립되어 2018년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문 박물관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교통수단과 20세기 인류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자동차 관련 유산을 수집·보존한다. 이를 후대에 전승하고,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공익에 기여한다는 목적이다.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된 1886년부터 시작된 130여 년의 자동차 역사에서 의미 있고 진귀한 자동차 60여 대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은 뷰티존, 프리미엄존, 코리안존 등 콘셉트에 따라 총 9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뮤비존은 영화 속에 등장했던 자동차를 영화 속 장면과 함께 꾸민 전시 공간이다. ‘백 투더 퓨쳐’에서 시간여행을 했던 들로리안 DMC-12, ‘허비’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동차로 나온 폭스바겐 비틀을 전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초창기 자동차는 누구나 갖거나 탈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상류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소유물이었다. 따라서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으며 때로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했다. 프리미엄존에는 이 시대를 보여주는 롤스로이스 팬텀VI, 캐딜릭 V12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누구나 선망하는 스포츠카를 모아놓은 스포츠카존에서는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와 BMW 3.0CSL 등을 만날 수 있다.

 

클래식존의 부가티 타입 38, 스터츠 베어켓 스피드스터 등의 눈부신 명작들도 빼놓지 않고 보아야 할 전시품이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50년대 중반 우리나라 최초의 양산차인 시발과 1975년 국내 최초의 독자모델 현대 포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서 자동차 액세서리와 부품, 사진, 포스터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삼성화재교통박물관은 이처럼 다양한 전시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아름다움과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고, 세계 자동차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나누는 공간이다.  한편 전문 도슨트(전시 해설가)가 박물관의 전시 주제와 역사, 문화, 디자인, 인물, 기술, 사건 등 전시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설명으로 관람객들의 시야를 높여주기도 한다. 특히 주말에는 어린이를 위한 전시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376번길 171
전화(관람문의) (031)320-9900
홈페이지  http://www.stm.or.kr
블로그  http://blog.naver.com/stm_blog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amsungTransportation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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