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SUV, 쉐보레 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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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SUV, 쉐보레 타호
  • 나경남
  • 승인 2022.05.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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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타호는 풀 사이즈 SUV로 즐기는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쉐보레 타호를 시승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단순하다. 시승차인 하이컨트리 트림의 가격표 9253만 원은 실제 구매 예산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전혀 과하거나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따라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타호는 분명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재밌게도 타호를 시승한다고 하니 여러 지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저마다의 현실적 조건에 들어맞는지보다는 미국 기준의 풀 사이즈 SUV가 갖고 있는 존재감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타호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리 낯설진 않다. 아마도 헐리웃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정부 요원들이 사용하는 관용차량으로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 아닐까. 그 덕분에 강인하고 듬직한 분위기가 덧입혀지는 것도 사실이다. 

타호보다 먼저 국내에서 판매되면서 인지도와 인기를 누린 바 있는 캐딜락의 풀 사이즈 SUV 에스컬레이드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개인적으론 역시 타호 쪽이 취향이다. 실제로 타호와 에스컬레이드는 형제 차량이다. 모두 픽업 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이며 GMC 유콘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내에서는 디젤 엔진 버전도 존재하지만 국내엔 사실상 하나의 트림에 스페셜 버전이 추가된 형태로 판매된다. 선택의 폭이 좁다고 아쉽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배기량 6.2L의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만 선택 가능한 것도 그래서다. 타호와 같은 풀 사이즈 SUV에게 어쩌면 시대 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엔진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닐까. 세세하게 효율을 따져가면서 다른 이런 저런 활용 가능성을 재고, 같은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다른 ‘풀 사이즈가 아닌’ SUV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면 당신에게 타호는 맞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타호는 극히 감성적으로 선택할 자동차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거대한 차체 때문이다.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주차장 규격이 최근 그 면적을 확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파트처럼 공용 주차 공간을 사용해야 하고, 또한 그 주차 공간이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면 타호는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서라운드 뷰 시스템이나 주차 보조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지만, 타호의 전체 길이 5350mm는 주차장법에 따른 단위 구획에서도 확장형에 해당하는 5.1m를 훌쩍 넘기 때문에 다른 차량의 운전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주거지의 주차 환경은 해결 가능하더라도,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다루기엔 확실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조건이 조금 달라진다면 타호의 이런 특징들은 그 본질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요소들이자, 운전자가 타호를 선택할 이유가 되는 것들이다. 

상당한 크기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가속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시원스럽다. 6200cc 가솔린 엔진은 유려하고 부드러운 느낌보다 단단하고 솔직 담백한 느낌을 준다. 가속 페달을 밟는 것에 따라 엔진의 반응은 아주 즉각적이지만, 실제 구동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약간 시간차가 있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차의 성격은 아니지만 가속성능은 물론 상당한 수준의 고속 주행시에도 안정감이 높다. 고속 주행에서 차고를 낮춰주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 덕분이다. 하지만 진입 각도가 깊은 코너에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재미를 찾을 순 없었다. 다소 유머가 부족한, 고지식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왜 아니겠는가. 

 

오프로드에서는 조금 다르다. 본격적인 수준의 오프로드를 달려볼 순 없었지만, 둔턱들이 적지 않은 흙길과 자갈이 두껍게 깔린 길 위에서 타호의 기본 실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22인치 휠에 적용되고 있는 순정 타이어는 오프로드 주파성과 거의 관련이 없는 올 시즌 타이어였다. 아마도 블록 패턴이 조금만 더 강조된 타이어만 적용하더라도 진흙과 흙길에서의 운전 재미는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기본 사양으로도 크고 무거운 차체가 마치 얼음판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이게 만드는 출력이 있고, 차체가 미끄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충분히 콘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심감도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흙길에서 좀 더 유쾌하게 유머를 드러내는 편이다.

픽업 트럭 기반의 튼튼한 프레임 바디와 사륜구동 시스템 등은 그야말로 듬직하며, 거대한 엔진이 제공하는 넉넉한 출력과 단단하면서도 풍부한 회전 질감은 찰떡같이 잘 어우러진다. 운전석에 '올라' 앉으면 MPV나 미니밴 운전자의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차고도 높다. 2600kg이 넘는 무게가 꼭 장점인 것은 아니지만, 높은 차고나 넓은 실내 공간 및 적재 공간이야말로 타호의 특징과 매력일 것이다. 

타호가 감성적으로 선택하게 될 차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하면서도 풍요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타호를 다른 어떤 모델과도 비교할 수 없든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차량으로 평가하고 선택할 것 같다. 심지어는 9000만 원이 넘는 가격표도 동급의 차량과 비교하면 비교적 현실적인 수준이다. 기술적 수준을 수식하는 설명이 거창한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 시스템이나, 정차시나 주행시의 상황에 따라 차고를 조정하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을 비롯해 풍부한 주행 보조 기능들을 따져보면 더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CHEVROLET TAHOE HIGH COUNTRY

가격(VAT 포함) 9253만원(개별소비세 인하분 포함)
크기(길이 x 너비 x 높이) 5350 x 2060 x 1925mm 휠베이스 3071mm
무게 2651kg (20인치 휠 기준) 엔진 6162cc, 가솔린, 직분사 V8 변속기 자동 10단
최고출력 426마력 / 5600rpm 최대토크 63.6kg·m / 4100rpm
연료 탱크 용량 90.8L 연비(복합) 6.4km/ L 타이어(앞/뒤) 285/50 R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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