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아우디 R8 스파이더, 캐딜락 CTS 쿠페, BMW 535d M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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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아우디 R8 스파이더, 캐딜락 CTS 쿠페, BMW 535d M 스포츠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4.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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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아우디 R8 스파이더
아우디 R8, 지붕이 열린 모델이 등장했다. 우리는 대개 지붕이 없는 차를 뭉뚱그려 ‘오픈카’ 라고 하는데, 사실 그 의미는 통하겠지만, 오픈카는 올바른 명칭은 아니다. 지붕이 없는 차량은 그 구조에 따라 로드스터(Roadster), 스파이더(Spider), 또는 컨버터블(Convertible) 등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각각의 차량들은 차 밖에서 볼 때 지붕이 열린다는 모습은 동일하지만,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오래된 형태가 로드스터(Roadster)이다. 로드스터는 차량을 설계할 때부터 고정된 지붕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하는 차체 구조인데, 이러한 로드스터의 원형은 1930년대의 레이싱 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명칭 중 하나는 스파이더(Spider, Spyder)인데, 이것은 곤충의 거미(spider)와 비슷한 단어이지만 y로 구분해서 쓰기도 한다. 이 이름을 가지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거미처럼 낮게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로드스터 차체에 지붕을 얹은 모습이 거미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것에 비유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스파이더라는 명칭은 주로 유럽에서 사용된다. 스파이더는 구조적으로는 로드스터와 거의 같고, 경우에 따라서 탈착식 하드탑(hard top) 지붕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아우디 R8 스파이더는 앞 유리를 둘러싼 틀, 즉 양쪽의 A필러와 헤더(header) 부위를 금속재질로 마무리했다. 이것은 금속성에 의한 재질감 강조로 컨버터블의 럭셔리함을 나타내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경량의 알루미늄을 두텁게 사용해 차체와 A필러의 강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로써 채택됐을 것이다. 차체의 전체적인 스타일에서는 기하학적 곡선과 날카로운 모서리, 즉 에지를 강조한 형태를 볼 수 있다. 차체 뒤쪽의 엔진 커버는 V형 엔진을 암시하기 위해 두 개의 실린더 헤드를 암시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슈퍼카의 차체 디자인은 균형보다는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는데, R8은 오히려 균형을 추구하면서 논리적이고 지적인 이미지의 스타일로 마무리되고 있다. 슈퍼카 디자인에 대한 독일식 접근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캐딜락 CTS 쿠페
2000년대 초에 캐딜락이 발표한 디자인 철학 「Art and Science」 이후 모든 캐딜락의 차량들은 이전의 보수적인 디자인을 완전히 벗어났다. 마치 요즈음 국내 메이커가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디자인 철학을 강조하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그리고 등장했던 초대 CTS는 정말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영화 <매트릭스>에도 등장해서 미래의 이미지를 강하게 암시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2세대모델의 CTS 쿠페 역시 그러한 새로운 캐딜락의 디자인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차체 측면을 보면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과 역동적인 각도의 C 필러와 테일 램프가 눈에 띈다. 그런데 트렁크의 길이가 매우 짧아 일견 해치백 승용차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렇지만 테일 게이트가 아니라, 트렁크 리드가 설치된 쿠페이다.

사실 쿠페(Coupé)는 프랑스어에서 온 명칭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자동차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른 구조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2인승, 또는 4인승(2+2)의 좌석을 가지고 있고, 지붕이 낮아 내부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은 차라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4인승을 2+2라고 표기하는 것은 앞좌석이 중심이 되는 2인승이면서, 뒷좌석에도 두 사람이 탈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공간의 크기를 생각하지 않고, 차체의 구조로 보면 정통적(正統的, orthodox) 3박스 구조, 즉 세단과 같이 엔진 룸과 객실, 그리고 화물칸이 나누어진 구조이다.

차체의 구조로만 본다면, 쿠페는 세단과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미국 메이커에서 쿠페는 운전자 중심의 차량이고, 대형 승용차에도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가 함께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머스탱 같은 스포츠카가 젊은이들을 지향한다면 고급 승용차의 쿠페버전은 40대 이상의 연령층을 위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점잖은 스포츠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국내에서 쿠페형 차의 수요는 사실 거의 없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중년층에서 쿠페를 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CTS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쿠페는 세단에 비해 좀 더 개성 있고 날렵하게 디자인된다. 비록 국산 승용차는 아니지만, CTS 쿠페로 국내의 승용차 시장에서 차체 형태의 다양성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BMW 535d M스포츠
신형 5시리즈 F10 모델의 라인업이 다양화되면서 고성능 모델로 등장한 535d 모델은 BMW의 고성능 모델 M 시리즈의 외관을 가지고 있다. 사실 BMW 자체가 성능을 중시하는 브랜드인데, 여기에 더욱 성능이 높아진 M 시리즈 모델들은 사실상 겉모습만 세단이지, 그 성능에서는 스포츠카나 다름없는, 아니 어떤 경우에는 그것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발톱을 감춘 맹수와도 같은 것이다.

535d M스포츠 역시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외형에서 차별화는 되어 있다. 앞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가 고성능 엔진이 필요한 공기 흡입량이나 냉각성능을 위해 확대되어 있고, 에어로 파츠가 강조되어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큰 휠이나 초광폭 타이어 등에서도 매우 ‘전투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지만 BMW의 M 시리즈 모델에서 ‘전투적 분위기’의 절정은 크롬을 사용하지 않은 도어 섀시 몰딩일 것이다.

일반형 모델이 도어 섀시에 크롬 몰드를 사용해서 고급감을 강조하고, BMW의 특징적인 조형요소이며 역동적인 후륜구동 차량을 암시하는 호프마이스터 커브(Hofmeister curve)의 창문 형태를 강조하지만, M 시리즈 모델은 검은 색 반광택 몰드를 써서 은근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긴장감을 주고 있다. 마치 스텔스 폭격기 같은 분위기라고 할 것이다. BMW의 M 시리즈 모델은 대개 짙은 청색의 차체색이 많지만, 흰색이나 빨강색 등 어떤 차체색을 하더라도 스텔스적 분위기가 풍긴다. 그것은 검은색 도어 섀시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런 전투적 분위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꼭 번쩍거려야 럭셔리한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근함과 내재된 힘이 느껴지는 디자인, 그것을 ‘카리스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BMW의 M 시리즈 모델은 매우 성공적인 디자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성능이라는 추상적 특질을 성공적으로 가시화시킨 디자인이 BMW의 M 시리즈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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