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관능의 법칙 - 신혜의 빨간색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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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관능의 법칙 - 신혜의 빨간색 미니
  • 아이오토카
  • 승인 2014.04.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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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은 친구 같은 딸과 둘이 살고 있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며 착하고 예쁘고 살고 있는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 공방에서 나무를 다듬는 그, 목수인 그 성재는 두 사람의 나이처럼 어느새 해영의 삶에 스며들어와 좋은 감정을 나누고 있다. 해영은 얼른 딸이 결혼했으면 좋겠다. 남자친구도 있고 서로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못마땅하다. 성재와 데이트를 하는 데도 딸 눈치가 보이고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도 딸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그것도 힘들다.

미연은 아직도 팔팔한 청춘인 듯 살고 있다. 워낙 부유한 집 딸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란데다 주유소를 경영하는 남편은 온순하고 자상하다. 게다가 아이를 유학 보내고 나니 제2의 신혼이다. 하지만 그건 미연만의 생각일 뿐. 일상의 피곤함과 나이로 아내가 무서운 재호는 매일 전전긍긍이다.

방송국 PD인 신혜는 동기와 남몰래 연애를 하고 그의 업무를 도와주고 뒷바라지를 하며 사랑했건만 국장이 되자마자 어린 여자 후배와 연애를 시작하더니 곧바로 결혼이다. 이럴 수가. 청춘을 바쳐 일과 사랑에 매진했건만 돌아온 건 배신과 소문과 슬픔이다. 그런 신혜에게 나이도 한참 어린 외주 PD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와 버린다.

신혜는 빨간색 미니를 몬다. 경제력과 미모를 갖춘 골드미스 신혜. 하지만 누군가를 태울 일이 없으니 커다란 세단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가족과 주말농장에 갈 일도 없으니 SUV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기동성이 필요한 직업에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골드미스인 신혜이기에 자동차는 필수다. 그런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자동차가 미니 아닐까. 아주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세련된 외형을 가진 미니. 그것도 빨간색.

신혜의 미니가 빨간색인 건 어쩌면 그녀의 성품, 성향, 성격과도 닮아 있다. 그 공간은 오롯이 그녀만의 공간이며 그녀의 필요에 따라 어디든 갈 수 있는 도구이며 정열적이고 실력 있는 그녀와 잘 어울리는 차가 아닐까 싶다. 그런 그녀의 미니에 현승이 타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롭게 설정된다.

신혜의 차는 또한 그대로 해영과 미연과 차별화가 된다. 미연 역시 남편과 따로 차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경제적 수준을 말해주듯 남편은 BMW를, 미연은 아우디를 몬다. 부부지만 각자의 차는 각자의 공간이 되고 각자의 일상의 부분이 되는 것. 해영은 자신 소유의 차가 없고 성재의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고 울고 웃는다.

딱 <싱글즈>의 10년 후 버전이랄까. 감독도 권칠인 감독이고 엄정화의 출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영화 <관능의 법칙>은 이제 더 이상 스무 살의 어린 여자도 아니고 이제 서른 살이 되어 화양연화에 접어든 젊은 여자도 아닌, 아직은 늙지 않았으나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언니들의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세 축이 되는 해영과 미연과 신혜는 각각 드라마와 코미디와 로맨스를 담당하며 마치 <섹스 앤 더 시티 sex and the city> 의 두 번째 극장판을 보는 것 같은 정서를 자아낸다.

더 이상 어리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고 더 이상 어리지 않기 때문에 판단을 빨리 할 수 있고 더 이상 어리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짐이 되는 것이 정말 싫은 그녀들. 그녀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들의 일상과 삶을 보며 우리의 인생을 함께 느끼고 우리들의 보내버린 청춘을 함께 느낀다.

글: 신지혜(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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