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1, 기본기 탄탄한 소형 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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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1, 기본기 탄탄한 소형 해치백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09.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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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은 귀여우면서 도도한 인상이다. 그래서 끌리는 건 아니지만 코너링 재미는 최고다

처음엔 약간 어슬렁거리듯 출발하지만 이어지는 차분한 자세에는 단호함이 묻어난다. 날카로운 칼 위에 선 몸집은 놀랄 만큼 유연하고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코너를 파고드는 날렵함, 순간적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스피드의 강렬함이 우리를 쇼트트랙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 아우디 A1을 타고 달리며 상상 속에 떠오른 풍경은 바로 쇼트트랙 경기장이었다. 

쇼트트랙 경기는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가 아니라 순위를 다툰다. 대부분 순위를 결정짓는 요소가 속도기록인 경기와 달리 쇼트트랙에서는 속도기록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만큼 경기를 풀어나가는 기량이 중요하다. A1은 빠르게 달리는 차는 아니지만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기본기가 탄탄한 차라는 인상이다. 
 

아우디 A1은 폭스바겐 폴로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폴로와 A1은 소형 해치백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베이스가 같은 차라는 인식은 희미하다. 폴로가 골프의 동생 이미지를 지닌 것처럼 A1은 아우디의 대부분 특징을 축약하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아우디의 이미지는 A1에 이르러 귀여움을 더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 많은 이들이 A1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생각보다 A1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했고 디자인이 예쁘다는 의견이 많았다. 좋은 제품 디자인은 그것을 사용할 때 기분을 좋게 한다. 자동차를 고를 때 디자인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을 안고 차에 오르면 하루를 시작할 때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아침에 만나는 A1은 기분이 좋았다.
 

실내에 들어서면 그 기분 좋음이 이어진다. 기능적인 배치로 정평이 난 아우디의 실내는 소형차에 맞게 정돈되었다. 한눈에 아우디라는 특징은 분명하다. 기능에 우선한 배치는 좀 심심하기도 한데 작은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재치 있다. 제트 엔진 터빈 모양의 송풍구라든가 동그란 S트로닉 기어레버 등 스포티한 요소도 빠지지 않았다. 시트와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 등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초록색 스티치 또한 패션 감각을 살려주는 디테일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바깥에서 보기보다 작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소형차라고 해서 장비의 허전함이나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도 없다. 수납공간은 별로 없다. 암 레스트를 겸한 센터 콘솔도 깊이는 별로 없다. 컵홀더가 수납 기능을 공유한다. 그래서 느슨하다. 음료 캔을 세워두고 달리면 쓰러지기 십상이다. USB 커넥터가 없는 것도 아쉽다. 충전이라도 할 수 있게 시거잭 USB 커넥터를 준비해주면 어떨까? 판매용 차에 기본으로, 기왕이면 듀얼 타입이 좋겠다.
 

대시 패널 위에 솟은 모니터는 손으로 눌러 접을 수 있다. 깔끔해지긴 해도 모니터는 세워 둘 일이 많다. 작아진 MMI 다이얼은 사용하기 불편하진 않다. 후방 카메라가 없는 점은 아쉽다. 뒷좌석이 가까워 2+2처럼 손을 뻗어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엿하게 뒷좌석 도어가 따로 달린 5도어 모델이다. 뒷좌석이 그렇게 좁은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2인용으로는 나름 쓸 만하다. 성인이 앉았을 때 넉넉하지는 않지만 레그룸 공간은 확실히 나온다. 처음 뒷좌석에 앉으면 헤드레스트가 등에 닿는 느낌. 근데 헤드레스트를 쑥 잡아 빼면 신기하게 머리에 맞는다.

소형 해치백이 그렇듯 트렁크 공간은 좁다. 제원상 270L라고 하는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920L까지 공간을 확장시킨다. 플로어 매트를 들어 올려도 따로 공간은 없다. 컨템포러리 타이어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A1은 해치 게이트를 연 상태에서 차체 좌우에 램프가 달려 있다. 왜일까? 보통 해치 게이트를 열면 테일 램프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밤에는 다른 차에게 신호를 주기 어렵다. 이를 감안해 위험요소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A1은 3도어와 5도어 스포트백(SB) 두 가지 보디 타입으로 나오는데 외관상 차이는 도어 수뿐 아니라 루프 안테나 유무로도 구분된다. 안테나가 달린 쪽이 5도어다. 5도어는 디자인, 디자인 프리미엄, 스포트 프리미엄 세 가지 트림으로 세분화된다. 시승차는 A1 SB 30 TDI 스포트 프리미엄. 기본형 디자인이 3천370만원, 디자인 프리미엄 3천720만원이다. 스포트 프리미엄 역시 3천720만원으로 디자인 프리미엄과 같다. 차이는 휠 디자인. 

프리미엄은 파노라마 선루프, 컴포트 키, LED 실내등 패키지, 아우디 사운드 시스템, 17인치 휠이 달린다. 프리미엄은 고급 장비가 그만큼 더 달리는 것이지만 가격대의 압박 역시 커진다. A1은 유럽에서도 동급에서 가격대가 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1은 2010년 8월 유럽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50만대가 팔린 인기 모델. 데뷔 시기에 비해 국내 도입이 늦어진 것은 그만큼 가격대를 맞추기 어려웠다는 얘기. 수입차의 저변이 확대되는 등 시장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직렬 4기통 1.6L 디젤 직분사 터보 116마력 엔진은 3도어, 5도어 모델 공통. 무게 차이에 따른 가속 성능에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 25.5kg·m의 최대토크는 1,500rpm부터 터지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7단 듀얼 클러치도 초기 가속이나 시가지에서 매끈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달리기 시작하면 서스펜션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래서 승차감은 좀 딱딱한 편. 그립이 좋고 산뜻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이 승차감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는 듯했다. 매끈한 아스팔트를 만나면 이런 기분은 사라지고 도로와 한층 친밀해진다. 
 

단단한 느낌은 전체적인 섀시의 견고함으로 전해졌다. 보통의 소형차에서 느끼는 감각 이상이다. 드라이브 셀렉터는 이피션시, 오토, 다이내믹 세 가지. 오토 모드에서 시속 100km를 달릴 때 rpm은 1,800, 시속 120km에서 2,200을 나타냈다. 다이내믹에서는 rpm을 좀 더 높게 쓴다. 시속 100km를 달릴 때 2,200rpm을 찍고 고속으로 접어들자 빠르게 상승했다. 

연비를 좀 손해 보는 것을 감안하면 다이내믹에서 한층 활달한 움직임을 즐긴다. 혼잡한 도심을 민첩하게 빠져나오는 재미는 코너링 재미의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바퀴굴림 소형 해치백의 활기찬 움직임은 언더스티어에 적극적으로 맞섰다. 앞뒤 무게 배분은 균형 있게 배분되었고 어느 상황에서나 뛰어난 차체 밸런스를 유지했다. 코너에서 움직임은 예리했고 무엇보다 안정적이었다. 자세를 바로잡는 회복력도 빠르고 안정적이다. 응답력이 좋은 브레이크 역시 적극적인 달리기를 뒷받침했다.
 

A1은 어느 정도 탄력이 붙고 나면 전혀 다른 차로 변모했다. 듀얼 클러치도 시가지에서와는 다르게 효과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속에서 A1은 당찬 모습을 보였다. 온전하게 파워를 발휘하며 도로를 제대로 제압하고 있었다. A1을 기반으로 상위 고성능 버전이 가능한 것은 이처럼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스로틀 반응이 폭발하는 이 경계에 있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전이나 가속 때 디젤 소리도 또렷하게 나타났다. A1은 재미있게 빠져들다가도 조금은 불편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물론 그 시간은 짧고 그 뒤에 찾아오는 재미는 길다. 

글 · 최주식 편집장 (road@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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