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F1 엔진 공급업체의 성장통
혼다, F1 엔진 공급업체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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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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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타이틀을 세 차례 차지했던 혼다가 포뮬러 원(F1)에 복귀해 모든 것을 다시 쌓아가고 있다. 제임스 앳우드(James Attwood)가 그 속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아본다

 

헝가리 그랑프리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뒤에도 헝가로링 서킷 패독은 여전히 부산하다. 대개 그랑프리 이후 팀이 짐을 싸서 집에 돌아가기까지의 일정은 트랙의 경주만큼이나 치열하지만, 헝가리에서는 다르다. 대다수 팀이 서킷에 남아 시즌 중 테스트라는 지극히 드문 일을 하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끌어 옮기거나 시험에 쓸 새 부품들을 담고 있는 상자를 풀고 있는 팀들 사이를 헤치며 패독을 걷다 보면, 깔끔하게 관리되어 꽃을 활짝 피운 작은 벚나무를 볼 수 있다. 바로 혼다 숙소 앞이다. 이것은 다소 국가 상징주의적인 면이 있다.

 

일본인들에게 ‘벚꽃’은 아름다움과 삶의 연약함을 대표하고, 부활의 상징인 동시에 덧없는 삶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숙소 안에는 더 많은 벚꽃이 있는데, 그 옆에는 상징적 주제가 놓여 있다. 식탁은 강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어 있고 구석에는 5만 년 된 카우리 목재로 만든 커피 탁자가 있다. 숙소는 매 그랑프리에 참여하는 20여 명의 혼다 엔지니어들과 여러 손님을 수용하도록 설계되었고, 전반적 분위기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팀의 초대형 숙소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혼다의 F1 숙소에는 벚꽃 장식이 눈에 띈다

 

요란한 소리의 주인공은 레드불 에너지 스테이션일 것이다. 이 숙소는 사흘 동안 시설을 쓰는 팀의 식사를 책임질 자체 음식 공급 인력과 함께 경주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고, 또 시설을 옮기기 위해 32대의 트럭을 쓸 만큼 크다. 규모의 차이는 크지만 두 숙소를 쓰는 사람들은 이제 함께 손을 잡았다. 3년 간 골치 아픈 여론 분열 속에서 맥라렌과 함께한 우여곡절이 끝나고, 올해부터 혼다는 레드불의 하위 팀인 토로 로소 팀에 동력 유닛을 공급해왔다. 내년에는 레드불 팀도 혼다 엔진을 쓸 예정이다.

 


맥라렌과 혼다의 관계는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네 명의 드라이버와 네 번의 컨스트럭터 세계 선수권 우승을 합작했다. 이런 과거의 추억들에 힘입어 2015년에 다시 만난 이들의 재결합은 대단한 기대와 반향을 일으켰다. 형편없는 성적을 남기고 2008년 말에 소심하게 F1 활동을 접은 혼다 워크스 팀의 실력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다시 만난 맥라렌 혼다는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혼다는 1.6L 터보 엔진에 MGU-K와 MGU-H로 알려진 두 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그러나 혼다가 뛰어든 2015년은 엄청나게 복잡해진 지금의 F1 파워트레인 규정이 적용된 두 번째 해였다.

 

맥라렌과 함께 한 혼다의 지난 3년은 좋지 않게 흘러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페라리, 르노가 일 년 앞서 경험을 쌓은 탓에, 혼다는 처음부터 뒤를 쫓는 위치에서 그들을 따라잡아야 했다. 맥라렌 드라이버인 페르난도 알론소(Fernando Alonso)가 수시로 무전을 통해 내뱉는 외침에서 그런 입장은 뚜렷하게 드러났다(그는 “내 평생 힘이 부족한 차로 경주를 한 적은 없었다”며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3년간의 좌절 끝에 맥라렌은 혼다가 제공하는 막대한 규모의 후원을 포기하고 다른 상대를 찾을 준비를 했다. 이에 따라 2018년 시즌에 혼다가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토로 로소뿐이었다.

 

앞서 스위스 팀 자우버와 맺은 공급 협약 거래가 무효화되기 전 경영진이 축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혼다가 과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가에 관한 의문들이 있었다. 토로 로소와의 계약은 혼다의 커다란 퇴보처럼 보였다. 12년 전에 레드불이 인수한 이후 이 이탈리아 팀은 음료업체의 ‘2군 팀’으로 운영되어 왔고, 1985년 미나르디(Minardi) 팀으로 F1에 입성한 이후 단 한 차례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뿐이다. 패독 숙소 꾸밈새에 어울리는 차분함과 조용함은 기대가 작아지면서 혼다 직원들도 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28점. 2018년에 토로 로소 혼다가 지금까지 기록한 점수. 맥라렌 혼다는 2017년 시즌 내내 30점을 올렸다

 

다나베 토요하루와의 대화에서 받은 느낌도 확실히 그랬다. 그는 혼다가 성공을 거둔 인디카(IndyCar) 엔진 프로그램에서 올해 F1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 기술 담당 이사로 일하고 있다. 토로 로소와 일하는 것이 맥라렌과 함께 하는 것보다 더 쉬운가 하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답했다. “나는 맥라렌과는 일한 경험이 없다.” 어려운 질문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답을 내놓은 뒤, 잠시 말을 멈췄던 다나베는 이렇게 덧붙였다. “(토로 로소) 섀시를 쓰는 팀과 일했던 내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그들은 무척 열려 있고…” 다시 한 번 짧은 침묵이 이어진다. “우리는 아주 자세한 부분들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런 팀과 함께 일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쉽고 편안하다.”

 


이것이 다나베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 중 맥라렌에 대한 비판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과거나 잘못된 것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혼다는 무척 복잡한 파워트레인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말을 아끼는 듯한 투로 “지금의 포뮬러 원은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 F1과는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모터스포츠와 비교하면 규정이 가장 공격적이다. 파워트레인 제조업체 관점에서 보면, 동력 유닛은 MGU-K, MGU-H, 내연기관, 배터리로 구성되고 우리는 그것을 패키지로 만들어야 한다. 각 요소는 아주 높은 수준의 제작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엔지니어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 모든 사람을 조직화해야 한다. 그것은 또 하나의 큰 도전이다.”

 

브렌던 하틀리: “우리는 완벽한 주행능력을 갖췄다”

 

다나베는 “트랙에서의 테스트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의 F1에서 시뮬레이션 작업에 역점을 두는 것이 혼다가 부족한 또 다른 영역”이라고도 지적했다. “시즌 종료 이후 테스트를 한 뒤에 첫 번째 레이스를 치르고 나면 계속해서 레이스가 이어진다. 이전 시대와 비교하면 우리에게는 트랙에서 시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시뮬레이션 작업과 공장으로부터 이루어지는 피드백을 개선해야 한다. 시뮬레이션과 트랙에서의 시험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나가기가 무척 어렵다. 우리는 아직 배우고 있다.”

 


토로 로소와 혼다의 어색해 보이는 제휴는 서킷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계약이 늦어진 탓에 하위권에 머무르긴 했지만(다나베는 따라잡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해야 했다”고 한다) 시즌 두 번째 경기인 바레인 그랑프리에서 피에르 가슬리(Pierre Gasly)가 4위라는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맥라렌과 함께 한 지난 세 시즌에서 기록했던 가장 높은 순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 뒤로 토로 로소-혼다의 성적은 오르내리기를 거듭했고, F1의 여러 팀 속에서 돋보이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가슬리는 F1의 여름 휴식기간을 앞둔 마지막 경주인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6위로 결승선을 통과, 다시 한 번 확고한 자리를 지켰다.

 

다나베(왼쪽)는 포뮬러 원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나베는 헝가리에서 얻은 결과를 ‘고무적’이라고 표현했고, 이 부분은 예선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노면이 젖어 까다로운 조건에서 가슬리와 팀 동료인 브렌던 하틀리(Brendon Hartley)는 레드불의 막스 페르스타펜(Max Verstappen)을 사이에 두고 각각 예선 6위와 8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가 혼다 엔진의 진정한 강점을 돋보이게 했다는 것이 하틀리의 말이다. “올해 첫 테스트 이후, 우리는 완벽한 주행능력을 갖췄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반응을 엔진에서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하틀리는 덧붙였다. “간단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오늘날의 F1 경주차에 쓰이는 것처럼 복잡한 파워트레인에서는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다른 팀들은 우리가 겪었던 것보다 파워트레인에 더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이 헝가리에서 정말 도움이 됐다.”

 


하틀리는 그들이 실패했다고 말하며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토로 로소 팀원 모두는 이런 상황을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 중 하나와 일대일로 일할 수 있는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그런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면만 있었다”고 반박했다. 물론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혼다의 동력 유닛이 아직 경쟁자들과 견줄 정도가 아닌 건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한 다나베의 해결책은 감탄할 만큼 단순하다. “우리는 격차를 줄이고 출력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혼다가 세운 계획이 정확히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토로 로소와의 거래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덕분에 혼다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동력 유닛을 두 개의 레드불 팀 모두에 공급한다는 것은 내년이 만만찮은 해가 되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출발 위치에 네 대의 차를 올리려면 혼다의 개발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두 배의 혜택을 얻게 된다”고 다나베는 말한다. “그러나 레드불은 경주차에 대한 철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은 두 배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압박 또한 두 배 이상이 되리라는 것은 틀림없다. 레드불은 우승을 통해 검증된 팀이고, 스타 설계자 애드리언 뉴이(Adrian Newey)와 페르스타펜 가문의 떠오르는 스타 드라이버가 조언을 할 것이며, 최근 수년간 F1에서 가장 뛰어났던 섀시를 갖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물론 지금 엔진을 공급하는 업체인 르노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압박의 수준은 32대의 트럭으로 이루어진 초대형 레드불 에너지 스테이션의 크기만큼 높을 것이다. 여전히 다나베는 오만한 예측을 쉽사리 하지 않는다. 레드불 팀에 관한 질문에 대해 그는 간단히 이야기한다. “우리는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 노력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다나베는 다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우리는 항상 우승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Q&A: 피에르 가슬리, F1 드라이버>

레드불 팀의 스타인 다니엘 리카르도(Daniel Ricciardo)가 놀랍게도 2019년 르노 팀으로 이적하면서 F1 최상위 세 팀에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그 자리를 놓고 다툴 핵심 경쟁자 중 하나로 올해 토로 로소 팀에서 활약한 22세의 피에르 가슬리를 꼽을 만하다.


혼다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해 슈퍼 포뮬러(F2에 해당하는 일본 경기)에서 우리는 마지막 경기까지 타이틀을 놓고 싸웠고, 올해 그 관계가 훌륭하게 이어지고 있다. 나는 그들의 문화, 그리고 소통하는 방법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레드불 팀으로 올라갈 준비가 되었나?
“그 팀에 가고 싶지만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를 F1으로 이끈 정신력은 단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정도일 뿐이고,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먼저 내가 빨리 달린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된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F1은 얼마나 힘든가?
“육체적으로 많은 것을 해야 하지만, F1은 매일 정신력을 시험받는 스포츠다. 레드불 팀에서는 훨씬 더 심하다.”


만약 레드불 경주차의 섀시가 주어진다면 올해 경주에서도 우승할 수 있나?
“섀시만 주어지면 도전해보고 말씀드리겠다. 그러나 혼다가 내년에 레드불 팀과 훌륭하게 경주를 치를 수 있을지가 알고 싶다면, 그렇다고 과감하게 말하겠다. 그들이 경주에서 이기리라고 확신한다.”

 


<혼다가 F1에 남긴 발자취>

 

혼다기술연구소 (1964~1968)
혼다는 첫 승용차 생산을 시작한 이듬해에 완전한 컨스트럭터 팀으로 F1에 발을 들여놓았다. 1965년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리치 긴터(Richie Ginther)가 첫 우승을 차지했고, 1967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존 서티스(John Surtees)가 또 한 차례 우승했다. 그 뒤 루앙(Rouen)에서 있었던 드라이버 조 슐레서(Jo Schlesser)의 사망 사고 여파로 1968년 말에 F1에서 철수했다.


 

 

엔진 공급업체 (1983~1992)
혼다는 1983년에 소규모인 스피리트(Spirit) 팀과 함께 F1에 복귀했다. 윌리엄즈와 로터스, 맥라렌 팀과 거둔 성과가 돋보였다. 정점은 F1의 터보 시대 마지막 해였던 1988년 시즌이었다. 혼다 엔진을 쓴 맥라렌은 16차례 열린 경기에서 15승을 거뒀다. 혼다 엔진은 이 기간에 69차례 경주에서 우승했다.


 

 

엔진 공급업체 (2000~2005)
준 워크스 성격인 무겐 혼다 엔진으로 F1에서 존재감을 지키던 혼다는 2000년에 BAR 팀 엔진 공급업체로 복귀했고, 2001년과 2002년에는 조던(Jordan) 팀에도 엔진을 공급했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BAR은 2004년 컨스트럭터 선수권에서 페라리 다음가는 성적을 거뒀다.


 

 

혼다 레이싱 F1 (2006~2008)
2006년 BAR 팀을 인수해 완전한 컨스트럭터가 되었다. 헝가리에서 젠슨 버튼(Jenson Button)이 우승을 차지할 만큼 첫 시즌을 탄탄하게 보냈다. 그러나 재정문제로 2008년 말에 팀이 매각됐다. 팀을 인수한 브런 GP(Brawn GP)는 메르세데스 엔진으로 교체한 뒤 2009년 양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엔진 공급업체 (2015~현재)
하이브리드 터보 규정에 이끌려 F1에 복귀한 혼다는 속도와 신뢰성에서 모두 발목을 잡혔다. 맥라렌과 세 시즌을 보내면서 거둔 최고 성적은 5위였다. 올해부터 혼다는 토로 로소 팀과 손을 잡은 뒤 결승에서 다섯 차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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