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깊이, 레인지로버 이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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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깊이, 레인지로버 이보크
  • 최주식
  • 승인 2019.09.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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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더 깊이 이루어졌다

변화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어떤 변화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모든 변화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모든 사물은 일정 부분 변화를 강요받는다. 변화를 통해 더 나은 모습과 존재감을 높여야 하는 것은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의 변화 또한 그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여러 세대의 변화를 보며 과연 더 나아졌는가 따져보았을 때 의문점이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시대의 요구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나는 2세대 이보크는 어떤 경우일까? 

처음 이보크가 등장한 게 2011년. 벌써 8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이보크라는 이름에는 왠지 유통기한이 아직 많이 남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2세대 이보크의 디자인은 상당히 익숙하다. 게다가 앞서 선보인 벨라 디자인과도 흡사하다. 이런저런 선입견을 제거하고 그 자체로만 보면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그러면 되지 않았나. 글쎄, 이런 트렌드는 이미 독일차를 중심으로 익숙하게 봐왔던 장면이다. 더 이상 손댈 수 없을 정도의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고.

아무튼 여기에는 1세대 이보크가 거둔 엄청난 성공이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성공 요인이 파격적인 디자인 때문이었다면 누구든 그 디자인 유산을 버리긴 힘들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독창적인 디자인 형태는 그대로 두고 디테일은 세련됐다고 평가받는 벨라의 것을 차용한 것이다. 슬림해진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물론 도어 손잡이도 벨라처럼 숨어있다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단차를 줄이고 견고함을 더하는 등 세심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작고 스포티한 벨라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마케팅 포인트로 나쁠 게 없다.

자 이제 그 변화의 깊이로 들어가 보자, 먼저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시승차는 D180 R-다이내믹 SE. 직렬 4기통 2.0L 터보 180마력 디젤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이 2400rpm에서 그리고 최대토크 43.9kg·m가 1,750-2500rpm에서 발휘되므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쏟아낸다. 초기 가속이 힘차게 이루어지는 것은 토크가 센 디젤 엔진의 특성이지만 그 느낌이 일반적인 것 이상이다. 가속의 계단을 하나씩 밟고 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을 놓게 하는 움직임이다. 폭발적인 가속 뒤의 정체보다 막힘없이 이어지는 순조로운 흐름이 스트레스의 총량이 적은 이유와 같다.

오프로드에서 활기찬 모습. 도강 능력은 600mm로 향상되었다

상쾌한 움직임은 활기차다. 활기차면서도 주행 질감이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은 차체 진동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 바퀴가 확실히 노면과 밀착되어 있다는 안정감은 도로 위에서 자신감을 높여준다. 자신감은 코너를 만났을 때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밑천이 된다. 라인을 감아나가는 궤적 또한 활기차다. 운전 재미와 더불어 핸들링에 가산점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진동이 억제된 느낌은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좋은 승차감이다. 더불어 달리는 동안에는 디젤엔진 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

벨라 분위기가 가득한 실내는 조금 더 간결한 구성이다

D에서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툭 쳐 S로 옮기면 스포츠 모드. 레버를 아래 위를 움직여 변속할 수도 있지만 패들 시프트를 다루는 게 더 쉽고 재미있다. 계기판 그래픽 변화가 없어 심심하지만 차체는 다소 응축된 자세로 전환한다. 자동 9단 기어는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세팅되어 스포티한 반응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반응은 전반적으로 매끄럽다.

이보크는 랜드로버 최초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을 채용했다. 벨트 구동식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있어,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모아 배터리에 저장해두고 엔진 구동을 보조하는데 사용한다. 이를 통해 연료 효율을 5% 정도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스포티한 기어 레버. S 모드로 전환이 빠르다

차창을 스쳐가는 풍경이 바뀌듯 노면의 상태도 매끈한 곳, 표면이 닳고 거친 곳을 오간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는 벨라에 쓰인 신형 인테그랄 링크로 구성된다. 계속해서 댐퍼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쇼크 업소버가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일정한 승차감을 유지해준다. 이보크는 2세대에 이르러 차체 강성이 한층 더 견고해진 느낌이다. 내친 김에 오프로드를 찾아 나섰다.

뒷좌석은 보기보다 넓다

아무리 스타일 앞세운 SUV라고 해도 속성은 역시 레인지로버라는 것은 오프로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 수 있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는 오토 모드에서 자동으로 노면 상태를 파악하고 주행 모드를 설정해준다. 웬만한 지형에서는 오토 모드가 알아서 해주지만 모래, 자갈 등의 노면에 맞춰 해당 모드를 선택하면 더 한층 집중력을 발휘한다. 도강 능력 깊이도 기존 500mm에서 600mm로 향상됐다. 웬만한 물웅덩이는 가뿐하게 치고나간다.

뒷좌석을 다양하게 접을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좋다

벨라와 같이 터치로 작동하는 듀얼 디스플레이는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 과거 버튼 방식도 좋았지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내의 여러 가지 기능과 더불어 분위기 역시 스마트해졌다.  시트는 편안하고 운전하기 좋은 자세. 오프로드에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도어포켓도 넉넉해 앞좌석 실내 공간은 부족함 없다.

차체 강성이 높아진 2세대 이보크는 온·오프로드 모두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준다

뒷좌석은 보기에 좁아 보이지만 실제 앉아보면 여유가 있다.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21mm 길어진 효과가 여기서 나타난다. 뒷좌석은 뒤로 살짝 기대앉는 자세로 레그룸도 답답하지 않다. 뒤에 3명이 앉기도 무난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뒷좌석에 앉아 바라보는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이 시원하다. 리어 시트는 40:20:40 으로 따로 또 같이 접을 수 있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적재 공간은 591L이며 최대 1,383L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실용 SUV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다.

2세대 이보크의 가격은 기본형 6천800만 원에서 시작해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차선 유지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 등을 기본으로 갖춘 D180 SE 모델은 7천680만 원, 시승차인 D180 R-다이내믹 SE는 20인치 휠과 고급 가죽시트 등을 더해 8천230만 원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2세대 이보크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부분 모두 깊이 있는 변화가 이루어졌다. 장비에 따른 가격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에 고민을 더하는 부분이다. 

 

All NEW RANGE ROVER EVOQUE
가격    8230만 원(R-Dynamic SE)
크기(길이×너비×높이)    4371×1904×1649mm
휠베이스    2681mm
엔진    직렬 4기통 1999cc 터보 디젤
최고출력    180마력/2400rpm
최대토크    43.9kg·m/1750-2500rpm
변속기    자동 9단
최고시속    205km
0→시속 100km 가속    9.3초
연비(복합)    11.9km/L
CO₂배출량    162g/km
서스펜션(앞/뒤)    스트럿/인테그랄 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5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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