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GLK, 2천가지나 바뀐 프리미엄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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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LK, 2천가지나 바뀐 프리미엄 SUV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1.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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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GLK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만났다. 얼핏 봐서는 앞뒤 모습과 실내를 조금 바꾸고 차고를 조금 낮춘 정도로 보이는데, 믿겨지지 않겠지만 개선된 요모조모를 다 더하면 2,0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사실 초기 GLK를 처음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약간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익지 않았던 비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닥에서 차체까지의 지상고는 껑충해 보이고, 보디의 아랫부분 중에서도 특히 뒷부분은 마치 펑퍼짐한 엉덩이를 연상시키며, 벨트라인 위쪽은 잘못 자른 스포츠머리처럼 위쪽이 좁아지면서 길어 보였다. 그때도 속으로는 ‘차를 왜 이렇게 올렸지? 조금만 낮췄어도 괜찮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벤츠 엔지니어들이 지금처럼 차고를 낮추면서 균형감을 살린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메인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차고를 20mm 낮춘 게 핵심이다. 설계 수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실내공간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고, 겉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휠 하우스마저 거의 그대로 둔 상태에서 플로어를 포함한 차체 전체를 아래쪽으로 하강시킨 셈이다.

프론트 오버행(824mm)을 조금 늘리고 LED 데이터임 라이트가 들어간 헤드램프는 뒤쪽으로 약간 더 눕힌 것을 비롯해 나머지 디테일한 설계의 초점은 최근 벤츠의 디자인 주류를 반영하면서 전반적으로 균형감을 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엔진에서는 ECO 스톱-스타트 기능이 더해졌고, 달라진 계기판을 비롯해 다른 부분에서의 개선은 대부분이 편의성이나 기능적인 개선을 통한 상품성 제고를 위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개선된 곳이 2,000가지나 된다고 하니 아무튼 자동차의 속은 요지경이고, 그렇게 설계를 한 벤츠 나름의 고민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220 CDI 엔진은 최고출력 170hp/3,200~4,2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를 낸다. 배기량은 2,143cc로 같지만, CO₂ 배출량은 190g/km에서 151g/km로 줄어들었다. CO₂ 수치적으로 연비 상승에 대한 기대치는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오늘 이 차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한 부분은 ‘낮아진 20mm’였다. 흔히 시판되는 차를 구입한 뒤 서스펜션을 튜닝을 할 때도 목적에 따라 지상고를 낮추거나 높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차고를 낮출 경우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것을 포함해 공기저항 측면, 또 그에 따른 연비 개선 등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양산차 자체의 지상고를 그것도 20mm나 낮춘다는 것에는 더 복잡한 일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라이드&핸들링’에 영향을 주는 전반적인 포인트가 바뀌는 것인 만큼 단순히 스프링과 댐퍼의 높이 조정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차고를 낮춘 효과는 우선 주행 안정성에서 잘 드러났다. 확실히 롤과 피칭, 바운스 등 전체적인 거동에서 밸런스가 예전보다 더 좋게 느껴졌다. 전반적인 핸들링 반응과 라이드 퀄리티에서 역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많은 컴팩트 SUV들이 뒷좌석 승차감은 약간 소홀한 경향이 있는데, 경쟁 모델들과 달리 GLK의 경우 뒷좌석 승차감도 훌륭하다.

특히나 가솔린에 비해 진동이 강한 디젤 엔진을 얹은 차에서는 장시간 운전을 할수록 라이드 퀄리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스트로크의 크기나 말랑말랑하게 부드러운 반응을 뜻하는 게 아니라 파워트레인의 진동을 포함해 차의 모션이나 노면에서 오는 충격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얼마나 진중하게 흡수하고, 또 어떤 식으로 소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GLK 같은 세팅은 오래 타면 탈수록 탑승자들에게 이롭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노면의 표고차와 굴곡이 심한 곳이나 커브에서의 균형감, 그리고 고속 영역에 들어갔을 때도 벤츠 특유의 안정감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물론 이런 안정적인 거동에서 GLK의 4매틱(네바퀴굴림)이 분명 좋은 역할을 한다. 대신 상대적인 무게 증가는 고속에서의 가속력이 떨어지고, 연비에서 마이너스 요인을 가져온다. 이런 부분은 어쩌면 네바퀴굴림의 프리미엄 모델이 가진 숙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벤츠 엔진들은 대부분 초반부터 빠른 응답성을 내는 타입은 아니다. 스트로크가 긴 타입인 이 디젤 엔진 역시 마찬가지다. 엔진의 응답성은 차의 승차감이나 가감속 제어 측면과도 연관이 깊고, 또 그에 따른 장단점도 있다. 토크에 여유는 있어도 여전히 초기 가속 반응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그나마 160km까지는 가감속이 수월한 편이지만, 그 이후의 속도 영역에 도달하려면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물론 지금의 파워트레인 성능과 차의 무게를 고려했을 때는 적당한 수준일 수도 있지만, 고속 영역에서 스피드를 더 올리려고 할 때 무게로 인한 중압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벤츠라는 고급 브랜드에 화려한 옵션으로 치장한 만큼 사람들은 기대치를 더 높게 잡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에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속성능이 뛰어난 디젤차들이 즐비한 시대인 만큼 이 엔진 하나만으로는 메리트가 그리 커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가격을 예전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 구매의향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것이다. 옵션만큼이나 퍼포먼스 감각에서도 앞서 있는 한국 오너들을 감안한다면 지금보다 성능이 한 단계 위에 있는 엔진, 조금은 더 강력한 존재가 필요해 보인다.

글: 김태천

Mercedes-Benz GLK 220 CDI 4MATIC BlueEFFICIENCY PREMIUM
가격 6천650만원
크기 4535×1840×1670mm
휠베이스 2755mm
엔진 직렬 4기통, 2143cc, 커먼레일
최고시속 205km
최고출력 170마력/3000rpm
최대토크 40.8kg·m/1400~2800rpm
변속기 7단 자동
CO₂ 배출량 151g/km
복합연비 13.1km/L
타이어 255/40R 20
서스펜션(앞/뒤) 멀티링크 /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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