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제네시스, 현대차의 터닝 포인트?
상태바
뉴 제네시스, 현대차의 터닝 포인트?
  • 최주식
  • 승인 2014.02.24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형 제네시스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0월 24일 남양연구소에서였다.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사장은 신형 제네시스를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하며 라이드 앤 핸들링을 강화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특히 4WD를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세대 DH 프로젝트를 총괄한 황정렬 상무는 현대차가 그동안 가격경쟁력으로 양적 성장을 견인했다면 앞으로 차별화된 상품성과 감성품질의 향상으로 질적 성장을 견인하겠다며 그 상징적 모델이 바로 신형 제네시스라고 말했다.

현대가 신형 제네시스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는 어쩌면 제네시스를 통해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고 싶어 한 것 같다. 현대는 일찍이 토요타가 렉서스를 론칭한 것처럼 고급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은 현대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일만 남았다. 해외시장도 시장이지만 어느새 안방까지 치고 들어온 수입차에 대응해야 하는 일도 발등의 불이 되었다.

출시가 임박할 때까지 보안에 신경 쓰던 예전과 달리 일찌감치 사전정보를 흘리기 시작한 것도 이런 변화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TV CF를 통해 녹색지옥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연마를 강조하는 것 역시 독일차를 의식한 포석이다. 다른 부분보다 주행성능에서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자 했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것일까. 공식 발표 이후 첫 시승회 장소를 영암 F1 서킷으로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첫 만남은 광주공항에서. 일반도로를 먼저 달려 F1 서킷으로 향한다.

실물을 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연구소에서 처음 봤을 때는 약간 날것의 이미지가 있었다. 프론트 그릴 가운데의 센서 판이 너무 커보였다. 차라는 게 몇 번 볼수록 익숙해지기 마련이어서 이번에는 그런 생경함이 줄었다. 앞부분이 뭉툭한 이미지는 클래식 스포츠카들이 많이 쓰던 방식이다. 그런데 이걸 상당히 모던하게 처리했다. 어색하면서도 독특하고 또 한편 간결하다는 느낌.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사뭇 달라진다. 뒷모습의 메시지는 좀 더 분명하다. 전진감을 살리려 애썼고 그래서 예리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새로운 스타일은 아니다. 옆모습도 낯이 익다.

AWD를 새로 개발하면서 FR 플랫폼을 개선한 것이 포인트. 그리고 차체 강성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2세대 제네시스의 차체는 초장력 강판을 51.5% 적용했다. 1세대 BH보다 3.7배 많은 수준. 비틀림강성도 1세대보다 16% 개선되었다. 이는 거친 노면과 코너링에서 자세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또한 엔진룸을 다이아몬드 구조로 만든 것도 코너링에서 안정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 인테리어의 장점 중 하나라면 직관성이 아닐까. 필요한 버튼이 필요한 위치에 간결하게 배치되어 있다. 배치는 좋은데 분위기가 좀 딱딱하다는 게 흠이다. 아날로그시계만 해도 좀 더 고급스런 디테일을 살렸으면 좋지 않을까. 가죽과 나무의 질감도 한층 고급스럽다. 시트는 사이드 볼스터를 조절할 수 있어 안정적인 드라이빙 포지션을 만든다.

운전자 안전을 위한 장치는 단지 9개의 에어백과 시트벨트 프리 세이프티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응용한 긴급제동, 그리고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위험지역에서 감속을 유도(속도단속지역에서 자동감속기능)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레인 키핑 어시스트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대항차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로우로 전환하는) 후측방 경보장치등이 있다. 만약 보행자와 부딪칠 때 자동으로 보닛을 들어 올려 충격에너지를 흡수하는 보행자 보호 시스템도 국내 최초로 적용되었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적당하다. 조금 더 두툼했으면 하지만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질감도 좀 더 매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 바퀴까지 전달되는 느낌이 가볍다. 강력한 초기가속에 힘입어 빠르게 고속으로 진입한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조금씩 변하는데, 고속에서 묵직한 감이 약간 부족하다. 직선도로에서보다 곡선에서 더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좋은 느낌. 확실히 핸들링에 치중한 세팅이다.

액셀러레이터를 지긋이 눌러 가속을 요청하면 빠른 응답이 돌아온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응답성은 더 향상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에 더 집중하게 해준다. 시트 위치는 상당히 낮게 내릴 수 있다. 시트를 낮출수록 낮게 앉는 자세가 스포티한 기분을 북돋는다. 시트를 너무 낮추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아랫부분이 보이지 않는데, 스티어링 휠에 달린 메뉴버튼을 통해 간단히 위치를 높일 수 있다.

서스펜션은 횡강성을 개선했다. 어퍼암과 로어암을 이전 세대보다 40%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선회 시 캠버각의 변화도 2.2도에서 1.7도로 줄였다. 기울기를 개선함으로써 코너링에서 횡력을 견디는 힘을 키웠다. 선회 시 구동 제어 로직은 선회하는 안쪽 바퀴(구동력이 필요 없는)에 제동을 걸어 원하는 경로로 방향을 잡아나가게 하는 것. 네바퀴굴림과 선회제동시스템(ATCC), 전자식주행안정장치가 물밑에서 긴밀하게 협조하는 셈이다.

고속으로 달리면 차체가 뜨는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고 착 가라앉은 느낌도 주지 않는다. 고속에서 약간 가볍다고 생각한 스티어링은 불안감을 줄 정도는 아니다. 고속에서도 다루기 쉽게 튜닝한 것 같은데 그 경계가 약간 애매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뒷바퀴굴림의 특성이 강화된다. 브레이크 응답성도 빠른 편이다.

AWD의 장점은 핸들링 성능이 좋아지고 선회 시 민첩성, 빙판을 탈출할 때 트랙션 등이다. 단점은 구동계가 추가되면서 소음이 발생하고 중량이 증가하는 한편 구동저항에 따른 연비 악화를 들 수 있다. 현대가 개발한 AWD 방식(HTRAC라 부르는)은 그때그때 주행상황에 맞게 구동력을 배분하는 간헐식 타입. 연비를 고려한 세팅이라는데 구동력 배분의 명확한 포지션을 읽기가 어렵다.

영암 F1 서킷에서의 달리기는 맛만 본 느낌. 두 번의 연습주행에 이어 자유 주행 1랩. 그나마 서킷 전체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스포츠 주행특성은 엿볼 수 있었다. 코너에서는 뒷바퀴굴림의 특성이 살짝살짝 드러났다. 오버 스티어가 있었지만 회복력은 괜찮았다. 반복되는 가속과 브레이킹에서 하체의 단단함이 예전 현대차와 다른 감각이다. 확실히 스티어링 반응이 좋아졌음을 공도에 이어 확인했다. 몇 바퀴 랩을 더 돌았으면 재미있는 주행이 되었을 것이다.

시승차는 G380 프레스티지. 기본가격 6천130만원에 뒷좌석 듀얼 모니터 등의 각종 패키지 옵션을 더하면 6천930만원에 이른다(현대차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옵션이 좀 더 심플해져야 한다). 제네시스가 타깃으로 삼는 BMW 5시리즈나 벤츠 E 클래스와 가격경쟁력은 그다지 없다. 물론 소프트웨어적인 장비 면에서는 앞선다. 주행성능은 향상되었지만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비교하면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신형 제네시스는 확실히 주행성능에서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고 개발되었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차다. 신형 제네시스는 스포츠 세단인가? 그러기에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느낌. 그건 장단점을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의 발견이다. 그래서 어쩌면 다음 제네시스가 더 기대되는지 모른다.

글: 최주식(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HYUNDAI NEW GENESIS
가격: 6천130만원(프레스티지)
크기: 4990×1890×1480mm
휠베이스: 3010mm
엔진: V6, 3778cc, GDI
최고출력: 315마력/6000rpm
최대토크: 40.5kg·m/5000rpm
복합연비: 8.5km/L(AWD)
CO2 배출량: 199g/km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 모두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디스크
타이어(앞,뒤): 245/40 R19, 275/35 R1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