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100주년 파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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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100주년 파티에 가다
  • 콜린 굿윈(Colin Goodwin)
  • 승인 2021.12.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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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콜린에게,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우리는 1920년 일본의 하마마츠에서 미치오 스즈키가 회사를 설립한지 1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파티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처음 방직기를 만들기 시작했을 당시에 미치오 스즈키는 그의 이름이 이렇게나 많은 흥미로운 차량에 붙게 될 것이나 모터사이클로 수많은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파티는 카디프에서 진행됩니다. 모터사이클용 가죽 라이딩 기어와 헬멧, 바다로 나갈 때 쓸 수 있는 방수 기능을 갖춘 의류, 그리고 당신의 드라이빙 슈즈도 잊지 말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당신이 신나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을 준비했으니까요.
정성을 담아,
-스즈키로부터

SC100의 좁은 차체는 당신이 즐길 수 있는 도로 위의 공간을 극대화한다

학창 시절 친구 중 한 명의 가족이 혼다 모터사이클 대리점을 몇 개 소유하고 있었고, 그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거기엔 트레일 바이크나 외장을 벗겨놓은 혼다 커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자동차들이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BMW 배트모빌(그 당시엔 거의 새 것이었다)을 갖고 있었고, 어머니는 스즈키의 SC100 위즈키드를 갖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CSL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작은 스즈키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스즈키가 이번 100주년 이벤트에 가져온 그들의 유산과도 같은 차량들 중에 매우 깔끔한 1982년형 SC100 GX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기억이 되살아나게 됐다. 이 차는 마지막 생산 년도부터 최고 47마력의 970cc 4기통 엔진이 차체 뒤쪽에 장착되고 4단 변속기를 사용해 구동됐다. 뒤에 달린 엔진으로 뒤쪽으로 무게 중심이 치우쳤다. 그래서 스즈키는 프런트 범퍼 뒤로 밸러스트를 추가할 정도였다. 

우리는 카디프에서 북쪽으로 향했고 휘즈키드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이그니스와 스위프트 스포츠는 모두 신차 상태였다. 스위프트 스포츠는 작고 훌륭한 핫해치이지만 터보차저를 적용하지 않았던 이전 모델만큼 매력적이거나 운전하기에 즐겁진 않다. 그렇지만, 나는 메르세데스의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과도한 400마력짜리 A45보다는 스위프트 스포츠를 소유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그니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 중 하나다. 이 차는 사륜구동 모델로 무게가 940kg인데 반해, 이륜구동 모델은 그 무게가 895kg으로 더 떨어진다. 현대적 충돌 규정치를 준수하는 4도어 자동차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로터스의 마지막 엘리스가 거의 1톤 가까이 되었는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마쓰다는 스즈키처럼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거의 유일한 주류 자동차 회사다. 

스위프트 스포츠와 SC100은 수수한 출력을 갖고 있지만 충분히 즐겁다

사진 촬영을 위해 산길을 함께 달리기 전에 어리석게도 나는 우리의 젊은 사진 작가인 루크 레이시에게 낡고 오래된 자동차의 성능 제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잊었다. 그는 스위프트 스포츠 안에서 미쳐버리진 않았지만 SC100의 최고속도는 뒤쪽에서 불어오는 순풍에 힘입어서도 시속 약 140km(87mph)에 불과했다. 누구든 이 작은 스즈키에 타고 있을 때 전혀 원하지 않을 것이 역풍인데, 거친 바람에 직진 안정성이 다소 무섭게 되는 이유가 후방으로 집중된 무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즈키의 하야부사와 GSX-R750은 둘 다 게임 체인저였다<br>
스즈키의 하야부사와 GSX-R750은 둘 다 게임 체인저였다

이 차를 소유하고 있던 한 친구는 휘즈키드를 포르쉐 911처럼 운전할 수 있지만 단지 성능이 부족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차는 스코다 래피드를 생각나게 한다. 가볍고 약간 경쾌한 프런트 엔드와 가벼운 스티어링을 통해 앞 바퀴와 타이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고갯길 위에서나 시골 길에서 SC100은 기쁨을 선사한다. 이 차는 무척 작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들보다 약 두 배 더 넓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리 넉넉하지 않은 출력은 주행 상황을 미리 계획하고 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이크도 썩 훌륭하진 않지만 페달이 갑자기 바닥으로 들어가 버릴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차체의 레이아웃에도 불구하고 핸들링은 꽤나 깔끔하다. 각각의 전후 서스펜션에 더블 위시본과 코일 스프링이 배치되어 있다. 

스즈키가 이번 이벤트에 카푸치노를 가져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었다. 이 작은 로드스터는 SC100과 마찬가지로 항상 가치있고 인정할 만한 능력을 갖춘 자동차를 생산하지만, 때때로 진정으로 영감을 받아 자동차를 만들어내곤 하는 스즈키의 재기발랄함을 드러내는 또 다른 모델이었다. 오스틴 힐리가 만든 프로그아이 스프라이트인 카푸치노는 SC100보다 훨씬 더 적은 면적의 도로를 차지했다. 나는 카푸치노와 함께 적잖은 거리를 달리면서 행복을 느꼈다. 함께 달리는 순간동안 약간 터무니없는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국가가 정한 제한 속도 이내였다. 

2일 차
우리가 잘못 짐작했다. 어제 저녁, 언덕 길에서 휘즈키드, 이그니스, 스위프트 스포츠와 놀고 있을 때에는 태양이 비췄다. 오늘 아침에 보니 비가 올 것 같았고 우리는 몇 대의 스즈키 모터사이클을 타고 나가려고 했다. 스즈키는 종종 혼다나 야마하, 가와사키에 의해 모터사이클 세계에서 그늘에 가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쟁 브랜드의 모터사이클보다 더 낫지는 않더라도 똑같이 좋은 제품을 생산했다. 혼다가 1969년 획기적인 CB750를 출시했고, 가와사키는 몇 년 후 배기량 900cc의 Z1을 출시했다. 스즈키의 대형 모터사이클은 GT750으로 날으는 주전자라고 불린 수랭식 3기통 2스트로크 엔진을 갖췄다. 스즈키는 이 주전자같은 엔진을 1976년 직렬 4기통 4스트로크 750cc급 엔진으로 교체하면서 GS750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엔진은 부드럽고 듣기 좋은 소리를 냈고 경쟁 모델들보다 훨씬 더 쉽게 다룰 수 있었다. 

1985년의 봄, 나는 내 MZ 250을 타고 런던의 마블 아치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레이스 바이크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완전히 압도당했다. 그건 내가 처음으로 본 스즈키의 GSX-R750이었다. 그 어떤 스즈키의 모터사이클도 이처럼 판도를 바꾸거나 명성을 얻고 광적인 추종 세력을 거느린 적은 없었다. 직서(Gixxer)는 모든 레이스 레플리카 유행의 시작점이 되는 모터사이클이었다. 

SC100의 프론트 엔드는 가볍고 스티어링 핀은 날카롭다

스즈키는 내가 36년 전 런던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블루 앤 화이트의 GSX-R750를 자사의 헤리티지 콜렉션에서 가져왔다. 이것은 F 모델로 첫 번째 생산 연도에 만들어진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통적으로 차 수명의 절반 정도가 되는 시점에 페이스 리프트 정도만 진행하는 것에 반해, 모터사이클 회사들은 거의 매년 기계적인 부분을 바꾸고 때때로는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86년형 GSX-R750 G 모델은 핸들링을 개선하기 위해 1인치 가량 더 길이가 늘어난 스윙암을 장착했다. 

콜린 굿윈은 언제나처럼 젖은 상태에서 빠르게 스즈키를 몬다

경량화는 이견없이 자동차에서보다 모터사이클에서 더 중요하며, 그렇기에 스즈키는 물과 펌프 및 라디에이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GSX-R750에 공유랭식 냉각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이 모터사이클은 가볍고 무척 콤팩트했다. 내 앞에는 전직 레이서이자 스즈키의 이륜 헤리티지 콜랙션을 관리하는 이언 윌슨이 2021년형 하야부사를 타고 달리고 있다. 그 유명한 ‘부사’는 또 다른 스즈키의 게임 체인저다. 혼다가 1996년 선보인 CBR1100XX 슈퍼 블랙버드라 불리는 모터사이클은 최고시속이 약 290km에 육박하는 슈퍼스포츠 투어러였다.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송골매를 뜻하며, 이 송골매는 매우 빠를 뿐(최고시속 321km 이상)만 아니라, 블랙버드를 잡아먹는 맹금류였다. 

자동차의 세계에서와 같이, 마력과 성능에 대한 무제한적인 추종은 모터사이클 세계를 감염시켰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 최신형 하야부사는 아연실색하게 만들 모드들과 트랙션 콘트롤 세팅과 윌리 방지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1단 기어만으로도 국가가 정한 제한 속도를 손쉽게 박살낼 수 있다. 그것은 엔지니어링의 아름다운 면을 부각시키며 힘들이지 않고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해주지만 맹목적인 기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GSX-R750은 숙련도와 성능의 균형을 통해 여전히 도전과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한다. 나는 올드 모터사이클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1985년형 모터사이클은 깊은 인상을 줬다.

이그니스는 보다 현대화되고 업그레이드된 SC100처럼 보인다

3일 차
우리는 랠리 팀이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오프로드 시설인 월터스 아레나에서 지난 며칠 간 함께한 모든 스즈키들을 한데 모아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루크 레이시가 조명을 정리하고 머신들을 이리 저리 옮기는 동안 나는 다른 차를 타고 또 다른 드라이브를 하러 갔다. 소형 4×4 자동차가 광적인 추종 세력을 갖게 될 것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소문에 따르면 스즈키가 짐니를 출시했을 때, 도쿄의 대리점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엄청난 대기자 명단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중고 짐니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가격을 살펴보면, 일부는 원래 가격보다도 높다. 불행하게도 스즈키는 다가오는 EU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할 수 없는 엔진을 이 차에 장착했다. 따라서 스즈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은 뒷좌석을 제거하고 이 차를 상업용 차량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작고 가벼우며 단순하게 작동하는 이 차는 일반 포장도로 위에서만큼 오프로드에서도 잘 달려주며, 짐니와 함께 10분 동안 둑을 오르고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다니는 것은 새로운 디펜더를 타고 한 시간 가량을 달리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다. 

이거 봐, 콜린, 여기 트렁크 안에 여분의 4기통 970cc 47마력 엔진이 들어있어
A지점에서 B로 이동하는 페이스는 극과 극이지만, 그 정신은 동일하다

최종 결론
나는 개인적으로 스즈키 자동차를 소유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4대 이상의 모터사이클을 소유했었다. 나의 첫 번째 로드 바이크는 TS125 트레일 바이크로 내 17번째 생일인 오전 5시 30분에 처음으로 공공 도로로 나왔다. 그리고 3일 뒤에 사고를 냈다. 우리 가족은 자그마한 4도어 해치백이 필요없지만, 나는 이그니스를 원칙적으로 거의 구매할 뻔 했다. 만약 당신이 원한다면 성명서도 준비할 것이다. 

만약 스즈키가 단순함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매혹적인 디자인이란 원칙을 고수한다면 다음 100년은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을 것이다. 전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너무 무겁거나 고성능 차량을 만들고자 하는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면 스즈키의 철학을 가진 회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부표를 위한 장난감

나는 평생 동안 선외기 엔진을 사랑해왔다. 많은 페티시들처럼,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들은 보기에도 멋지고 나는 그 자체의 콤팩트함과 커버 안에 깔끔하게 숨겨져 있는 수많은 하드웨어를 사랑한다. 고든 머레이는 나와 같은 열성적인 팬이기 때문에 좋은 동료였다. 그는 내가 호텔 리셉션에 있는 스탠드에 위치한 스즈키 선외기를 왜 30분 동안 쳐다봤는지 이해할 것이다. 이것은 괴물같은 파워를 가진 4.4L의 4스트로크 V6 엔진이다. 선외기 엔진의 세계에서는 다소 뻔뻔하게도 엔진에 마력 수치를 표시한다. 이 스즈키의 엔진은 350이다. 그리고 가격은 약 3만900파운드(약 4886만 원)로 스즈키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자동차보다 더 비싸다.  

 

배리 쉰의 머신

지난 1970년대에는 ‘브랜드 앰버서더’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배리 쉰을 표현하기에 그 보다 더 좋은 단어가 있었을까? 그의 마케팅 파워는 나로 하여금 그가 광고하는 향수를 사용하게 할만큼 강력하진 않았다. 하지만 스즈키의 바이크를 갖고 싶게 만들었다. 그의 오래된 레이스 바이크 중 한 대가 선외기의 짐승(별도 박스 기사 참조)과 함께 호텔 리셉션에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것이 쉰의 첫 번째 챔피언십이었던 1976년부터 함께한 RG500의 웍스 버전인 XR14 임을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하야부사와 함께 GSX-R750을 탔던 라이딩 친구인 이언 윌슨이 그걸 탔다. 그는 “소름끼친다. 9000rpm 미만에서는 힘이 거의 없고, 브레이크는 마치 나무로 만들어진 패드처럼 느껴진다”며, “GP에서 이 바이크를 탄 사람들이 얼마나 영웅적인 사람들이었는지 깨닫게 해줬다”고 전했다. 

우리는 지난 2003년에 암으로 배리 쉰을 잃었다. 나는 그가 레이스 하는 것을 수십번은 봤고, 이후엔 굿우드 리바이벌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바이크에 올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며,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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