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체구가 작은 차에 속하는 신형 복스홀 모카는 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거대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GM의 유럽지사는 모카를 독일의 제조사가 최초로 출시하는 소형 SUV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이는 슈코다 예티가 전적으로 체코의 차라고 간주해버리는 동시에 북미나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GM의 어느 자회사들보다도 복스홀이 훨씬 획기적인 진화를 이뤄냈다고 주장하는 처사이다. 복스홀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층 더 진지한 표정으로 내년쯤에는 영국에서 모카가 코르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견했다.

이쯤이면 굉장히 대단한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 복스홀은 이미 그들이 동종의 세그먼트에서 그 목표를 이뤄내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라고 믿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소프트 로더의 인기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복스홀이 그들이 가질 영향력에 대해 이토록 확신에 차있다는 것은 ‘자매차’인 쉐보레의 트랙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모카가 트랙스에 견주어 분명히 차별성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복스홀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었던 사실은 복스홀이 감마 II 플랫폼을 확장한 목적이 쉐보레보다 더욱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의도된 버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외관은 강인함에 집착하는 쉐보레와는 다르게 유러피안 스타일의 날렵함을 선택했다. 내부 또한 균형감과 융통성을 자랑하는 동일한 실내공간 안에 좀 더 고급스러운 소재의 디스플레이로 질적인 면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삶의 환희’를 지향하는 저렴하면서도 활기찬 트랙스만의 느낌과 탁월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모카의 실내는 최근 복스홀의 대형차들에서 볼 수 있었던 내부 장식을 그대로 축소해놓았는데, 이는 명백한 실수로 보인다. 소형 SUV가 지향하는 편안한 느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칙칙한 분위기이다. 이러한 실수는 변경된 서스펜션 마운트, 부쉬, 댐퍼, 스프링 레이트로 개선을 노린 섀시에서도 반복됐다. 쉐비보다는 좀 더 견고하고 제어력이 더 나아졌다는 느낌이지만, 예티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든 민첩성이나 세련미를 모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의견이다.

엔진 라인업도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주지 못한다. 115마력의 1.6 엔진, 140마력의 1.4 터보차저 엔진, 그리고 130마력의 1.7L 디젤 엔진이 얹어지는데, 세 개의 엔진 모두 지속성이 떨어진다. CDTI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0g/km, 연비는 22.2km/L고 30.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데, 드로틀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라 엔진 회전력을 저회전역에서 고회전역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굉장히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세하게 지적한 문제점들은 모카의 판매량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SUV의 구매자들은 생활 방식에 맞춰 차를 선택하는 것이고, 잠재고객들 또한 모카의 외관이나 실내공간이 가격대에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결점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경쟁 차종들의 우수함보다 그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6개월 후에 쉐보레가 출시할 예정인 트랙스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 모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 닉 캐킷 (Nic Cack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