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적인 인피니티 Q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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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적인 인피니티 Q60
  • 안정환
  • 승인 2018.05.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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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단거리 스프린터처럼 생겼지만, 타고난 본질은 장거리 주자에 가깝다. 아니 둘 다다

‘공기와 한몸을 이룬다’는 표현이라면 좀 오버일까. 인피니티 Q60을 처음 본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차체는 낮고 모든 라인이 유려하게 흐른다. 공기와 맞닿자마자 차의 라인을 타고 순식간에 뒤꽁무니로 미끄러지는 모습이다. 스포츠카 대부분이 낮은 자세에 잘 빠진 라인을 가졌지만, Q60은 유난히도 매끈하다. 과장을 보태면 거의 과속방지턱 라인에 가깝다. 그만큼 바닥과 밀착되어 있고, 보닛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부드럽다. 앞모습에선 제법 강인한 인상도 풍길 줄 안다.

 

인피니티를 상징하는 더블 아치 그릴을 활짝 벌리고, 주간주행등으로 아이라인을 그린 헤드램프는 날렵하게 찢어져 있다. 아무튼 매혹적인 유려함에 빠져든다. 근데 나만의 취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멀리서 뷰파인더를 통해 Q60을 관찰하고 있던 포토그래퍼도 “멋지네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평소 과묵했던 그이기에 빈말이 아닌 것이다. 섹시한 뒤태를 담을 때는 얼굴이 후끈거리기도 했다. 나 역시 볼륨감 넘치는 힙 라인에 손등을 갖다 대고 쓱 한 번 훑어봤다. 보드라운 살결에 손이 살며시 미끄러진다. 그렇게 두 남자는 관음증 환자처럼 Q60의 육감적인 몸매를 열심히 살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더 멋지고 달리기는 더 멋지다

 

상기된 마음을 추스르고 실내로 들어섰다. 아뿔싸, 섹시했던 외관과는 다르게 안쪽은 다소 올드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아닌가. 지난번에 봤던 Q50 세단과 같은 레이아웃이어서 더 식상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시트와 도어트림에 붉은색 가죽을 씌워 멋을 냈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차에 도움을 주는 ‘어라운드 뷰’ 기능도 갖췄으나, 화질은 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센터페시아 하단 모니터를 통해 횡 G를 보여주는 성능미터가 스포츠 쿠페임을 웅변한다.   

 

시트포지션은 착 달라붙어 보이는 외관보다는 살짝 높은 느낌이다. 엉덩이 부분을 지면과 좀 더 가깝게 배치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스포츠카라면 응당 레이싱카의 콕핏처럼 푹 파묻히는 시트포지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미세하게라도 차체 밸런스를 낮추고 운전자도 안정감이 들 테니. 한편으로, 인피니티 측이 주장하는 ‘일상에서의 편안함과 역동적인 퍼포먼스의 공존’을 생각하면 살짝 높은 시트포지션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Q50 세단과 같은 인테리어는 약간 실망스럽다

 

Q60은 Q50과 인테리어 레이아웃을 공유하고, 플랫폼도 나눠 쓴다. 2850mm의 여유로운 휠베이스 덕분에 2도어 쿠페치고 뒷좌석 공간이 나름 쓸모 있다. 성인을 뒤에 태우고 장거리 주행은 무리겠지만, 가까운 거리는 문제없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지붕라인이 낮기 때문에 머리는 뒤 유리창과 맞닿게 된다. 엉덩이를 앞쪽으로 쭉 밀고, 거북목 차세를 취해야한다. 가장 궁금한 건 달리기 실력이다.

 

Q60이 과거 좀 달린다던 G35, G37을 잇는 모델이기도 하거니와 ‘세계 10대 베스트 엔진’에 선정된 ‘VR’ V6 3.0L 트윈터보 가솔린엔진을 얹고 있기 때문. 섹시한 외모만큼 화끈한 달리기를 뽑아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Q60은 단일 사양인데, 풀네임부터 ‘Q60 레드 스포츠 400’이다. 마지막에 붙은 숫자는 400HP를 가리킨다. 즉, 국내에서 주로 쓰는 마력 단위(PS)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역시 48.4kg·m로 강력하다. 0→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달리기도 전부터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는 느낌이다.

 

이게 바로 명품으로 꼽히는 ‘VR’ 엔진

 

시동을 걸자 계기판 바늘이 반대편을 찍고 돌아오는 세리모니를 펼치며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귀가 살짝 허전하다. 뒤에서 ‘부아앙~’하며 활기찬 소리를 낼 줄 알았다. 나지막한 사운드로 시동이 걸렸음을 알릴 뿐이다. 가속페달에 발을 가볍게 올리자 부드럽고 매끈하게 출발한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인상을 주지 않았다. 그저 가볍고 유순하게 언덕을 오른다. 도로에 올라서도 마찬가지, 승차감과 엔진의 회전질감이 부드럽다는 느낌만 전하지 스포티하다는 인상은 주지 않는다. 

 

그러나 반전은 있는 법.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Q60은 스탠다드, 스노, 에코, 스포츠, 스포츠+, 퍼스널 총 6가지의 주행모드를 마련했다) 이제서야 본성을 드러낸다. 엔진의 반응도 더 빠릿해지고, 스티어링도 좀 더 묵직해졌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재빨리 rpm을 높여 시원스러운 가속을 선보인다. 얌전하던 엔진 사운드도 이제 제법 거칠다. 사자 울음소리처럼 우렁찬 타입은 아니지만, 고회전 영역에서의 엔진음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 느낌이 좋아 계속해서 수동변속 모드로 높은 rpm을 유지했다.

 

트렁크 용량은 341L로, 스포츠 쿠페치곤 꽤 넓다

 

4000rpm 이상으로 높여줘야 엔진 반응도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녀석, 연료를 너무 마셔댄다. 내가 엔진을 너무 괴롭히기도 했지만, 에코 모드로 잘 보듬어주기도 했는데 말이다.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도 주행 퍼포먼스를 돕는다. 이 시스템은 스티어링과 전륜의 기계적 연결을 배제하고, 센서가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감지해 전륜에 신호를 보내 조향하게 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연결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진동을 줄이고 저속에서 작은 조향으로도 움직임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운전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Q50을 탈 때만 해도 다소 이질적이고 오직 전기신호로만 작동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들었지만, Q60의 시스템은 한 차원 진화된 감각을 전한다. 언제나 믿음직스럽게 바퀴를 틀며, 주행모드를 변경할 때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어비로 발맞췄다. 실시간으로 주행상황을 체크해 댐퍼 세팅을 조절해주는 다이내믹 디지털 서스펜션(DDS) 역시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계기판 디자인이 시대에 뒤떨어지긴 하지만 시인성은 좋다

 

보디롤, 피치, 바운스를 억제하며, 안정적인 주행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 여유롭게 달리고자 할 때는 팽팽한 댐퍼에 힘을 풀어 탑승객을 안락하게 모실 줄도 안다. Q60의 섹시한 외모에 혹했다가 다소 식상한 속 모습에 실망하고 맹렬한 주행성능에 마음을 달랬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숙성해온 엔진은 잘 익은 음식처럼 맛깔스럽고 회전질감과 반응이 일품이었다. 자동차의 본질은 엔진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명품 엔진의 존재감만으로도  Q60의 앞길은 밝아 보인다. 

 

INFINITI Q60 RED SPORT 400
가격 697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685×1850×1385mm
휠베이스 2850mm
엔진 V6 2997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405마력/6400rpm
최대토크 48.4kg·m/1600-5200rpm
변속기 자동 7단
무게 1800kg
연비(복합) 9.6km/L
CO₂배출량 180g/km
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
타이어 (앞/뒤) 255/35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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