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X, 풀 사이즈 SUV의 거대한 존재감과 그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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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X, 풀 사이즈 SUV의 거대한 존재감과 그 이면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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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56의 거대한 존재감은 시선을 압도한다. 뒷좌석은 편하지만, 국내 도로환경은 운전자에게 다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인피니티 QX는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세단에서 사용하는 ‘Q’와 네바퀴굴림 방식인 4×4를 상징하는 ‘X’를 가져와 이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인피니티 최초의 미드사이드 SUV로 태어났다. 그것이 1세대 닛산 패스파인더를 베이스로 만든 인피니티 QX4였고, 2세대부터는 5.6L V8 엔진을 얹으면서 풀 사이즈 럭셔리 SUV로 체급을 올리며 QX56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새 디자인과 개선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지금의 3세대 QX56은 지난 2010년 봄 등장했다.

QX56은 실질적으로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풀 사이즈 럭셔리 SUV’ 리그(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렉서스 LX, 포드 내비게이터 등)를 겨냥한 모델이다. 도로 폭이나 주차장 같은 교통환경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먼저 선보였던 허머나 에스컬레이드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시장에는 극히 소수의 오너가 선택할만한 차다.

인피니티 QX56은 단적으로 ‘거대한 존재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앞에서 이 차를 보고 있으면, 보는 사람이 주눅이 들 만큼 웅장하다. 5,290mm에 달하는 길이, 2m가 넘는(2,030mm) 너비는 도로에서 차선을 꽉 채운다. 7인승 SUV의 덩치는 12인승 그랜드 스타렉스나 그랜드 카니발을 압도한다.

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차에 탈 때는 계단(사이드 스텝)을 밟고 올라서야 쉽다. 프레임 위에 보디를 얹은 타입이라 플로어가 높기 때문이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고, 달리는 동안에도 차안은 아주 조용하며, 라이드 성격은 편안하다. V8 5.6L 대배기량 엔진까지 미국식으로 허세(?)부리기에는 제격이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은 405마력/5,800rpm, 최대토크는 57.1kg·m의 V8 직분사 엔진과 다운 시프트 REV 매칭 기능이 있는 시퀀셜 시프트 타입의 7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루고 있는데, 그래도 2.7톤이 넘는 육중함을 마음껏 요리할 정도는 아니다. 무게 대비 토크를 고려했을 때 1~3단까지의 견인력은 괜찮은데, 4단 이후부터는 여력이 덜한 감이 있다. 22인치 휠 사이즈에, 크루징 타입을 고려한 최종감속비의 설정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 그런지 매뉴얼 시프트에서도 7단으로의 변속은 80km를 넘어야 한다. 예상대로 도심 구간에서의 연비는 저조했고, 크루징을 기본으로 교외 구간이나 고속도로를 달렸을 때의 연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틀 동안 달린 평균연비는 6.5km/L.

큰 체구에 럭셔리를 강조한 만큼 닛산과 인피니티가 다듬어온 온갖 안전 및 편의사양들이 그득하다. 스크레치 자동복원 기술을 비롯해 액티브 프론트 라이트 시스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과 디스턴스 컨트롤 어시스트,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FCW : Forward Collsion Warning),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는 차선 감지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실내 편의장비로는 이렇게 큰 차에 꼭 필요한 기능으로 차의 전방위를 모니터에 비추는 360° 어라운드 뷰 모니터, 13개의 스피커로 꾸민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트 히팅의 경우 1열은 냉온풍이 나오고 2열은 열선 방식이며, 3존 에어컨디셔너와 3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갖추었다.

QX56에는 인피니티 최초의 유압식 자세제어장치인 HBMC(Hydraulic Body Motion Control)가 적용되어 있다. 이는 서스펜션에 걸리는 힘을 모니터해 코너링 시 차의 쏠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차에서는 스포티함과는 상관없이 지상고가 높은 차를 위한 안정적인 롤 제어에 중심을 두었다. 닛산코리아에서 이 차를 말할 때 ‘드라이빙이 아니라 크루징!’이라고 주장하듯, 안락함 위주라는 성격은 분명하다.

실제로 일정한 롤 모멘트가 일어나는 코너링에서는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지만, 직진 주행을 하면서 급차선 변경이나 계속되는 잦은 조타각의 변경에 의해 요 모멘트가 일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스티어링 입력값에 반하는 롤의 역모션이 비교적 빠른 시기부터 나타난다. 물론 위험한 지경에 이르기 전에 VDC가 나서서 커버하고, AWD에서 4H를 쓰는 방법을 동원하면 한계 성능은 더 올라가가겠지만….

대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롤 모션을 일정하게 이끌어가듯 운전하면 덩치는 커도 제법 도로와 차가 일체감을 느끼면서 주행할 수 있다. 생각보다 피드백이 나쁘지는 않아서다. 한 가지 끌리는 기능은 굳이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아도 같은 센서(프론트 범퍼의 중앙에 위치)를 사용하는 FCW 덕분에 전방에서 달리는 차가 급격히 감속하면 QX56에서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전방 차에 대한 추돌 경고 아이콘을 띄워준다. 게다가 빨리 달리는 고속도로든 차속이 느린 골목길에서든 속도나 거리에 상관없이 상대 감속에 의한 센싱과 경고 방법은 마음에 들었다.

차선과 거리의 시선을 압도하는 QX56의 존재감은 상당하지만, 그 크기와 대배기량 엔진은 다운사이징이라는 대세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가격 접근성과 교통환경이 미국과는 다른 한국에선 어쩔 수 없이 소수를 위한 선택인 듯하다.

글 · 김태천 (자동차 칼럼니스트)

FACTFILE
INFINITI QX56
가격 1억2천500만원
크기 5290×2030×1925mm
휠베이스 3075mm
무게 2730kg
엔진 V8, 5552cc, 휘발유
최고출력 405마력/5800rpm
최대토크 57.1kg·m/4000rpm
연비 6.8km/L
CO₂ 배출량 345g/km
변속기 7단 자동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브레이크 V 디스크
타이어 275/50 R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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