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S7, RS7이라 쓰고 리얼 슈퍼 세븐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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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7, RS7이라 쓰고 리얼 슈퍼 세븐이라 읽는다
  • 최민관
  • 승인 2014.04.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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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슈퍼’의 머리글자 같은 RS는 착시를 부르는 이니셜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2톤이 넘는 육중한 무게에다 5m에 육박하는 장신임을 쉽게 잊는다. 매끈한 지붕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영락없는 쿠페 보디다. 체지방 제로인 육상선수의 몸매는 어떤 각도에서 봐도 멋지지만 특별히 쿼터뷰는 숨이 막힐 지경. 그러다 문득 도어가 다섯 개임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게 된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운 21인치 휠이 번쩍이며 고성능을 상징한다. 범퍼는 한층 강렬해졌고 특유의 싱글 프레임 그릴은 RS 버전만의 특권인 블랙 하이그로시 허니컴 소재를 썼다. 매트 알루미늄 재질로 곳곳을 다듬었고 한층 강렬해진 범퍼를 달았으며 LED 헤드램프가 내쏘는 광량은 무시무시하다.

V8 바이터보 560마력 엔진은 앞으로 몇 년간 아우디와 벤틀리를 먹여 살릴 폭스바겐 그룹의 총아다. 배기량 3,993cc에 1.2바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세팅한 직분사 엔진이다. 5,700rpm에서 터지는 최고출력과 1,750rpm부터 분출되는 플랫 토크가 인상적이다.

연비효율을 위해 특정 조건에서 2, 3, 5, 8번 실린더의 작동을 멈추는 COD(Cylinder on demand) 기능을 달았는데 작동의 들고남을 인지할 만큼 어설프진 않았다. 강철 섀시보다 무게를 15% 줄인 하이브리드 알루미늄 보디에 8단 자동변속기와 콰트로 시스템을 결합했다. 손에 든 자료는 무척 인상적이다. 0→시속 100km 가속 3.9초. 도로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날 것 같진 않지만 일단 확인하는 수밖에!

1단이 60km를 커버한다. 연료차단은 약 6,700rpm부터 이뤄지고 시속 90km, 135km까지의 몫은 2, 3단이 맡는다. 내 몸은 필요 이상의 성능임을 즉감 체감한다. 제원 상 시속 100km 가속에 3.9초가 걸리는데 정말 폭발적이다. 레드존을 치고 블랩 사운드를 뱉어내는 RS7은 영락없는 한 마리 짐승이다. RS 스포트 배기 시스템의 사운드 플랩은 아주 다이내믹하다. 감성보다는 철두철미하게 기계적 감각을 추종하는 엔진에 비해 꽤 과시적인 세팅이다.

이제는 흔해진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RS7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벤틀리와 똑같은 구성인 신뢰의 ZF사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신형 R8은 싱글 클러치를 버리고 듀얼 클러치로 거듭난 지 오랜데! 약간의 아쉬움이 생겨난 건 그래서 일 거다. 명쾌한 직결감과는 달리 가감속을 위한 변속의 빠릿함이 살짝 무뎌졌다. 여유로운 크루징이 어울리는 V8 엔진의 벤틀리 콘티넨탈 GT에서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대목이다.

한층 높은 스포츠 감각으로 정제했기에 간극이 느껴진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서킷의 트랙에 한층 어울리는 R8과 달리 전천후 쓰임새를 자랑하는 팔방미인임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바른 선택일 수 있다. 살짝 흐려진 변속 반응은 S 모드로 적극 상쇄시킨다. 매뉴얼 팁 모드에서 레드존에 이르더라도 스스로 변속하는 무례함은 없다.

내가 한층 놀란 건 콰트로 시스템의 세련된 구동 느낌이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2007년형 RS4는 둔탁한 질감이 분명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콰트로는 투박한 기계적 물림에서 벗어났다. 너무나 쉽게 속도가 오르고 너무나 안정적으로 멈춰 선다. 트랙션을 높이는 장점은 취하고 앞뒤 구동배분을 4:6으로 맞춰 스포티한 감각을 덧씌우려 애썼다.

코너에서 토크 벡터링이 주는 묘미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는다.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 조작과 함께 급제동을 끌어내도 차체는 전혀 허둥대지 않는다. 이제 콰트로 기술은 날랜 스포츠 감각을 덧씌우는 아우디 최고의 헌상품이 됐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또한 이렇게까지 발전한 기술을 보면 무척 흡족해하겠지.

다양한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 건 아우디의 전매특허.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한층 민감해진다. 에어 서스펜션의 댐핑 컨트롤은 놀랄 수준이다. 일찍이 21인치 타이어로 이렇게까지 편안한 승차감을 내는 차는 없었다. 드라이브 셀렉트를 다이내믹으로 세팅하면 노면을 쿵쾅거리며 읽어내는 서스펜션의 민감도도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렇더라도 어지간한 요철은 편안하게 넘을 수 있다.

최고시속은 305km. 확인할 길이 없었다. 두렵진 않았다. 법규를 심각하게 어기는 것이 싫었을 뿐. 묘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은 대단했다. 지긋하게 밟히는 감각부터 완벽한 작동 시점, 끈적이는 제동력 모두 흡족하다.

아우디가 매만진 인테리어는 업계 표본이다. RS7은 빈틈없고 균질한 품질 중에서도 한 수 위다. 정밀한 카본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대변하는 완벽한 품질감을 지녔다. 시동을 걸면 속도계와 타코미터의 새빨간 링이 번쩍거리며 화려한 세러모니가 펼쳐진다. 3 스포크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바닥이 평평한 경주용 타입이다. 고급 가죽과 감각적인 스티치, 열선 기능은 기본이다. 스티어링 패들은 정확하게 3시와 9시에 붙어 있는데,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브를 위한 최적의 설정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은 기본.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 사물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오디오 노브와 시동 버튼이 기어 레버 오른쪽에 붙어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두껍고 경사진 A필러 또한 시야 확보에 불편함을 준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의 보기도 듣기도 좋은 하이엔드 퀄리티로 위안을 받는다. 두 사람을 위한 뒷좌석은 근사하다. 헤드라이너를 파놓아 180cm 성인이 앉더라도 불편함이 없다. 해치를 열면 535리터의 공간이 나타난다. 뒤 시트를 내리면 1,390리터로 확장된다. 해치백의 묘미를 지닌 슈퍼카! 네 명의 골프 원정대의 주말여행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겠다. 전천후 쓰임새가 가장 돋보이는 매력일지도 모른다.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넓은 RS7은 RS 패밀리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요약하자면 실용적인 5도어 쿠페에 스며든 R8의 특별판이다. 옹색한 콕핏에 들어앉아 투시터 스포츠카의 낭비적인 요소를 지적할 이유가 없다. 슈퍼카의 영역을 일정 부분 잠식한 RS7은 벤틀리의 GT와도 부딪치지 않는다. 아니 대항마를 찾기조차 어렵다. BMW M6은 너무 재미없는 교과서 같고 벤틀리 GT는 근엄한 시니어 골프대회에나 어울린다.

오리지널 4도어 쿠페를 창조해낸 메르세데스-벤츠의 CLS 63 AMG 정도만이 유일하게 가치적 맞수임을 자처한다고 할까? 잉골슈타트의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를 실천하고 있었다. 디자인의 영역에서마저!

글: 최민관(<루엘>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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