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맞대결, 코란도 C vs 스포티지 vs 쿠가,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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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맞대결, 코란도 C vs 스포티지 vs 쿠가, 승자는?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6.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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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쿠가는 소형 SUV의 정상. 하지만 기아 스포티지와 되살아난 쌍용 코란도와 가파른 경쟁을 벌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찰스 다윈은 SUV의 발달사를 연구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그가 다시 21세기 초의 자동차 전문가로 돌아왔다고 하자. 그러면 자신의 진화론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SUV 시장을 보고 무척 기뻐할 터이다.

저 멀리 오프로더의 주라기 시대에는 조잡한 라이브액슬 공룡들이 지구를 서성거렸다. 그리고 SUV의 매력은 진흙탕 길을 달리는 전문가를 넘어 새로운 고객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야성적인 스타일과 네바퀴굴림 차의 터프한 인상에 끌렸고, SUV는 그에 적응해나갔다. 진흙탕 길을 돌파하는 SUV의 방자한 성능과 빈약한 연비는 뒤로 물러났다. 반면 이제는 한층 부드러운 SUV의 새 세대에 들어섰다. 황무지를 돌파하는 실력은 줄었지만 보다 안락하고 운전하기 좋다.

진화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동물은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점차 잃게 된다. 따라서 뒤이어 등장한 SUV 세대는 거의 쓰지 않는 오프로드 능력을 벗기 시작했다. 우선 잠김형 디퍼렌셜과 저회전대 기어박스가 사라졌다. 다음으로 연비향상 요구에 따라 좀 더 커다란 희생을 치르게 됐다. 어떤 경우에는 한때 SUV를 지배했던 네바퀴굴림 드라이브 트레인마저 사라진다. 1년에 세 번 정도 네바퀴굴림이 필요하다면 매일 20%의 연료를 더 쓰면서까지 네바퀴굴림 방식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상적인 조건
우리는 영국 웨일스의 황무지로 달려가 비교시승을 하기로 했다. 영하의 기온에 지면에는 눈이 깊이 쌓였고, 눈이 더 온다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이곳에서 최신형 두바퀴굴림 소프트로더들을 비교해야 했다.

우리를 이곳으로 끌어낸 차는 신형 쌍용 코란도였다. 지금까지 쌍용의 성쇠는 자주 보아온 자동차업계의 드라마를 닮았다. 지난해 쌍용에서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공장문을 닫았다. 하지만 최근 인도의 오프로드 전문업체 마힌드라가 쌍용을 인수했다. 쌍용은 다시 한 번 잿더미에서 일어났다.

이 격동기에 개발된 코란도는 값싸고 경쾌한 분리형 섀시의 네바퀴굴림과 깨끗이 결별했다. 이차는 조금도 부끄럼이 없는 소프트로더로 쌍용이 독자 개발한 CO₂ 배출이 적은 2.0L 터보디젤 엔진을 얹었다. 우리 시승차는 왼쪽에 운전석이 있지만 4월에 영국에 출시되는 모델은 장비가 넉넉하고 가격경쟁력이 높다. 최종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시승한 기본형 두바퀴굴림 모델은 약 1만6천500파운드(약 2천960만원)이다.

우리는 쌍용이 겨냥하는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밝혀보기로 했다. 따라서 아주 다른 두 라이벌을 맞붙였다. 첫째 이 부문의 가치비교 대상으로 기아 스포티지를 골랐다. 역시 두바퀴굴림. 스포티지 라인업의 기본형 두바퀴굴림 휘발유 모델은 1만7천 파운드(약 3천50만원)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시승차 1.7 CRDi 3은 비교적 허약한 116마력인데도가격이 상당히 올라 2만2천70파운드(약 3천960만원)이다.

그러나 코란도와 스포티지가 절대치에서 얼마나 좋은지 알기 위해서는 판단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상당히 더 비싼 동급의 포드 쿠가를 끌어대기로 했다. 쿠가도 두바퀴굴림을 살 수 있지만, 영국 포드는 한대도 찾아내지 못했다. 따라서 163마력 2.0 TDCi 티타늄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단 모델을 골랐다. 이 차는 2만6천495파운드(약 4천750만원)로 코란도보다 거의 1만 파운드(약 1천790만원)나 더 비싸다. 하지만 적어도 네바퀴굴림이라는 사실은 코란도와 스포티지가 눈속에 처박혔을 때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만했다.

첫 인상
코란도를 몰고 웨일스로 가는 길에서부터 찬반론이 엇갈렸다. 첫 인상은 놀랍도록 긍정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지만 이른바 싸구려는 아니다. 이전의 쌍용과는 달리 ‘싸지만 어쩌고저쩌고’할 차는 아니라는 말이다. 쌍용은 코란도가 세계정상급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작품임을 자랑한다. 주지아로가 가장 공들인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가까이서 보면 세련되고 기능적이다. 실내도 마찬가지. 실내는 약간 플라스틱의 분위기가 감돈다. 소재에서 나오는 가벼운 석유 냄새가 그런 분위기를 한층 북돋는다. 하지만 느낌은 단단하다. 디자인은 단순하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3시간쯤 달리자 몇 가지 걱정거리가 더 생겼다. 세련미가 인상적이라 할 수는 없었다. 저속에서 엔진소리가 컸고, 정속주행에서 도로소음도 시끄러웠다. 게다가 정속주행 속도에서 회전대가 올라가자 터보레그가 상당했다. 그러나 코란도는 빨랐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A급 도로에 들어섰다. 일단 터보가 터지자 파워가 놀랍도록 힘찼다. 톱니식 기어는 변속이 빠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회전대가 올라가자 다시 엔진음이 커졌다. 운전석에서의 느낌은 제원에 쓰여진 0→시속 100km 가속 시간 10.0초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 들었다. 특히 코너에서는 섀시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빨랐다. 그러나 보디가 흔들리고 무감각한 스티어링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우리는 브레컨 비컨스에서 기아 및 포드와 만났다. 다져진 눈이 노면을 덮었고,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다시 눈을 퍼부을 기세였다. SUV의 빙상경기가 되기 전에 느낌을 잡아두기 위해 얼른 스포티지로 갈아탔다.

스포티지는 잘생겼다. 몇 가지 각도에서 전세대의 렉서스 RX를 떠올렸다. 제법 품격 있는 영감의 소산이라 하겠다. 아울러 도로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오너들에게 깔끔한 재주를 부렸다. 그리고 실제보다 상당히 커보였는데 스포티지는 코란도보다 30mm 길고, 25mm 넓다. 하지만 두 라이벌이 도로에 함께 나가면 기아는 허리가 잘록한 쌍용보다 한 차급 높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스포티지는 실내도 훨씬 멋지다. 다만 가격 차이를 보면 그런 기대를 걸만하다. 지난 몇 년 사이 기아는 실내에서 조용히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동급 라이벌에서 이보다 더 뛰어난 실내를 찾기는 어렵다. 인체공학적 기능이 좋고, 트림 품질이 탁월하다. 품위 있는 검은 계기는 다시 한 번 렉서스를 떠올린다.

기아가 아직도 미흡한 것은 성능. 1.7L 디젤엔진은 현대적이고 굉장히 친환경적이다. CO₂ 배출량은 135g/km(16인치의 기본형)로 실로 인상적이다. 하지만 출력은 겨우 116마력이고 무게 1,490kg으로 다양한 물리법칙이 스포티지의 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엔진은 저회전대 토크를 중심으로 조율했고, 1,250rpm에 26.5kg·m의 최대토크가 터진다. 그러면 아주 결연한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의미 있는 가속에 도달하려면 요란한 레드라인으로 엔진을 몰아붙여야 한다.

웨일스에서 찾아낸 우리 시승코스의 꼬부랑길과 오르막에서 기아는 다른 두 라이벌을 따라잡느라 고전했다. 그럼에도 스포티지의 운전 경험은 예상대로 힘들지 않았다. 승차감이 좋았고, 조용했다. 스티어링은 열의가 좀 떨어졌으나 상당히 정확했다.

이제 쿠가가 등장할 차례. 이 특별한 비교시승의 기준에 따르면 역동적인 걸작이다. 눈이 쌓인 오르막에 이르자 듬직한 네바퀴굴림의 쿠가가 반가웠다. 쿠가는 세단과 아주 비슷한 소형 엘리트 SUV로 꼽힌다. 하지만 키가 커서 무게중심이 더 높고, 코너에서 롤링이 더 심하다. 하지만 대체로 역동적인 성능에서 포커스와 닮은 점이 많다. 스티어링은 단단하고 정확하며, 스티어링 밸런스가 뛰어나고 유연하게 기능을 발휘한다. 운전재미가 좋은 차다. 이 부문의 차들에서는 보기 드문 매력이다.

물론 쿠가는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스포티지와 코란도 모두 쿠가보다 빛나는 장점이 많다. 쿠가는 나온 지 3년이 되어 친숙하지만 잘 단장한 스포티지 옆에 세우면 따분하고 눈길을 끌지 못한다. 실내에는 짙은 플라스틱과 구세대 포커스 스위치기어가 널려 있어 우중충하다. 특히 최고등급의 가격을 계산에 넣으면 더욱 맥이 빠진다. 게다가 CO₂ 배출량과 연비를 따지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심지어 기본형 두바퀴굴림도 돌아온 기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앞으로 위로 달려
사실 우리는 어디서든 한번 처박혀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러조건에서 스포티지가 가능성이 제일 컸다. 넉넉하지 않은 지상고, 조심스러운 트랙션 컨트롤에 여름용 타이어를 신고 있었다. 때문에 눈 덮인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대신 두바퀴굴림치고 코란도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했다.

스포티지는 불가능한 곳에서도 그립이 먹혀들었다. 사람들은 두바퀴굴림 SUV에 대해 쉽게 비난을 퍼부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일을 하는 일상적인 오너들에게 궁극적인 트랙션이 부족한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쿠가는 가격으로나 무엇으로나 여기서 동등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다른 차를 좀 더 정확하게 가늠하고자 불러냈을 뿐이다. 성능에서는 쿠가의 우위. 하지만 쌍용과 기아 앞에서 쿠가는 실속
에 비해 너무 비싸다. 가장 기본적인 모델도 2만995파운드(약 5천370만원)나 된다.

코란도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괜찮은 차일 뿐 아니라 영국에 상륙한 쌍용차 가운데 단연 최고다. 장비가 좋고 허세가 없으며 거친 모서리를 보고도 넘길 만큼 매력적인 가격으로 팔릴 만하다. 아울러 5년/40만km의 보증이 탄탄하게 뒤를 받쳐준다.

그러나 경제형 SUV, 그중에도 상당히 실속 있는 SUV로는 기아 스포티지가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기본형 1.7L 디젤은 CO₂ 배출량과 연비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올렸지만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다른 부분의 품격이 그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기본적인 성능의 엔진이 보다 합리적인 1만8천550파운드(약 3천330만원). 두바퀴굴림 SUV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가깝다.

글 · 마이크 더프(Mike Du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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