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카로 변신한 레이스카, BMW M3 & 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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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카로 변신한 레이스카, BMW M3 & M4
  • 최주식
  • 승인 2014.06.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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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는 고성능 머신은 포르투갈 남부의 평탄하고 길게 뻗은 도로와 곡선이 많은 트랙의 적요함을 흔들었다

얼마 전 BMW i3을 타며 BMW는 참 놀라운 브랜드라는 생각을 했다. 너도나도 전기차를 만드는 시대지만 그 발상과 실현해내는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방금 콘셉트 카의 베일을 벗은 듯한 디자인과 인테리어 그대로 도로를 누비는 상상은 현실이 되고, 이런 전기차라면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다 할지라도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상품을 만들되 그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트렌드를 이끄는 힘이 아닐까.

그리고 오늘 신형 M3을 만나며 BMW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한다. 한국에서 출발한 지 20시간이 지나 지구의 저편 포르투갈의 남부 도시 파티마오에 도착했다. BMW의 5세대 신형 M3 그리고 M4를 만나기 위해서다. 3시리즈의 고성능 버전 M3은 BMW의 또 다른 속성, 달리기의 즐거움을 뼛속 깊이 추구하는 차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레이스카를 모토로 한 M은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불리며 고성능 세단의 신세계를 열어나갔다.

M4는 짝수가 쿠페가 되는 BMW의 새 이름 짓기 정책에 따라 M3 쿠페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다. M3은 자연스레 세단의 통칭이 된다. 최초의 M3은 2도어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은 쿠페라기보다 2도어 세단에 가까웠다. 세월의 진화에 따라 2개의 성격으로 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M3과 M4는 닮은 듯 다른 이란성 쌍둥이 형제다.

M 패키지가 아닌 순수 M은 오리지널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낮고 넓은 자세, 3시리즈에서 익숙한 모습인 헤드램프에서 이어지는 키드니 그릴까지. 그릴 한쪽에 새겨진 M 로고가 살짝 경외감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보닛 가운데 불룩 솟아오른 파워돔이 무언가 대담한 심장을 품었음을 암시한다(트윈 터보와 인터쿨러를 위한 공간이다). 범퍼 아래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와 에어 커튼으로 M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순간, 날카로운 형태의 사이드미러, 더블 스포크 휠 디자인이 인상적인 앞모습을 후방으로 분산시킨다.
 

치밀하게 파고든 공기역학과 무게 감량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성능향상을 이루어냈다. 5세대 M3은 이전의 직렬 6기통 엔진으로 돌아오면서 4세대 V8의 성능을 넘어섰다. 이전 세대의 8기통 3,999cc 엔진은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낸다. 새로운 직렬 6기통 2,979cc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31마력, 최대토크 56.0kg·m을 낸다. 2기통과 1,020cc를 잘라낸 결과로서, 다운사이징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대토크는 종전보다 40%나 더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연료소비와 배기가스를 줄인 효과는 25%에 이른다. 비결의 하나는 체중 감량. 자그마치 80kg이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M3 & M4 모두 지붕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만들었고, 섀시 및 일부 부품에 알루미늄 재료를 사용했다. 새로 드라이브 샤프트도 CFRP로 만들었는데 단지 무게 감소뿐 아니라 회전 질량을 줄여 드라이브 트레인의 역동성을 개선한다.
 

M3과 M4의 외형은 도어의 개수만 제외하면 흡사하지만 뒷모습은 사뭇 달라 보인다. M3의 테일램프가 각이 진 데 반해 M4는 부드럽게 선이 이어진다. 이런 차이 때문에 M4의 트렁크 리드는 CFRP를 사용했지만 M3에는 스틸을 썼다. 재료가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이다. M4가 통합형 스포일러 립 타입인데 반해 M3이 약간 돌출된 거니(Gurney) 타입인 점도 차이점. 이안 로버트슨 세일즈 마케팅 사장은 론칭 행사장에서 신형 M3을 소개하며 “레이스카를 로드카에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M3과 함께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편안하게 쉬는 삶을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신형 M3과 M4는 트랙을 달리기 위해 냉각 시스템에 집중했다. 엔진과 터보차저 시스템, 변속기 모두에 최적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이를 위해 현역 레이서들이 개발과정에 참여했다. 독일투어링카챔피언십 DTM에서 활동 중인 브루노 슈펭글러와 티모 글록이 그들. 이번 글로벌 시승 행사에도 함께했다.
 

한편 미쉐린 관계자들이 나와 타이어에 대해 소개했다. 신형 M3과 M4 개발을 함께한 미쉐린 파일럿 슈퍼스포트 타이어가 이 차들에 얼마나 최적화되었는가 하는 점. 2가지의 상이한 고무 재질, 내부는 부드럽고 외부는 건조한 특성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 그리고 커브에서 타이어에 전해지는 온도와 부하가 균등하게 나누어지도록 해 접지력을 살리고, 고속에서 주행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시승차로 준비된 M3과 M4들이 남부 유럽의 강렬하고 나른한 햇살 아래 선명한 컬러를 드러내고 있었다. 파랑색(Yas Marin Blue)은 모두 M3, 겨자색(Austin Yello)은 모두 M4로 구분되었다. 직선으로 가면 가까운 알가르베 서킷을 에둘러 가는 코스를 달리는 것으로 시승은 시작되었다. 먼저 M3의 시트에 올랐다.  기본적인 인테리어는 3시리즈 그대로. M 전용 계기판과 가죽 스티어링 휠, 시프트 패들, M 변속기 레버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돋운다. 그리고 버킷 타입 시트가 안정적인 지휘자의 자리를 마련한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부드러운 느낌. 빠르게 이어지는 가속은 편안함을 동반한다. 트윈터보의 즉각적인 반응은 터보 랙이란 단어를 이미 지운 뒤다. 7단 M 더블 클러치의 변속은 단절감 없이 매끈하고 빠르다. 하지만 곧 단단함에 사로잡힌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 4.1초의 성능을 감당하기 위한 하체는 철벽처럼 단단하다. 신형 M3(M4도 물론이지만)은 차축 설계에 특히 신경 썼다.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축 시스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어 액슬 서브 프레임을 보디에 직접 접합함으로써 즉각적인 움직임, 민첩한 핸들링을 향상시켰다. 부싱 같은 완충장치가 없어 승차감은 다소 거칠어지지만 주행의 밀도는 더 높아지는 것, 바로 로드카에 이식한 레이스카의 본성이다. 낯선 길에서 쉼 없이 다른 길로 접어들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지만 가끔씩 거리 오차는 발생한다. 가령 200m 앞에서 좌회전하라 했다가 바로 즉시 좌회전을 지시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급격하게 스티어링 휠을 틀었는데, 차체는 한 치 흔들림 없이 깔끔하고 정확히 방향을 전환했다. 긴장은 스멀스멀 사라지고 재미란 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알가르베 서킷(Autodromo do Algarve)에 도착했다. 2008년 10월에 완공된 비교적 최신의 서킷으로 FIA의 승인을 받았다. 서킷 길이는 4.69km로 직선주로와 17개의 가파른 코너가 이어지는 까다로운 서킷이다. 이날은 전체 구간의 절반을 조금 넘게 사용했다. M3/4를 타고 서킷을 달린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DTM 우승 경력의 드라이버 브루노는 “이 서킷은 차와 운전자 모두에게 힘든 구간이다. 구배가 많은 코스로 그동안 운전해본 것 중 가장 어려운 트랙 중 하나다. 흥미롭지만 위험한 코스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너무 빨리 달리면 컨트롤하기 힘들다. 경험해본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사감 선생 같은 그의 말을 듣고 그와 티모 글록이 모는 페이스카를 따라 트랙의 코스를 익힌다. 확실히 커브의 경사가 심하고 오르막이 많아 다음 코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어서 M3, M4 각각 세 바퀴의 자유주행. 식권을 내듯 표 한 장에 한 바퀴를 달린다. 일반도로에서 시도할 수 없는 과감한 코너워크와 가속 그리고 제동력을 살핀다. 다운 힐, 브레이킹 포인트에서 제동은 강력하고 정확하게 꽂힌다. 페이드 저항력이 높아 역시 트랙 주행에 어울린다. M 탄소 세라믹 브레이크는 옵션으로 제공된다. 코너를 감아나가며 속도를 올리는데 머뭇거림이 없다. 코너링에서는 확실히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콘트롤(DSC)이 개입하는 것을 느낀다.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며 돌아가는 순간은 놀이기구에 탄 그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DSC를 끄고 주행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물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트랙에서 M3과 M4의 감각 차이는 크지 않았다. 등을 때리는 사운드는 순간순간 달랐다. 순식간에 식권 6장을 다 사용했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다.

M4를 타고 일반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허기를 달랜다. 시트 구조는 M3과 비슷하지만 질감이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쿠페지만 뒷좌석은 전혀 좁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 뒷좌석에 탄 이는 M3에서보다 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라고 말한다. 뒷좌석에 드나드는 불편만 감수하면 M4의 매력적인 요소가 더 커 보인다. 어쩌면 뒷좌석을 쓸 일이 별로 없는 이들에게 어필하는 차일 테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차들의 통행이 거의 없다. 고속도로는 약간의 곡선구간을 빼고는 마치 트랙의 직선구간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이처럼 달리기 좋은 구간은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독일 아우토반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속 200km대를 끊김 없이 유지하며 이토록 오랫동안 달린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고속주행 안정감이란 단어는 말해 무엇할까 싶지만 달리는 순간 정말 감탄한 것은 섀시의 강성이다. 버튼을 눌러 서스펜션 세팅을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스티어링 세팅을 똑같이 바꿀 수 있다. 원하는 주행감각을 각각의 단어에 대입하면 공식은 끝이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를 적적히 사용하면 된다. 인상적인 것은 스티어링의 정확성이 향상되었다는 점.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처럼 차축과 타이어의 긴밀한 움직임이 정확한 피드백으로 전해진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모두 하얀 페인트를 칠한 집들과 주황색 지붕들이 마치 그리스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에 소금기가 묻어왔다. 이윽고 들판 가운데로 난 길이 열린다. 로드 무비의 한 장면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시멘트로 포장된 이 길 또한 한정 없이 이어진다. 길은 거칠고 딱딱한 승차감이지만 이렇게 단단한 하체가 아니면 오히려 견디기 힘들 것이다. 옛날의 레이스는 이보다 훨씬 더 거친 길을 달렸을 것이다. 사진이나 스케치로 보던 그 장면들은 순수한 열정과 낭만으로 가득했다. 고기가 물을 만나듯 차는 길을 만날 때 빛나는 것. 포르투갈 파티마오에서 만난 모든 도로와 트랙은 로드카로 변신한 레이스카, 신형 M3, M4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글·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사진·최주식, BMW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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