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와 여유로 달리는 수컷, 쉐보레 임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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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와 여유로 달리는 수컷, 쉐보레 임팔라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10.2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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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임팔라는 미국산 준대형 세단들의 무덤에서 살아날 것인가. 신호는 긍정적이다

쉐보레 임팔라가 국내 시판된다는 소식이 돌면서 인터넷상에는 개그맨 지석진 씨의 이름이 함께 연관검색어로 떠 의아했다. 알고 보니 TV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항상 잡히는 모습, 공격성이 없는 초식동물을 빗대어 그런 모양이다. 사전을 보면 임팔라(impala)는 케냐, 앙골라 주변에 분포하는 영양의 일종. 천적은 사자, 치타, 표범 등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몸매는 날렵하고 빠르게 달린다.

말이나 황소, 사자, 표범 등을 내세우는 브랜드 이미지에 비하면 유약한 이름이지만 첫인상은 견고하다. 같은 집안인 캐딜락이 내세우는 ‘볼드’(bold)와 일맥상통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앞모습에서 뒤로 흐르는 라인에 카마로의 모습도 살짝 스쳐간다. 뒷모습은 좀 평이하다. C필러 옆으로 임팔라를 형상화한 심볼이 붙어 있다. 기다란 뿔이 꼬리까지 닿아 있다. 임팔라는 수컷만 뿔이 난다고 하니 분명한 수컷이다. 

보기보다 큰 임팔라는 5m가 넘는 대형 세단. 차체 길이 5,110mm로 현대 에쿠스(5,160mm)에 버금간다. 하지만 휠베이스는 2,835mm로 에쿠스(3,045mm)와 차이가 크고 그랜저(2,845mm)와 비슷하다. 대신 트렁크가 무척 크다. 골프백 4개가 세로로 들어간다. 차체 크기에 비해 실내공간이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상대적인 개념. 실제 실내에 들어서면 그다지 작다는 인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임팔라는 2.5L LT(3천409만원), 2.5L LTZ(3천851만원), 3.6L LTZ(4천191만원) 세 가지 트림으로 나오는데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3.6L LTZ가 준비되었다. V6 3.6L 309마력 엔진은 캐딜락 XTS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캐딜락의 염가판이라 할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여름의 끝자락, 3.6L LTZ와 함께 여수공항에서 사천대교를 지나 남해 사우스케이프에 이르는 100km 거리를 달렸다. 국도와 고속도로, 와인딩 로드가 골고루 이어진 다양한 노면조건에서의 반응을 확인했다. 

시승차의 모하비 투톤 실내 컬러는 고급스럽고 밝은 느낌. 시트는 가죽이지만 패널 상단의 적용 부위는 인조가죽이다. 조금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게 싫으면 젯 블랙 컬러를 선택하면 된다. 폭이 넓은 가죽시트는 큰 체구도 너끈히 포용하는 아메리칸 스타일. 센터 터널을 가운데로 양쪽 시트가 꽉 차기 때문에 휴대폰이라도 그 사이로 떨어뜨리면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통풍 기능까지 갖추어 쾌적하다. 눈에 띄는 한 가지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배터리의 열을 식히기 위해 안쪽에 바람구멍까지 설치하는 섬세함을 보인다. 
 

그리고 카플레이. 더 넥스트 스파크에 먼저 적용된 카플레이가 임팔라에도 달렸다. 쉐보레는 이제 국내에서 카플레이를 가장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스파크와 차이점이라면 카플레이와는 별도로 전용 내비게이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 아이폰이 아니거나 이에 익숙치 않은 이들을 위한 한국적 장치인 셈. 하이패스 룸미러와 전동식 폴딩 사이드미러, 레인센싱 와이퍼도 한국 전용 모델에만 달린다. 아이폰 사용자에게 카플레이는 무시 못할 유혹으로 다가온다.

출발은 부드러우면서 묵직하다. 처음부터 큰 힘이 전달되는 느낌은 아니다. 최고출력 309마력은 6,800rpm에서, 최대토크 36.5kg·m는 5,200rpm에서 발휘되는 고회전 엔진이다. 풀 스로틀 반응이 빠른 것도 아니다. 킥 다운 스위치가 아예 달리지 않았다. 느긋한 성격이지만 0→시속 97km 가속 시간이 6.8초로 굼뜨지는 않다.

급할 것 없다는 태도지만 필요한 힘은 제대로 발휘하는 성격이다.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다루어서 빠른 반응을 이뤄내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힘을 전달하면 그에 반응하는 식이다. 브레이크 조작도 마찬가지. 고회전 엔진이지만 시속 100km로 순항하면 의외로 낮은 rpm대인 1,500에 머문다. 시속 120km에서도 1,900rpm 정도로 2,000rpm 아래에서 논다. 정속주행을 유지하면 얼마든지 연비가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 6단 변속기로 309마력의 힘을 나누는 데 무리는 없다. 랙 타입 전자식 차속감응 스티어링은 모터가 휠 쪽에 달려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근데 수동 변속 버튼이 기어 레버 위에 붙어 있다. 기어 레버를 D로 내렸을 때 위치가 아래로 쏠리므로 수동 변속은 다소 불편하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스위치가 달려 있는데 오디오 조절 장치다. 이쪽에 수동 변속 버튼을 달았으면 패들 시프트 기능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아메리칸 스타일.

묵직한 주행감은 단단한 하체에서 비롯되지만 단단한 감각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이나 중속에서 적당하지만 고속에서는 좀 묵직하기보다 약간의 유격이 느껴진다. 고속에서도 여유 있는 조종성을 배려한 미국식 세팅이라는 설명이다. 확실히 독일차와는 다른 감각, 차 만들기의 생각이 다른 것은 도로환경의 차이를 포함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런 특성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동력성능으로 다가온다. 파워는 충분하지만 그것을 쉽게 드러내기보다 저장된 느낌. 물론 필요할 때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10개 에어백을 기본으로 한 안전장비가 촘촘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갭 버튼을 눌러 앞차와의 추돌경고 거리를 조절한다. 그리고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변경 및 차선이탈 경고, 전방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안전장비는 전방위적이다. 이들 모두 기본장비라는 점이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소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지나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며 임팔라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한다. 큰 차체에 비해 허둥대지 않고 정확하게 코너를 감아 나간다. 집중력이 있고 반응이 빠르다. 무난하다고만 생각한 주행성능에 다이내믹한 요소를 하나 추가한다. 유연하면서도 빠르고 생태적으로 야성을 지닌 임팔라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뒷좌석에 탔다. 차체 크기에 비해 휠베이스가 짧은 편이지만 뒷좌석이 좁지는 않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가 있다. 문제는 착좌감이다. 시트에 앉았을 때 안락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응접실보다는 마치 스타벅스의 나무의자에 앉은 기분이다. 확실히 쇼퍼 드리븐용 차는 아니다. 하지만 듀얼 컵홀더를 포함한 멀티 암레스트는 한국시장을 위해 추가한 장비다. 뒷좌석용 220V 인버터도 마찬가지.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뒤 선반이 높게 올라와 있다. 운전석에서도 후방을 보았을 때 시야가 좁아지는 원인이다.
 

그동안 미국산 준대형 세단은 국내에서 실적이 좋지 못했다. 임팔라는 르노삼성 QM3처럼 수입차지만 판매실적은 국산차로 분류되는 구조다. 쉐보레는 임팔라의 판매대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국내 생산을 약속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임팔라는 국산 준대형 세단, 즉 그랜저, K7, 아슬란 등과 직접 경쟁하게 되는데 어느 때보다 경쟁력이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의 미국차와는 확실히 달라진 성격,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주력이 될, 타보지 못한 2.5L 모델이 더 궁금해진다. 스톱-스타트 시스템도 갖추었다고 하니 연료효율성은 한층 더 좋을 것이다. 임팔라는 ‘런닝맨’의 개그맨 지석진 씨처럼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것 같다. 임팔라 바람이 그저 미풍에 그치지도 않을 것 같다. 

글 · 최주식 편집장 (road@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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