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카리스마, BMW 7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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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카리스마, BMW 7시리즈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10.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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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제2의 도시, 달리기 좋은 도로 위에서 신형 7시리즈는 조용하고 편안하면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크레인이 서 있는 오래된 부둣가, 세월의 때가 묻은 거뭇한 외벽 사이로 빛바랜 철문을 지나자 신형 7시리즈들이 각을 잡고 서 있다. 트렁크 끝단 아래로 흐르는 도우로 강은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포르투라는 이름이 축구팀 말고 항구라는 뜻임을 상기해본다. 강 건너 언덕에는 주황색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멀리 높다란 철교가 보인다. 이때쯤 톰 크루즈가 등장할 것 같은 분위기, 국제적인 스파이 영화의 세트장으로서는 완벽한 프레임이다.
 

두툼해진 키드니 그릴은 서 있을 땐 플랩을 닫아 과묵해진 인상, 달리기 시작해 공기가 필요할 때는 저절로 열린다. 에어커튼을 통해 바람을 옆으로 흘려보내는 보디 표면은 볼륨감이 가득하면서도 늘씬하다. 대형 세단이면서도 둔중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7시리즈의 특징인데 보기뿐 아니라 130kg이나 무게를 줄였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강철 및 알루미늄과 결합한 카본 코어(Carbon Core) 차체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 BMW i에서 가져온 기술이다. i8에 처음 쓰인 레이저라이트도 신형 7시리즈에 옵션으로 제공된다. 럭셔리 세단 세그먼트에서는 최초다. 
 

730d의 키를 먼저 건네받았다. 망치로 치면 망치가 튕겨져 나올 것 같은 단단한 노면 위를 스르르 빠져나와 외곽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200km 거리의 식스센스 호텔. 왠지 으스스한 이름인데 반전이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익숙한 인터페이스로 다가오는 실내지만 갑자기 시력이 좋아진 것처럼 모든 게 더 크고 선명하게 보인다. 먼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커졌고 내비게이션 안내 창도 멀리 봐야 할 때와 가까이 길을 선택해야 할 순간을 인식해 저절로 축소되거나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확실히 길 찾기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A20에서 A3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BMW가 지난 2001년 선보인 iDrive 시스템은 혁신적인 인포테인먼트 컨트롤 장치로 다른 브랜드의 벤치마커가 되었지만 알파벳과 달리 한글을 사용할 때는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터치스크린이 되지 않아 이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답답해했다. 이는 독일차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마침내 터치 방식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신형 7시리즈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라는 생각이다. 또한 센터콘솔 안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BMW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고 전화를 받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이른바 BMW 제스처 컨트롤 시스템이다.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 오디오 볼륨을 높인다. 새로 채용한 바우어스앤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뒤에서 쫓아오는 악당은 없지만 속도를 높인다. 730d는 직렬 6기통 3.0L 엔진, 최고출력 265마력은 4,000rpm에서 최대토크 65.2kg·m이 2,000~2,5000rpm 사이에서 터진다. 출력보다 토크가 강한 것이 디젤의 특징이라 해도 상당한 토크다. 시속 100km대 초반의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2,000rpm 아래에서 논다. 초기가속은 빠르고 손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0→시속 100km 가속은 6.1초에 불과하다. 풀 스로틀을 시도하면 집중력을 발휘한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최고시속을 향한다.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직선과 곡선이 반복되므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730d는 그러한 운전자와의 호흡이 잘 맞았다.
 

새로운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기어비가 넓어져 느긋하고 효율성을 살린 세팅, 수동 모드에 두고 직접 조작하면 좀 더 빠릿하게 움직일 수 있다. 적극적인 섀시 컨트롤 시스템은 주행의 역동성과 함께 승차감을 향상시킨다. 신형 7시리즈는 지형에 따라 스스로 차체 높낮이를 조절하는 자동 셀프 레벨링 기능을 갖춘 에어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최초로 제공되는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Executive Drive Pro) 시스템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매직 보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을 겨냥한 신무기다. 스테레오 카메라를 통해 도로의 상태를 미리 예측하고 댐퍼의 응답성을 조절하다는 이론적 근거는 같지만 BMW는 더한층 고속으로 달릴 때도(시속 210km까지) 이 기능이 작동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카메라 크기도 작아 외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자랑했다) 최초로 전자기계식으로 구동되는 액티브 롤 안정화 장치는 고속으로 코너를 감아나갈 때 롤링을 제어한다.
 

승차감은 노면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아 꾸준한 균형감을 보여준다. 2개의 차축에서 자동으로 레벨이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스포트 모드에서 달릴 때 저절로 10mm 낮아진다. 고속으로 진입할수록 착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 이유다. 에어 서스펜션은 또한 수동으로 높낮이를 20mm 조절할 수 있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스위치에 어댑티브 모드가 추가된 것도 처음이다. 차가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을 읽고 도로 특성에 맞춰 그에 반응하는 것인데 부드럽게 운전할 때와 거칠게 몰아붙일 때 위화감이 없었다. 말하자면 부드럽고 강력함, 단단함과 편안함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력성능과 더불어 이를 조율하는 능력은 와인처럼 한 단계 더 성숙했다.
 

가장 놀라운 장치는 따로 있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레인 모양의 버튼, 조향 및 차선 컨트롤 어시스턴스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차가 스스로 방향을 잡고 달려 나간다. 차선을 벗어나려 하면 경고등이 표시되므로 이때 스티어링 휠을 잡아주면 된다. 직선에서는 그럴 수 있다지만 곡선에서도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놀란다. 발은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지만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시키면 그야말로 자율주행 자동차에 근접한 수준이다. 재미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N322의 거친 와인딩 로드를 달려 N222 도로에 접어든다. 세계에서 가장 달리기 좋은 길 중의 하나라는 구간이다. 도로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10초 동안 직선을 달리고 1초간 커브를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반복되는 것을 이상적인 도로로 꼽는데, 여기에 가장 부합한다는 것. 730d는 이전보다 확실히 부드러워진 인상이지만 하체의 견고함은 꼿꼿했다. 견고한 자세에서의 빈틈없는 핸들링이 멋진 도로와 조화를 이루었다. 푸른 바람을 가르고 난 뒤 마침내 식스센스 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도우로밸리에 위치한 호텔은 포르투갈의 유명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탄생한 곳. BMW 관계자는 이곳을 선정한 이유로 빼어난 경관과 함께 편안하고 다아내믹한 주행 코스를 들었다. ‘식스센스’라는 호텔의 이름처럼 모든 감각의 럭셔리를 추구하는 것을 중요시했다는 설명이다. 파워 트레인과 인테리어, 생산 등 각 파트별 담당자의 브리핑에 이어 새로운 자동주차기능에 대한 시연이 이어졌다. 시동키를 이용한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은 차에 아무도 타지 않은 채 주차 라인에 차를 넣거나 뺄 수 있다. 주차 폭이 좁은 곳에서 꽤 유용한 기능으로 보였다. 현재 앞뒤 직선으로만 작동되지만 향후 곡선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다음날 아침 소나기가 간밤의 열정을 식혀주었다. 어디선가 풀 향기가 바람에 실려 왔다. 주변은 온통 포도밭이다. 다시 차분해진 이성으로 750Li xDrive의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롱 휠베이스 모델이지만 몸놀림에 큰 차체가 의식되지는 않는다. V8 4.4L 트윈스크롤 터보 326마력의 넉넉한 힘으로 가볍게 나간다. 가속은 더 한층 맹렬하지만 정작 운전자의 자세는 더 편안하다. 고속에서 가속의 꾸준함은 역시 휘발유 엔진의 장점이고 코너링에서 더 한층 빠르고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롱 휠베이스는 아무튼 뒷좌석 편의성에 보다 특화한 모델. 사실상 7시리즈가 S클래스를 따라잡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 7시리즈지만 뒷좌석에 탈 때는 S클래스라는 애기는 이제 극복해야 한다. 6세대 7시리즈는 뒷좌석에도 많은 혁신을 담았다. 눈에 띄는 것은 뒷좌석용 iDrive를 7인치태블릿으로 대체한 것. 많은 기능 외에 일반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잠시 뒷좌석에 앉아 앞 시트를 완전히 밀고 발판에 발을 올리는(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팅 옵션) 호사를 누려본다. 창밖의 풍경은 운전석에서보다 더디게 흘렀다.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는 거친 노면을 달릴 때 빠르게 균형을 잡는데 뒷좌석에서는 거의 눈치채기 어렵다. 승차감은 편안하지만 시트의 쿠션이 좀 더 풍성했으면 좋겠다. 뒷좌석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변화가 더 크게 다가왔다.
 

혁신이란 단어가 조금 진부해진 요즈음이지만 BMW는 혁신이란 단어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다. 6세대 7시리즈는 지금까지 이루었거나 진행 중인 BMW의 모든 기술적 성과들과 역량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그것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혁신이라는 것. 1977년 첫 등장한 7시리즈는 그동안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지만 이번 6세대가 이루려고 하는 야망은 더 원대하다. 그것은 바로 클래스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신형 7시리즈는 앞좌석에서는 물론 뒷좌석에도 만족도가 높은 차가 되었다. 이제 깃발은 올라갔다.

■ Q&A - BMW 그룹 생산담당 총괄 사장 올리버 집세
 

신형 7시리즈에서 롤스로이스를 만든 경험이 영향을 미쳤나?
이번 신형 7시리즈는 아마 여러분이 본 차 중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새로운 차일 것이다. 롤스로이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기술은 없다. 오히려 이번 뉴 7시리즈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들이 추후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BMW 그룹의 다른 모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뉴 7시리즈가 S클래스를 따라 잡을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인가?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한마디로 신형 7시리즈는 지금 시장에 출시된 모델 중 가장 혁신적인 모델이다. 제스처 컨트롤, 음성 인식, 터치스크린 등 뉴 7시리즈에 적용된 모든 신기술들이 통합 작용을 하고, 이러한 혁신 기술들을 통해 경쟁 모델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술은 무엇인가?
먼저 바디에 적용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강철과 접목해 공차중량을 130kg 낮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내믹한 주행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발전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술은 소비자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자동차를 생산할 때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다. 두 번째로 꼽는 기술은 자동주행이다. 저의 경우, 현재 뉴 7시리즈를 시험 주행하고 있는데 30km 정도 집으로 가는 구간에서 전혀 운전에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스티어링 휠에 손을 올려놓긴 해야 하지만, 직접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완벽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는가?
기술적으로는 현재도 거의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두 가지 사항이 중요하다. 그 첫 번째는 기술적인 사항인데 아주 고도로 정확한 지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차량이 어느 커브 길을 돌고 있을 때 차가 지도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행하는데 아주 정밀한 지도가 없을 경우,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법적 제도다. 예를 들어, 차를 달린다고 할 때 갑자기 보행자가 도로로 달려들었을 때, 차가 보행자를 치어야 할까? 아니면 맞은편 차량에 부딪혀야 할까? 지금은 이 문제를 운전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지만 만약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차가 이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주행해보니 이전보다 승차감이 조금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다이내믹한 느낌은 이전 세대보다 더욱 강조되었다. 필요 없는 딱딱한 주행 느낌은 빼려고 노력했는데 아마 이 부분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른다. 다른 어떠한 기술적인 변화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번 신형 7시리즈에서는 어댑티브 모드라는 주행모드를 새로 추가했는데, 이 기능을 통해 오히려 이전 세대보다 더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 어댑티브를 선택하면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차가 알아서 컴포트, 스포츠, 에코 프로를 선택한다. 운전자보다 빨리 계산하고 알아서 주행모드를 바꾸는 아주 인텔리전트한, 어느 브랜드도 시도하지 않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이다.

글 · 최주식 편집장 (road@iautocar.co.kr)
사진 · BMW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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