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발진, 아쉬운 스티어링 - 현대 아이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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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발진, 아쉬운 스티어링 - 현대 아이오닉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6.02.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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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신병기 아이오닉은 갑자기 불어 닥친 한파를 녹일 만큼 강력한 발진성능을 보여주었지만 스티어링 감각은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 아이오닉이 갖는 의미는, 기존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모델이라는 데 있다. 프리우스라고 하면 누구나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아는 것처럼, 아이오닉이 노리는 것은 프리우스 경쟁자로서의 입지다. 더불어 현대차는 아이오닉 베이스로 순수 전기차,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까지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곧 등장할 기아 니로와 플랫폼을 공유하므로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이오닉의 경쟁력은 어떨까. 사실 프리우스의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라는 색다른(?) 느낌은 분명했다. 이에 반해 아이오닉은 마치 아반떼 하이브리드 버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무난하다.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또렷한 특징이 없다는 점에서는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기저항계수 0.24에 이르는 에어로다이내믹한 보디, 보닛과 테일 등에 알루미늄 적용으로 경량화, 리어 시트 아래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밸런스에 신경 쓴 흔적은 또렷해 보인다. 
 

모스크바보다 더 추운 날씨라는 한파가 불어 닥친 날, 아이오닉을 만났다. 실내에서도 기존 현대차의 실내 디자인 언어 그대로의 느낌이다. 하지만 듀얼 모드 버추얼 클러스터가 하이브리드 감각을 더한다. 타코미터가 보이지 않는 평범한 속도계는 기어 레버를 왼쪽 스포츠 모드로 밀어 넣으면 rpm 게이지가 붉은 링으로 나타나며 달리기 욕구를 자극한다. D컷 스티어링 휠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한다.
 

에코 및 EV 모드와 배터리 상태, 연비 등 주행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배치도 좋다. 센터페시아의 주요 계기버튼들은 손닿기 좋게 돌출되어 조작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이 있는 수납공간과 더불어 현대차의 장기가 잘 발휘된 느낌. 기어 레버의 위치나 그립도 좋다. 그런데 인조 가죽 시트는 그다지 편안한 것도 질감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불만은 없지만 신선하고 경쾌한 느낌도 없다. 역시 위화감이 없다는 데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친환경 소재를 많이 썼다는데 새차 냄새도 덜한 것 같다. 
 

살며시 출발하면 전기차처럼 소리없이 굴러가지만 신호대기에서 섰다가 급출발을 하면 맹렬하게 뛰쳐나간다. 엔진의 파워에 모터가 힘을 더하기 때문. 하이브리드 전용 1.6 GDI 카파 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을 내고 전기모터의 최고출력 43.5마력(32kW)을 더해 시스템 출력 141마력을 낸다. 시스템 최대토크는 1단에서 27kg.m, 2~6단에서 24kg.m을 낸다. 출발 때 모터가 즉각 개입하므로 가속감이 좋다.
 

계기판에서 EV 모드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관성 주행 표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도 좋다는 의미로 연비를 높여주는 시그널이다. 이 역시 짧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냥 전방의 흐름을 눈 여겨 보면 될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것으로 배터리 충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타입은 아니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재충전이 확실하다. 엔진, 모터, 변속기가 하나의 축 위에서 구동하는 병렬식 하이브리드 방식은 에너지원의 변환을 최소화해 효율을 높인다. 역시 위화감 없이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이오닉이 자랑하는 멀티 링크의 효과는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여실히 드러났다. 둔탁하지 않고 충격을 제법 잘 갈무리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는 빠른 반응으로 스포츠 모드에서 펀 투 드라이브를 돕는다. 근데 수동 모드에서 시프트 다운의 효과는 좀 약하다. 브레이크는 속도에 따른 온도 차이가 느껴졌다. 고속에서는 강하게 응답하는데 반해 중속에서는 약간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적인 밸런스에 비해 스티어링 감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중심을 잡는 힘이 약하고 운전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핸들링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체 경량화에 맞춰 적절한 세팅이 가해졌는지 의문이다. 17인치 휠을 단 시승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20.2km/L. 연비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달린 90km 주행거리에서 트립컴퓨터에 나타난 연비는 15.0km/L였다. 나의 운전결과에 대한 아이오닉의 평가는 이렇다. 경제운전 25%, 보통운전 51%, 비경제 운전 24%. 

글 · 최주식 편집장 (road@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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