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차체까지의 지상고는 껑충해 보이고, 보디의 아랫부분 중에서도 특히 뒷부분은 마치 펑퍼짐한 엉덩이를 연상시키며, 벨트라인 위쪽은 잘못 자른 스포츠머리처럼 위쪽이 좁아지면서 길어 보였다. 그때도 속으로는 ‘차를 왜 이렇게 올렸지? 조금만 낮췄어도 괜찮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벤츠 엔지니어들이 지금처럼 차고를 낮추면서 균형감을 살린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프론트 오버행(824mm)을 조금 늘리고 LED 데이터임 라이트가 들어간 헤드램프는 뒤쪽으로 약간 더 눕힌 것을 비롯해 나머지 디테일한 설계의 초점은 최근 벤츠의 디자인 주류를 반영하면서 전반적으로 균형감을 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엔진에서는 ECO 스톱-스타트 기능이 더해졌고, 달라진 계기판을 비롯해 다른 부분에서의 개선은 대부분이 편의성이나 기능적인 개선을 통한 상품성 제고를 위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개선된 곳이 2,000가지나 된다고 하니 아무튼 자동차의 속은 요지경이고, 그렇게 설계를 한 벤츠 나름의 고민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오늘 이 차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한 부분은 ‘낮아진 20mm’였다. 흔히 시판되는 차를 구입한 뒤 서스펜션을 튜닝을 할 때도 목적에 따라 지상고를 낮추거나 높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차고를 낮출 경우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것을 포함해 공기저항 측면, 또 그에 따른 연비 개선 등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양산차 자체의 지상고를 그것도 20mm나 낮춘다는 것에는 더 복잡한 일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라이드&핸들링’에 영향을 주는 전반적인 포인트가 바뀌는 것인 만큼 단순히 스프링과 댐퍼의 높이 조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가솔린에 비해 진동이 강한 디젤 엔진을 얹은 차에서는 장시간 운전을 할수록 라이드 퀄리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스트로크의 크기나 말랑말랑하게 부드러운 반응을 뜻하는 게 아니라 파워트레인의 진동을 포함해 차의 모션이나 노면에서 오는 충격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얼마나 진중하게 흡수하고, 또 어떤 식으로 소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GLK 같은 세팅은 오래 타면 탈수록 탑승자들에게 이롭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노면의 표고차와 굴곡이 심한 곳이나 커브에서의 균형감, 그리고 고속 영역에 들어갔을 때도 벤츠 특유의 안정감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벤츠 엔진들은 대부분 초반부터 빠른 응답성을 내는 타입은 아니다. 스트로크가 긴 타입인 이 디젤 엔진 역시 마찬가지다. 엔진의 응답성은 차의 승차감이나 가감속 제어 측면과도 연관이 깊고, 또 그에 따른 장단점도 있다. 토크에 여유는 있어도 여전히 초기 가속 반응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그나마 160km까지는 가감속이 수월한 편이지만, 그 이후의 속도 영역에 도달하려면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그나마 가격을 예전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 구매의향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것이다. 옵션만큼이나 퍼포먼스 감각에서도 앞서 있는 한국 오너들을 감안한다면 지금보다 성능이 한 단계 위에 있는 엔진, 조금은 더 강력한 존재가 필요해 보인다.
글: 김태천
Mercedes-Benz GLK 220 CDI 4MATIC BlueEFFICIENCY PREMIUM
가격 6천650만원
크기 4535×1840×1670mm
휠베이스 2755mm
엔진 직렬 4기통, 2143cc, 커먼레일
최고시속 205km
최고출력 170마력/30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
변속기 7단 자동
CO₂ 배출량 151g/km
복합연비 13.1km/L
타이어 255/40R 20
서스펜션(앞/뒤) 멀티링크 /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