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넘치는, 애스턴 마틴 빅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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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 넘치는, 애스턴 마틴 빅터
  • 엔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21.08.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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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2 836마력을 얹은 FR 2인승 쿠페는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지금 내 앞에는 자연흡기 V12 엔진을 프런트에 얹은, 수동 기어박스를 통해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완벽에 가깝게 튜닝된 2인승 쿠페 모델이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처럼 가볍게 날리는 페달, 사륜구동 드라이브 시스템과 터보-하이브리드 머신들이 즐비한 때에 이런 차는 보기 드물다.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일부러 주문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래서 말인데, 당신이 만약 400만 파운드(한화 약 62억9000만 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긴다면 누군가에게 이런 차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아주 공손하게 당신만을 위해서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그게 바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애스턴마틴 빅터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한 벨기에 오너의 부탁이었다. 

 

비행기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트랙에서 사용할 게 많다

애스턴이 2009년에 제작한 원-77을 팔지 않고 이 차로부터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기존에 V12 7.3L 엔진은 코스워스로 보내져 가볍게 업그레이드 됐다. 이미 7500rpm에서 750마력을 냈는데, 수정 후에는 9000rpm에 836마력까지 끌어올려졌다. 

완전히 상향 결합된 푸시로드 서스펜션은 발칸 트랙 하이퍼카에서 가져와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한 높이로 튜닝됐다. 발칸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다. 추운 지방에서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패드의 수정이 있었다. 

 

뒤쪽 끝은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하지만 컨트롤 하기도 쉽다

글라스 하우스는 원-77, 보디는 모두 카본으로 제작됐으며 1977년-1989년의 밴티지 V8의 영혼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하지만 나에게 이 차는 1970년 DBS가 살아있던 시대의 애스턴을 연상시킨다. 1974년에 레이싱을 시작했고 1977년과 1979년 두 차례 르망에서 격렬하게 달렸던, 브레이크 패드를 와삭와삭 씹어 먹어서 먼처(Muncher)라고 불렸던 그 DBS 말이다. 

내 생각을 애스턴마틴의 아마르팔 싱(Amerpal Singh)에게 전하자, 그는 “먼처가 무엇인지 아는군요.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차를 개발하는 내내 불렀던 이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빅터의 개발 담당을 맡은 책임자다. 

 

실버스톤의 작은 스토우 서킷은 빅터의 강점이나 한계를 쉽게 보여줄 만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서킷이 심지어 마른 노면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점을 느낄 수 있고 빅터의 매력에 쉽게 빠질 수 있도록 만든다. 모든 것이 옳아 보인다는 뜻이다. 콕핏은 발키리에서 가져온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함께 독특하고 아름답다. 이제 출발 준비가 됐다. 

조심스러웠다. 내 앞으로 먼저 달렸던 드라이버가 두 차례 미끄러졌다. 의심할 여지없이 미쉐린컵 2 타이어가 젖은 노면과 상호작용을 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리고 나 역시 비정상적인 앵글로 코너를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미리 밝힌다. 서스펜션에서 모든 고무들이 제거됐기 때문에 반응성은 일반도로에서 달린다는 것보다는 레이스카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공기 중 습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표면이 말라갔는데, 그때부터는 미쉐린 타이어를 조금이나마 달굴 수 있었고 차를 제대로 몰 수 있게 됐다. 

 

사운드는 솔직히 말도 안되게 풍부했고 복잡하면서도 대체로 볼륨감이 살아 있었다. 페라리 V12의 오래된 심포니를 듣는 것과는 달랐다. 훨씬 더 공격적이다. 내 귀에는 1988년과 1990년 르망 24시간에서 우승했던 재규어의 엔진 사운드 같았다. V12 7.0L 엔진이다. 그 이상의 엔진 사운드는 없을 거로 생각한다. 

빅터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다루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매우 즉각적인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요즘 차들에게서 느껴볼 수 없는 감각을 전달한다. 일반도로건 트랙에서건 마찬가지다. 어디서든 알 수 있다. 

 

스타일링은 1977년 밴티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엔진은 2009년 원-77에서 가져왔다

도로 주행용 타이어의 그립감은 매우 훌륭하고 언더스티어의 세팅도 잘 잡혀 있다. 솔직하게는 약간 과하다 생각 들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이 낡은 V12를 깨울 수 있다. 스로틀을 빠르게 열어젖히면 한쪽 끝에서 그립감을 버리고 다른 한쪽에서 가져온다. 그리고 뒤쪽이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마치 800마력의 케이터햄처럼 뒤를 미끄러뜨릴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거의. 

서킷 시승을 마쳤을 때는 세 가지 감정이 따라왔다. 첫 번째는 빅터가 내가 몰아본 차들 중 가장 즐거운 차라는 것. 두 번째는 똑같은 순정주의 원칙에 따른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슈퍼카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쉬울 수 있냐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슬프게도, 누군가 그렇게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애스턴마틴 빅터

가장 스릴 넘친다. 순수한 주행 경험. 
진보는 항상 옳은 방향만을 향해가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가격     약 62억9000만 원(£4,000,000 추정)
엔진    V12, 7312cc, 휘발유
최고출력    836마력/9000rpm
최대토크    82.9kg·m
변속기    6단 수동
무게    1600kg(추정)
0→시속 100km 가속    3.1초(추정)
최고시속    320km 이상
연비    na
CO2배출량    na
라이벌    페라리 812 콤페티지오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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