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JCW 패밀리, 스포츠카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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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JCW 패밀리, 스포츠카의 자격
  • 이경섭
  • 승인 2013.06.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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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일까. 미니를 대할 때면 저절로 깜찍하다거나 귀엽다거나 예쁘다거나 하는 말이 사방에서 찬사로 터진다. 시간이 흘렀어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넘치는 미니에겐 다분히 실례인 말이겠지만 그건 미니의 숙명이다. 외관이야 작고 귀엽고 깜찍하니까. 하지만 미니의 진짜 본질은 스포티함에 있다. 보면 즐겁고 달리면 더 즐거운 차가 바로 미니다.

미니의 고향은 영국이지만 독일 기술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차로 거듭났다.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브랜드인 BMW는 미니를 단순히 작고 실용적인 패션카에 머물게 하지 않고 특별한 프리미엄 스포츠카로 변모시켰다. 이 전략이 BMW로 하여금 오늘날의 성공적인 미니를 만들어낸 요인이고 이는 BMW 그룹 전체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BMW가 로버를 매각하면서도 미니 브랜드를 놓지 않았던 것은 대단히 탁월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미니의 본고장 영국과 유럽,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시장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미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한국수입차협회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미니는 5,927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38% 이상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는 전체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 6위에 해당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1,495대가 팔렸다. 이런 인기는 단순히 예쁜 외모 덕분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고객들의 열광엔 미니만이 줄 수 있는 감성적 특별함이 있다는 것이고 미니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고 고객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BMW 산하에서 미니는 2000년 파리오토살롱을 통해 데뷔한 뒤 2001년 4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출발 라인업은 단출해 베이스 모델을 포함해 쿠퍼와 쿠퍼 S 등 세 가지 모델에 불과했다. 하지만 컨버터블 모델과 클럽맨이 추가되고 사륜 SUV인 컨트리맨과 쿠페까지 라인업에 올려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갔다. 최근에는 컨트리맨의 쿠페 버전인 페이스맨까지 출시해 모두 7개의 어엿한 모델 라인업을 갖췄다. 미니 속에 흐르고 있는 스포츠카의 피를 논할 때 존 쿠퍼(John Cooper)라는 이름을 빼놓을 순 없다.

미니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렉 이시고니스의 친구였던 존 쿠퍼는 카레이서이자 탁월한 엔지니어로 이름을 날렸다. 아버지 찰스 쿠퍼와 함께 쿠퍼 카 컴퍼니를 설립해 레이싱카를 생산해 F1에서 탁월한 전적을 거뒀던 그는 미니를 개조해 고성능 버전을 만들어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스포츠 모델로 개조된 올드 미니는 WRC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4번의 우승을 이끌어냈고 이것이 오늘날 미니의 고성능 버전 JCW(John Cooper Works)의 시작이다.

미니 JCW
BMW는 존 쿠퍼의 아들로부터 JCW의 권리를 사들여 본격적으로 미니의 고성능 모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2009년 BMW는 존 쿠퍼가 자신이 만든 F1 레이싱카로 잭 브라밤과 스털링 모스 콤비에 의해 컨스트럭터즈 타이틀을 획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미니 JWC WC50을 선보이기도 했다. WC는 월드 챔피언십(World Championship)의 약자이고 50은 50주년을 의미한다.

미니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JCW는 미니의 서브 브랜드로 굳게 자리 잡았고 BMW M이나 메르세데스의 AMG 같은 고성능 디비전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생산과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여느 미니와 똑같이 이뤄진다. JCW는 특별한 미니 라인업에서도 더욱 특별한 위치에 있다. 쿠퍼 S의 상위에 있는 고성능 버전이면서 JCW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적 캐릭터가 물씬 느껴진다. 특별한 패키지로 다듬어진 당당한 외관을 대하면 이제 더 이상 미니에게 ‘깜찍하다’ 따위의 외람된 감탄을 내뱉을 수 없을 것 같다.

미니 JCW 컨트리맨
그만큼 당당한 위용이 넘친다. 오늘 만난 JWC는 세 대. 미니 JCW, 미니 JCW 쿠페 그리고 미니 JCW 컨트리맨이다. 컨트리맨을 제외한 두 대는 엔진이 같고 퍼포먼스가 엇비슷하지만 감성적 체감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미니 JCW는 시각적 자극이 유난하다. 또한 JCW 로고가 표시된 17인치 스포츠 브레이크, JCW 전용 17인치 크로스 스포크 챌린지 경량 알로이 휠, JCW 전용 머플러, 시프트 패들이 포함된 JCW 전용 레드 스티치 3 스포크 다기능 가죽 스포츠 스티어링 휠, 앞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뒤 범퍼에 JCW 에어로 키트가 장착됐다.

블랙 컬러에 레드 컬러의 강렬한 조합은 강렬한 자극을 남긴다. 지붕 끝의 독특한 구조의 스포일러와 옆면의 데칼,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 등은 미니 JCW를 표현하는 외적 장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특유의 림과 배지, 도어 엔트리 플레이트가 특별함을 더한다. 도어 안쪽의 강렬한 원형 레드 장식을 비롯해 구석구석 흥건한 JCW의 캐릭터가 스포츠 본능을 자극한다.

미니 JCW 쿠페
엔진은 기존 미니 쿠퍼 엔진을 튜닝해 211마력으로 끌어올렸다. 신형 터보차저, 피스톤, 배기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한 직렬 4기통 밸브트로닉 JCW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이다. 이름과 묘사가 길지만 성능은 깔끔하다. 저단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배기음은 오금을 저릿하게 만든다. 기존 엔진보다 27마력 늘어났고 최대토크는 26.5kg·m인데 오버 부스트 시에는 28.6kg·m로 증가한다. 최고속도는 미니쿠퍼 S보다 14km 늘어난 238km, 가속시간은 0.6초 단축된 6.6초의 성능을 지녔다.

미니를 타면 늘 그렇지만 시트에 앉아 시동을 걸면 오감이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느낌이란 매우 직설적이다. 차체 움직임은 몸에 맞춘 듯 명료하고 노면 굴곡은 엉덩이에 딱 달라붙으며 소리는 헤드폰 사운드처럼 귓가에 왕왕댄다. JCW라서 그런가 싶지만 원래 미니의 느낌이 이랬다. 쿨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쾌활한 막내동생 같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뭘 감추려 들지 않는다. 노면을 모조리 읽어내는 딱딱한 느낌도 잠시, 이내 등허리가 익숙해진다. 맥박은 빨라지고 명치가 서늘해지지만.

미니 JCW
미니가 지향하는 드라이빙의 느낌, 고카트 필링이 바로 이런 거다. 액셀러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저속에서부터 터보가 펑펑 터지며 뛰쳐나가는 품세는 '고성능이란 이런 것'임을 역설하는 것 같다. 대신 정숙성은 떨어진다. 어차피 그런 것은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한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JCW니까. 문제될 것이 없다. 소음이나 방음, 진동이 프리미엄 세단 같을 거란 기대는 JCW 운전대를 잡고선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니까.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 사운드로 받아들여지는 수준이다.

기어비가 촘촘하게 세팅된 건 아니지만 출발부터 쭉쭉 밀어주는 힘이 대단하다. 1.6 엔진에서 211마력을 뽑아낸다는 건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고회전으로 몰아가도 쥐어짜는 기분이 아니라 힘이 훨훨 남아도는 느낌이다. 5단으로 200km 가속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다. 패들 시프트는 엄지로 누르면 시프트 다운, 중지로 당기면 시프트 업이 이뤄진다.

미니 JCW 컨트리맨
패들을 딸깍거리며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요리조리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직진 가속도 쾌활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재주는 발군이다. DSC(Dynamic Stability Control)와 함께 DTC(Dynamic traction Control)가 장착돼 와일드한 주행에서도 운전자가 쉽고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할 수 있다. 코너링에서 자신감이 붙고 눈이 가는 대로 차체가 착착 따라붙으면 운전자는 즐거움에 취해 그 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게 된다. JCW를 타니 그렇다.

미니 JCW 쿠페로 시트를 옮겼다. 미니 쿠페는 쥐눈이콩처럼 작고도 옹골차게 생겼다. 빨간 야구모자를 삐뚤하게 쓴 골목대장 같다. 에너지 넘치는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타보면 성격도 꼭 그렇다. 엔진 스펙은 미니와 다르지 않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286km인 미니보다 2km 빠르며 제로백도 0.1초 빠른 6.6초다. 사이즈와 무게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체감되는 핸들링이 다를 것이라 여겼는데 실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미니 JCW 쿠페
둘 다 물 찬 제비 같은데 쿠페 쪽이 아무래도 가볍고 발랄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스포츠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장착됐고 하만 카돈 프리미엄 오디오가 달려 있다. 미니 컨트리맨에는 처음부터 우호적 감정이 없었다. ‘미니가 아닌 미니’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데다 이름도 맘에 안 들었다. 평범한 세상과 타협하느라 미니의 모든 장점을 앗아버린 차라고 못박아버렸다. 편견은 번번이 맨 나중에야 뜨거운 민낯을 들이민다.

완강한 팔짱을 풀고 보면 컨트리맨은 미니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넓고 높고 편하다. 미니 JCW 컨트리맨은 ‘이렇게 생긴 스포츠카’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니의 모든 아쉬움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컨트리맨의 밉상을 완전히 뒤집는 ‘초매력’을 보여준다. 솔직히 포르쉐 카이엔 GTS 이후 이렇게 의외의 놀라움을 선사한 차는 처음이었다. 당연히 시승 후 JCW 삼총사 중 한 대를 사흘간 소유할 수 있는 선택권을 JCW 컨트리맨 운전석에 꽂았다.

JCW 컨트리맨은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주름잡은 모터스포츠 테크놀로지를 양산차에 적용한 차다. 1.6 엔진의 성능을 한계까지 이끌어낸 218마력이라는 강력한 힘, ‘ALL4’라고 명명한 효율적인 사륜구동 시스템, 그밖에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 지식이 적용된 파워트레인 및 섀시 기술이 고스란히 적용돼 있다.

극한의 모험으로 가득한 랠리에서의 경험이 일상적 운전의 즐거움으로 돌아왔다고나 할까. 6,000rpm에서 뽑아내는 218마력의 최고출력, 최대토크 28.6kg·m, 오버 부스트 시 30.6kg·m의 강력한 파워를 지닌 JCW 컨트리맨은 도무지 얌전한 주행을 견디기 어렵다. 주말의 국도 여행에서 미니 특유의 고카트 핸들링을 여한 없이 즐겼다. 강력한 엔진 파워,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ALL4 사륜구동 시스템은 안심하고 길을 착착 접을 수 있는 자신감을 선사했다.

능력자는 못생겨도 용서가 되는 것인지 어느 순간 납득 안 되던 디자인도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여느 SUV만큼은 아니지만 트렁크 용량도 크고 등받이 좌석도 다양하게 분할할 수 있어 자녀를 둔 가장이 타기에도 좋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겐 무리인 듯싶다. 이 차를 타면 도무지 질주본능을 억누르지 못할 게 뻔한데 뒷좌석엔 잔소리가 심한 여성이 둘이나 타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늘 바쁘고 돈 잘 벌고 차 잘 빌려주는 친구를 잘 구슬러 지갑을 열게 하면 되니까.

글: 이경섭(자동차 저널리스트), 사진: 박기돈(프리랜서)

MINI JCW
가격: 4천500만원
크기: 3758×1683×1407mm
0→시속 100km 가속: 6.7초
최고시속: 236km
복합연비: 11.6km/L
CO₂ 배출량: 150g/km
엔진: 4기통, 1598cc, JCW 트윈파워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26.5kg·m(*28.6kg·m)
변속기: 6단 자동

MINI JCW COUPE
가격: 4천710만원
크기: 3758×1683×1385mm
0→시속 100km 가속: 6.6초
최고시속: 238km
복합연비: 11.6km/L
CO₂ 배출량: 150g/km
엔진: 4기통, 1598cc, JCW 트윈파워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26.5kg·m(*28.6kg·m)
변속기: 6단 자동

MINI JCW COUNTRYMAN
가격: 6천110만원
크기: 4133×1789×1549mm
0→시속 100km 가속: 7.0초
최고시속: 223km
복합연비: 11.5km/L
CO₂ 배출량: 152g/km
엔진: 4기통, 1598cc, JCW 트윈파워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28.6kg·m(*30.6kg·m)
변속기: 6단 자동
(*오버부스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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