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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2월 신차 비평
2017년 12월 27일 (수) 12:09:34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c2@iautocar.co.kr

BMW X3

   
 

구상: 2000년대 초반에 데뷔한 BMW X3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BMW는 초기에 자사의 SUV를 SAV, 즉 Sports Activity Vehicle 이라고 칭하면서 다른 메이커의 SUV에 비해 역동성을 강조했었다. 주행성능이 가장 큰 특징인 BMW의 정체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 


새로운 X3는 기존 대부분의 BMW 모델들이 그런 것처럼 급격한 변화보다는 진화에 의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첫눈에 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신구모델을 대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어느 부분이 바뀌었는지 금세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에 약간의 모서리를 더해 육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었고, 헤드램프 안쪽에 있는 종전의 코로나 링 역시 원형에서 육각형으로 바뀌었다. 육각형은 최근 BMW 차들의 특징인데, 이런 육각형 요소는 휠 아치 디자인에서도 나타난다. 


앞뒤 오버행을 짧게 설정했고, 보닛 길이를 강조한 모습이다. BMW 승용차의 특징이었던 호프마이스터 커브에 의한 D필러 디자인은 이제는 거의 사라진 인상이다. 초기 모델들에서는 뒤쪽에 약간 각진 형태로 호프마이스터 커브를 살리기도 했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이런 요소를 억지로 넣기보다는 디자인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내 인스트루먼트 패널 역시, 육각형 이미지의 센터페이시아 디자인을 중심으로 최근의 BMW 모델들과 동일한 흐름이다. 우드그레인 패널-모델에 따라서는 카본이나 메탈 패널이 들어가기도 한다-이 가운데 환기구 주변에 마치 ‘ㄱ’ 형태로 둘러진 모습도 독특하다. 새로 등장한 BMW X3는 전반적으로 급격한 변화보다는 세부적인 디자인을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보여준다.

 

류청희: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SAV) 즉 일반 도로용 SUV라는 장르를 개척한 브랜드가 BMW다. 가장 폭넓은 소비자층을 상대해야 하는 X3은 그런 이유 때문에 오히려 무난하고 조금 보수적 주행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전 세대가 BMW 라인업에서 가장 구형 느낌이 강한 존재였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SUV 시장에 워낙 많은 차가 모여 있고, 비슷한 성격의 차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온다. BMW 라인업 안에도 X4처럼 X3의 스포티한 영역을 가져간 모델들이 있다. 그래서 새 모델의 성격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전 세대에 비하면 몸놀림이 훨씬 더 차분하고 편해진 것이 새 모델의 특징 중 하나다. 하드웨어적으로는 훌륭하다. 이전 세대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듬직함과 솔직함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을 아무리 바꿔도 정해진 틀은 그대로인 실내를 보면 BMW가 당위와 현실 사이에서 했을 고민들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들어 BMW가 내놓는 제품들을 보면 혁신적인 모델과 보수적 성격의 모델이 뒤섞여 있다. X3은 그런 가운데 중심역할을 했어야 하는 차다. 그리고 극과 극인 모델 성격은 X3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표현된다. X3 한 대에 상반되는 두 가치를 모두 담기는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BMW가 가장 잘 하는, 내연기관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나아가 유해 배출가스까지 줄이면서 스포티하게 달릴 수 있는 하드웨어에 집중했음은 금세 알 수 있다. 별다른 조작 없이 험로 주행이 가능하고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기대 이상으로 영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근본적으로 X3은 다재다능하고 잘 만들어진 차다. 그러나 여러 장비의 UX(사용자 경험)는 아직 정돈이 덜 된 느낌이다.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고, X3도 그렇다.


푸조 5008

   
 

구상: SUV가 대세인가 보다. 푸조 역시 SUV를 내놓기 시작했다. 5008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5’라는 숫자와 ‘2개의 0’을 쓴 푸조 작명법 기준에서 본다면, 중형급 차체에 공간을 최대한 살린 콘셉트. 외관은, 최근 푸조 디자인이 추구하는 에지를 넣어 다소 공격적인 인상을 강조한다. 이전의 푸조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곡선을 살린 볼륨감이 주었던 귀여움을 과감히 버린 것. 푸조의 소형 모델에서는 어느 정도 반응을 얻었지만, 중형으로 올라가면서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푸조 자동차들은, 면의 밀고 당김에 의한 모서리 강조 및 새로운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그리고 프랑스만의 창의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디테일은 예전에 비해 대중화시키면서도, 이 모든 것을 접목한 전체적 디자인은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독창성 높은 감성을 유지하도록 그렸다. 얼굴을 보면, 요즘의 유행과도 같은 주간주행등과 전조등을 위 아래로 따로 떼놓지 않았다. 유행을 따르지 않더라도 캐주얼한 SUV를 지향하는, 즉 패션너블한 SUV의 모습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푸조만의 자존심일 수 있겠다. 


새로운 5008은 이런 날카로운 디자인에 준대형급에 맞먹는 2840mm의 휠베이스와 3열 7인승의 공간설계를 보여준다. 꽤나 큰 차체 사이즈임에도, 최근의 화두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좇아 1.6L 및 2.0L 엔진을 올렸다.  


독특한 점은, 뒤쪽 오버행이 매우 짧다. 반면에 뒷문을 상당히 길게 만들어, 즉 휠베이스를 늘려 뒷좌석 거주성을 높였다. 게다가 C필러를 쿼터글래스로 덮어 심플함을 강조했고, D필러 역시 크롬 몰드 하나만으로 처리해 매우 간결한, 전위적 디자인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이런 부분이 프랑스 모델의 차별적 디자인 요소다. 즉, 기존 다른 SUV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류청희: 요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푸조는 3008이다. 이전 모델도 꾸준히 판매되며 국내 푸조 라인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미니밴에 가까왔던 구형보다 SUV 스타일로 바뀐 신형에 대한 반응이 더 좋다. 물론 실제 판매량은 여러 요인 때문에 ‘대박’ 수준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3008이 5008과 상호보완 관계이기 때문이다. 5008은 국내에 처음 들어오지만, 거의 같은 앞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듯 두 모델은 같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휠베이스와 차체 길이를 각각 짧고 길게 만들어 구분한 형제차다. 즉 3008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2열 좌석 공간을 키워 가족용으로 쓰기에 더 어울리게 만든 것이 5008이다. 사실 3008과 마찬가지로 5008의 실내공간 구성은 이전 세대처럼 미니밴에 가깝다. 여느 SUV보다 공간 활용성이 더 뛰어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중차 브랜드로서 고급화에는 한계가 있지만, 감각적 디자인과 내장재 구성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은 3008과 5008 모두의 장점이다. 3008과 디젤 엔진 중심의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차체가 더 큰 만큼 탁월한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푸조는 적당한 힘과 운전 재미를 높은 효율과 잘 버무리는 것이 특기다, 동급 유럽 브랜드 SUV 중 드문 7인승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험로 주행을 돕는 그립 컨트롤이 있지만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없는 ‘무늬만 SUV’라는 점은 푸조에서 굳이 강조하지 않을 것이다. 


차 자체는 그렇다 쳐도 중요한 것은 값인데, 사실 국내에서는 수입사 사정상 합리적이라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5008도 예외는 아니다. 5008이 지닌 가치가 값에서 비롯되는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을 넘어설 정도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비슷한 가격대에 다른 가치를 더 잘 갖춘 차들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렉서스 NX

   
 

구상: 렉서스는, 그들 모델의 방향성을 독특한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동력계로 잡은 게 틀림없다. 스핀들 라디에이터 그릴도 이제는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춰지는 인상이다. 물론 스핀들 그릴의 외곽 형상은 비슷하지만, 차종에 따라 내부에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NX 모델들에서도 같은 구성이다. 스핀들 그릴과 함께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가 날카로운 이미지의 헤드램프 및 그 아래쪽에 자리잡은 LED 주간주행등이다. 마치 범퍼를 칼로 도려낸 것처럼 보이는 이 디자인은 이제 거의 모든 렉서스 모델들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렉서스가 이처럼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후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특징을 가져야 했기 때문 아닐까? 이제 막 출범한 제네시스에 비하면 렉서스의 30년 역사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물론, 70년에서 100년에 이르는 서구의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를 생각했을 때, 렉서스의 조급한 마음도 이해가 간다. 부족한 역사를 채우기 위해, 렉서스는 특유의 디자인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NX 디자인에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다. 특히 휠아치의 육중함을 강조하기 위한 세부적인 마무리가 그것인데, 세로로 지나는 부분보다 가로로 설정된 플랜지를 굵게 설정해서 전반적으로 휠 아치가 펜더 위쪽까지 올라오도록 했다. 물론 18인치 휠을 끼워 휠아치 존재감을 높였지만, 휠아치 디자인만으로도 차체의 육중함을 강조한다. NX는 일본 메이커 특유의 정교함을 살린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기술이 어우러진 모델로, 렉서스를 더욱 감각적인 브랜드로 돋보이게 한다.  


류청희: 인기 높은 소형 SUV 시장에 렉서스가 빠질 수 없어 만든 차가 NX였다. 이번에 NX는 페이스리프트하면서 모델 이름에 들어가는 숫자에 살짝 변화를 줬다. 이제는 렉서스에서도 모델 이름 뒤에 붙는 숫자에 추상적 개념을 담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비슷한 이름짓기를 하고 있으니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페이스리프트격의 손질을 받았지만 변화의 폭은 평범하다. 차체에서는 패널 금형에 손대지 않는 선에서 주로 플라스틱 부품만 손질하는 선에서 그쳤고, 실내도 조작 편의성과 시인성, 기능을 강화했을 뿐이다. 안전장비가 대폭 보강되었는데, 실질적으로 요즘 빼놓을 수 없는 자율주행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처럼 국내에서 아직 쓸 수 없는 것들은 최신 차종으로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점도 있다. 그럼에도 운전자가 다루기 쉽고 달리기가 듬직한 것, 여느 렉서스 모델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장재 등을 보면 잘 팔릴 차의 자질은 갖고 있는 셈이다.


순수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나란히 파는 전략은 NX는 물론 다른 렉서스 모델에서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소비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의 기회를 주는 셈이다. 그와 같은 기본적 장점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품성 개선이 적극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잘 팔리는 차라 관성적 손질에 머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시장 안에서 새 모델이 나오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다소 안일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는 만큼, 판매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렉서스도 이제는 충분한 역사를 지닌 브랜드고,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작업들이 늘어나 제품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그래서 새 NX는 살짝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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