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렉스턴, 쌍용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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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렉스턴, 쌍용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 나경남
  • 승인 2020.12.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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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쌍용자동차 올 뉴 렉스턴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했다. 공식 론칭은 요즘 유행하는 ‘랜선’ 방식으로 이미 진행되었는데, 최근 가장 핫하다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신곡 발표가 함께 이뤄지면서 그 파급 효과가 상당했다. 이미 시승회에 앞서 11일까지 약 5500대 이상의 사전 계약이 이뤄졌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사전 계약 고객들이 선택한 모델 트림의 비율이었다. 올 뉴 렉스턴은 인승 구분 이외에 세 종류의 트림으로 나눠지는데, 가장 기본형인 ‘럭셔리’가 3695만 원(개별소비세 인하 적용)부터 시작되고, ‘프레스티지’가 4175만 원, 스페셜 트림이자 최상위 풀옵션 버전인 ‘더 블랙’은 4975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등장했다. 사전 계약 고객들의 선택은 프레스티지와 더 블랙으로 완전히 몰렸다. 럭셔리가 기본형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프레스티지 비율이 54%를 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프레스티지보다 800만 원이나 비싼 더 블랙이 41%나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시승 이벤트는 영종도 왕산 마리나에서 시작됐다. 사전 브리핑을 통해서 들었던 것처럼 ‘더 블랙’은 확실히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야말로 쌍용자동차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모델다웠다. 변경된 올 뉴 렉스턴의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리고 가장 잘 된 변화처럼 느껴졌던 부분은 LED 타입의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와 프로젝션 타입의 LED 헤드라이트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와 디자인 변화가 어색함이 없었던 덕분도 있다. 특히나 일종의 ‘럭셔리’ 또는 ‘기함’으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따라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크다. 이 지점에서 올 뉴 렉스턴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큼 그 역할을 잘 해냈다고 평가할만 했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 뉴 렉스턴은 최신 전자제어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등을 두루 갖춰 그야말로 ‘최신예’ 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이면서 보수적으로 지켜야 할 덕목들도 잘 챙겼다. 우선 운전석이나 동승자석, 뒤쪽의 좌석 모두 공간의 여유가 충분하며, 높은 편의성을 제공했다. 특히 2열 시트의 경우 최대 139도 각도로 뒤로 젖혀진다. 가족을 위한 자동차를 전제로 렉스턴을 고려하고 있다면 특히 만족스러울 부분이다. 

배정된 시승차는 프레스티지 트림이었다. 풀옵션 사양인 ‘더 블랙’ 트림도 좋겠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프레스티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800만 원의 차액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충분히 많을테고 말이다. 

사진으로 먼저 본 스티어링 휠은 참 투박하고 거대하게 보였는데, 막상 스티어링 휠을 손에 쥐고 보니 차량의 전체적인 크기를 감안하면 오히려 콤팩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올 뉴 렉스턴은 최신 모델답게 운전자를 보조하는 전자제어 기술이 그야말로 전폭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구분짓는 단계에서 2.5단계에 해당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적용해 편의성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차선유지 보조기능의 경우에 스티어링 휠의 작동을 제어하는 힘의 정도나 그 움직임 간격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실제 주행에서 느낀 기능적 신뢰성에는 전혀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올 뉴 렉스턴에서 새로워진 점은 외형적인 면과 운전자 보조 기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물론이지만, 엔진 출력과 토크를 향상시키고 8단 전자식 자동변속기를 채용해 더 부드러운 변속감까지 갖추게 된 점 또한 빼놓을 순 없다. 배기량 2,157cc의 2.2 파워업 LET 디젤 엔진은 기존 대비 약 15마력이 향상된 최고 202마력을 내며, 최대토크 역시 기존 대비 2kg·m가 향상되어 최대 45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쌍용차가 오랫동안 숙성시킨 이 디젤 엔진은 1600~26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타입으로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서 아낌없이 토크를 발휘할 수 있기에 적지않은 덩치도 의외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8단 변속기 역시 부드러운 변속과 그로 인한 자연스럽고 여유있는 주행을 이끌어 낸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올 뉴 렉스턴의 흠결보다는 쌍용차가 활용 가능한 파워트레인의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뉴 렉스턴에 쏟아진 기대와 예상치를 뛰어넘는 인기는 무척 고무적이다. 실제 운행에서 엔진은 필요한 수준의 성능을 차고 넘치게 제공해준다. 드라이빙 모드 전환에 따른 아주 극적인 변화가 있거나 스포츠성을 논할 수준의 핸들링 또는 차체 거동을 논하긴 어렵다.그렇긴 해도, 애초 렉스턴이 추구한 방향성과는 큰 관계가 없다. 오히려 탄탄한 프레임 기반의 정통 SUV를 지향하는 것치고 승차감은 안락했으며, 서스펜션의 움직임 간격이 큰 편인데도 잔진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은 충분히 억제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가볍게라도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임 바디의 강점과 정통파 SUV다운 명확한 구분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보다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레저 활동 등에 대한 가능성을 어필할 수도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쌍용차가 ‘대한민국 1%’라는 문구로 렉스턴을 등장시키고 그 이름을 유지해온 지난 세월이 결코 녹록하진 않았다. 이제 2021년이 되면 초대 렉스턴으로부터 20년.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이나 변한 시간이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쌍용차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자 새로운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로 여전히 렉스턴이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올 뉴 렉스턴은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 가치는 이미 사전 계약만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고무적인 것은 접근 소비자 연령대를 이전보다 10살 이상 낮추고, 그것이 곧 새로운 시대의 소비층과 눈높이를 맞추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올 뉴 렉스턴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결코 적진 않지만 그것은 ‘렉스턴’이란 이름에 주어진 숙명과도 같다. 언뜻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SSANGYONG ALL NEW REXTON
가격(개별소비세인하분 반영)    3,690만원(럭셔리), 4,175만원(프레스티지), 4,975만원(더 블랙)
길이 x 너비 x 높이    4850 x 1960 x 1825mm
휠베이스    2865mm
무게    2170kg(5인승 4WD)
엔진    e-XDi220, 2157cc, 4기통 디젤
변속기     8단 A/T
최고출력    202마력 / 3800rpm
최대토크    45.0kg·m / 1600~2600rpm
복합연비    11.1km/L (18인치 5인승 4WD 기준)
CO2 배출량    175g/km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서스펜션(앞/뒤)    더블위시본/멀티어드밴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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