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60년 동안 포드 배지를 붙이지 않은 포드 차, 머스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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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60년 동안 포드 배지를 붙이지 않은 포드 차, 머스탱
  • 구상 교수
  • 승인 2024.02.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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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가 이번에 국내 출시한 올 뉴 머스탱(Mustang)은 7세대 모델이다. 6세대 모델이 나온 게 지난 2015년이었으니 햇수로 9년 만에 새로운 세대의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오래 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4년마다 신형 모델이 나오지만, 그때마다 체감으로는 1~2년마다 바뀌는 느낌이다. 어쩌면 9년 정도의 모델 변경 주기가 더 맞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머스탱(Mustang)이라는 이름은 북미에 서식하는 야생마를 뜻한다고 하는데, 1세대 모델은 1964년 4월에 등장했다. 정확히 60년 전이다. 그런데 1세대 모델의 연식은 1964의 1/2년형 이라고 불렸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신 모델이 10월에 등장하면서 그 다음 해의 연식을 붙이는데, 1세대 머스탱은 1964년 4월, 즉 6개월이나 늦게 나와서 1964의 1/2년형이라는 특이한 연식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1세대 머스탱의 개발을 주도한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PM)는 나중에 파산 지경의 크라이슬러를 부활시켜 경영의 귀재로 이름을 날린 인물 리 아이아코카(Lee Iacoca) 였다. 포드에서 PM으로 근무하던 그는 196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미국의 중산층이 소득 증가로 가장과 부인의 차에 이어서 성인이 된 자녀들의 차도 구매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포드의 승용차 팰콘(Falcon)의 플랫폼을 이용해 소형 스포티 쿠페를 개발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1세대 머스탱은 예상대로 젊은이들의 차로 큰 인기를 얻었다.

긴 후드와 직선적으로 쭉쭉 뻗은 차체 디자인은 큰 호응을 얻었고, 경쟁사들도 젊은이들을 위한 스포티 쿠페 개발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쉐보레 카마로(Camaro), 닷지 첼린저(Challeger) 등이 그렇게 해서 개발되었다. 이 차량들을 통틀어 포니카(Pony car: 조랑말처럼 잘 달리는 젊은이들의 차라는 애칭)라고 불리게 된다.

젊은층을 위한 1세대 머스탱은 4기통 엔진도 있었지만, 큰 배기량의 8기통 5700cc 모델도 있었다. 어쩌면 그 시기 미국에서는 그 정도 배기량은 그다지 큰 게 아니었다. 차체는 후드를 길게 만들어서 성능을 강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트렁크 길이도 길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2024년형의 경우 후드는 역시 길지만, 뒷유리를 낮게 눕히면서 트렁크를 짧게 보이도록 하는 패스트 백(fast back) 디자인이다. 스포티한 여공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머스탱에서 나타나는 주목할 만한 특징 하나는, 차체 어디에도 포드 마크를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포드 브랜드의 차량들 즉 승용차에서부터 픽업트럭, 심지어 대형 트럭에 이르기까지 라디에이터 그릴의 중앙에 포드 마크를 붙이지만, 머스탱은 어디에서도 포드 마크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건 1세대 모델부터 오늘날까지 60년동안 이어져 온 머스탱 만의 특징이다. 머스탱은 머스탱, 즉 그 자체로써의 존재감에 자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7세대 머스탱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근 포드가 추구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전략의 일부인 6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헥사곤 그릴(hexagon grill)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또한테일램프 디자인은 1세대 머스탱에서 보였던 3개의 직사각형 렌즈로 구성된 디자인을 재해석한 형태이다. 이런 특징은 실내로 이어져 스티어링 휠에도 포드 배지 대신 야생말의 심벌이 들어가 있다. 머스탱의 ‘노포드 심벌’ 전통이 이어지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에 의한 터치스크린이 도입되었다.

최근 자동차 메이커별로 디자인의 창의성이나 고유 아이덴티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클래식 모델에 바탕을 둔 역사성(heritage) 있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는다 해도 다른 메이커와의 차별점은 결국 역사성밖에 없다는 결론인지 모른다. 그러한 역사성 중에서도 특히 머스탱은 포드라는 브랜드에서 만든 차이기 이전에, 한때 미국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었던 대표적인 스포티 쿠페라는 점을 더욱 더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차체 어디에도, 심지어 스티어링 휠 에어백 커버에도 포드 마크 대신 질주하는 야생마(mustang)를 새겨놓은 건지도 모른다. 머스탱은 머스탱 그 자체로서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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