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 SUV 타호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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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아메리칸 라이프스타일 SUV 타호의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2.04.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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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는 미국에서 상당히 대중적으로 쓰이는 대형 SUV이고 같은 브랜드의 서버번(Sururban)과 많은 부분이 같다. 서버번은 타호보다 리어 오버행이 긴, 말하자면 픽업 트럭에 지붕을 올린 형식에 가까운 차다. 오늘 살펴보는 모델은 2022년형으로 등장한 5세대 풀 모델 체인지다.

타호의 차체 크기는 길이 5350mm, 너비 2060mm, 높이 1925mm, 휠베이스 3071mm이다. 국산 대형 SUV 제네시스 GV80의 차체 길이를 비교하면 무려 405mm나 길다. 높이도 210mm 더 높고 휠베이스도 116mm 길다. 

 

타호와 비교하면 GV80은 크기가 작기도 하지만, 사실 크기보다도 GV80의 지붕 선이 뒤로 갈수록 주저앉는 디자인이라는 게 눈에 띈다. 무릇 국산 플래그십 SUV라면 차체 자세가 당당해야 하는데, 필자는 GV80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저렇게 뒤로 갈수록 주저앉는 지붕 실루엣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타호로 돌아와, 크기로 본다면 저렇게 큰 타호도 캐딜락의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보다는 작다. 에스컬레이드의 장축형 5766mm의 길이에 1946mm 높이보다는 타호가 416mm 짧고 21mm 낮다. 미국의 대형 SUV는 정말로 크다.

5세대 타호의 전면 인상은 수평 리브로 구성된 거대한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압도적 인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양쪽에 자리잡은 디귿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육중함을 강조한다. 뒷모습도 수직 비례의 테일 램프를 중심으로 수평적인 몰드와 차체 면 분할로 이루어진 모습이다.

 

타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수평으로 흐르는 밝은색 슬림 몰드를 기준으로 상부 패널을 분리해서 공간감을 강조한 모습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차체의 폭이 넓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런 인상이 든다. 특히 앞좌석 중앙의 암 레스트와 콘솔 박스의 폭을 보면 정말로 실내 폭이 넓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변속기 콘트롤러를 버튼식으로 해서 센터 페시아로 옮겨 붙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앞쪽 콘솔에는 주요 조작장치가 사라지고 컵홀더만 남아 공간의 활용이 거주성 중심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즉 운전과 관련한 조작 기구를 바닥 쪽에는 배치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써 차박할 때 바닥 공간의 활용이 더 편리할 수 있다.

실내 좌석은 3열 구성이다. 2열 좌석이 독립형 구조이고 폴딩과 더블 폴딩이 가능하고 실내에서 곧바로 3열로 이동이 가능한 워크 스루(walk through) 구조다.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추어 실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트 레이아웃은 2+2+3이지만, 3열 좌석은 성인 3명에게는 비좁아 보인다. 따라서 가족 단위의 캠핑이나 차박 활용에 장점이 있을 것이다. 2열 좌석 역시 각 좌석이 안락성보다는 공간 활용성에 중점을 둔 모습이다.

타호의 2열 이후 공간 크기와 활용성은 이 차가 미국에서 가족 중심의 캠핑차로 많이 쓰이는 차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특히 1톤에 달하는 견인 능력을 갖춘 것, 견인 주행 시에 피견인 캠퍼의 상태를 모니터 할 수 있는 후방 카메라와 조망 기능 장비를 갖추었다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도 견인형 캠퍼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견인력을 갖춘 대형 SUV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볼수 있다. 물론 그런 성능을 위해 타호는 8기통 6.0L급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엔진 사양이다.

미국 시판 모델에는 디젤 엔진 모델이 있는데 국내에 들여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물론 디젤 엔진이 전체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지만, 캠핑 용도로 쓰일 차의 연료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공간에서의 장점은 상당하다. 3열 좌석까지 모두 탑승한다고 해도 뒤 트렁크 공간의 크기도 매우 크게 확보돼 있음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얼마 전 레인지 로버의 디자인 칼럼에서 소비자들이 높은 수준의 물리적인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타호는 실질적으로 공간 활용성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적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차가 틀림없다.

단지 보여주기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그 기능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실용적인 대형 SUV, 이게 바로 미국식 대형 SUV의 본래 모습이다. 다만, 8기통 6.2L 가솔린 엔진은 우리나라의 실용적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으로 다가올 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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