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진 차들, 다운 사이즈를 위한 칼질
상태바
비대해진 차들, 다운 사이즈를 위한 칼질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20.07.23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동차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점차 커져왔다. 맷 샌더스(Matt Saunders)는 트렌드가 어떻게 뒤바뀌게 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집 차고에 차를 넣다 문을 열지 못해 곤란을 겪었거나, 도심 속 주차타워에서 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맨다거나, 좁은 차선으로 이뤄진 터널이나 교차로에서 휠을 긁을 뻔한 적이 있었다면 오늘날 자동차가 얼마나 큰지 한 번 느껴봤을 것이다. 

차의 크기는 독자들과 예민한 운전자들의 오랜 관심사였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메일이 날아오는 주제는 거의 없었다. “우리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도로와 주차 공간에 비해 너무 커지는데, 과연 이런 추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까?”

충분히 합리적인 궁금증이다. 오늘날 레인지로버는 1970년 오리지널 모델보다 폭은 200mm 넓고 휠베이스는 550mm나 길다. 현재의 폭스바겐 폴로는 원래 폭스바겐 골프보다 상당히 크다. 현재 BMW 5시리즈는 2003년 롤스로이스 팬텀보다 미러 하나 정도 더 넓다.

지난 50년 동안 자동차의 물리적 확장을 이끌어온 힘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이처럼 빠르게 자동차가 성장해온 까닭에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씩 차량의 크기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현 세대의 자동차 크기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10가지 사항들을 정리해봤다.


크로스오버와 SUV 신화의 몰락

크고 높은 자동차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크로스오버와 SUV에 몰두할 이유가 한 가지 줄어들 것이다. 이런 결과는 또한 더 직접적으로 신차의 평균적인 크기와 무게를 줄이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한 자동차가 지갑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야 하며, 과감한 혁신가들이 더 나은 방법을 보여줘야 한다. 예전만큼 전통적인 세단과 해치백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보다 나은 구매 습관이 필요하다.


‘안전’ 전쟁에서의 승리 

수동적 안전의 진화가 모든 자동차의 크기를 부풀렸다

안전은 지난 25년간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 증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 유로 NCAP와 같은 기관들은 수동적 안전이 판매 포인트로 무기화되는 것을 방치해왔다. 분명 안전한 자동차가 더 나은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수십 년 간 이 분야에서 진전된 결과는 자동차에  수동적(패시브) 충돌 안전성을 더하는 것으로, 충돌 시 탑승자와 보행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 강도와 변형 구역을 추가했다. 그러나 향후 20년간 충돌 방지를 위한 능동적 안전 조치에 기술적 혁명이 일어날 것이며, 이는 무게와 크기를 늘리는 수동적 조치와 중복될 수 있다.

많은 신차들은 이미 위험을 감지해 특정 종류의 사고를 완화하거나 피하는데 필요한 감지 장비와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 이미 ‘V-to-X’(차량-사물 통신) 클라우드 기반 통신에 연결되어 있고, 운전자에게 피로나 질병의 징후가 있는지 감시할 수 있으며, 이를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정지할 수 있다.

자율주행 대열과 차량 간 네트워크 연결이 충돌 사고를 역사 속 이야기로 만들려면 얼마나 걸릴까? 10년? 20년? 한 번에? 수동적 안전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면 더 작고 공간 효율적인 자동차를 만들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배터리 기술 개발의 가속화 

현재의 배터리 팩은 전기차를 매우 뚱뚱하게 만든다

전기차가 배터리 팩의 크기나 무게보다 충전으로 얼마나 멀리 주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을 덜 때까지는 적어도 10년은 걸리겠지만,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음극재 구조를 변경해 에너지 밀도를 한계값인 1kWh/kg에 근접하게 만들고, 배터리 가격이 100달러/kWh에 근접할 정도로 내려가면서 지난 10년 동안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단순한 흑연을 실리콘과 혼합해 양극 구조를 바꿔 더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면 같은 크기의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2배에서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전기차에서 배터리 팩의 크기와 무게는 감소하기 시작하고, 대략 이 시점부터 자동차가 유연하게 줄어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동차의 상품화 중단 

우리는 희망적인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만약 SUV가 줄어들면 도로가 더 좋은 것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 마니아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선택하는 객관적 이유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차가 디자인되고 설계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신차는 기존 모델보다 더 작고, 가볍고, 혹은 더 단순해질 것 같진 않다. 디자이너들은 자동차가 패션이나 가전제품의 사업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지금 하고 있는 역동적 외부 스타일링보다 실내공간과 기능성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 주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구매자들에게 올바른 우선순위를 가진 자동차가 제공될 때만 일어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너무 많은 실내 공간들이 자의적, 시각적 매력을 위해 큰 바퀴, 각진 표면, 굴곡진 측면, 쿠페형 지붕과 같은 것들에 빼앗기고 있다.


엔진 교체 

이것이야 말로 인류 공동체가 논의한 가장 뜨거운 문제 중 하나로,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자동차를 사랑하는 우리는 피스톤의 왕복운동 역시 사랑한다. 하지만 사실 전기모터가 더 작고, 가볍고, 차량에 장착하기가 더 쉽다. 그리고 이제 혼다 E나 폭스바겐 ID.3과 같은 적절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전기차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모델보다 더 작아질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들이 더 가볍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아직은 아니다.


단순함과 가치의 재유행 

현재의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는 진보된 기술을 수용하는 쪽으로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자동차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짐에 따라 구매 결정이 미뤄지기도 한다.

새로운 유명 브랜드는 지난 30년간 프리미엄과 럭셔리 브랜드가 투자해 온 비용과 복잡성의 일부를 덜어내고 있다. 이는 크기와 무게의 축소를 가능케 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역사 깊은 대형 브랜드가 과감하게 나서 그들이 놓쳤던 시장 일부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거짓 우상화의 포기 

자동차에 타이밍 기어를 넣고 성능 수치를 측정하는 일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시장이 무척 빠르고 ‘동적인’ 패밀리 해치백의 속도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기능을 넣는지에 덜 집중할 수 있게 되면, 설계자나 엔지니어, 임원과 고객이 실제로 가장 중요한 사용성, 운전기술, 효율성, 목적에 적합한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에 대한 이러한 집착은 주로 마케팅 부서에 의해 추진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차가 다른 차보다 낫다고 납득시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맹목적으로 가망성 없는 일이나 관심을 딴 데로 돌리지 않는다. 그들의 지배권은 종식되어야 하고, 권력은 진정한 재능, 창의력, 비전을 가진 개개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젊은 구매층의 동요 

자동차 산업의 가장 유감스럽고 일관된 실패 중 하나는 20대와 30대 초반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 비용과도 약간 관련이 있으며, 중고차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재정적 장벽도 있다. 그러나 값싼 공유 자동차에 더 작고, 덜 비싸고, 보다 도시 친화적인 새로운 종류의 전기차는 제조사들이 수 십 년간 신경 쓰지 않은 부분에 손댈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것은 더 크고 독특한 자동차가 줄어들 수 있게 하는 패키징의 진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진화하는 과세 

지금의 유류세처럼 전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많은 전기차가 운행하기 시작하고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면, CO₂ 기반 세금과 유류세와 비슷한 것이 부과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일부는 전기세가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봤지만, 이는 자동차 사용이 도로와 공공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기가 사용하는 전력 1kWh에 스포츠카나 SUV가 사용하는 전력과 같은 가격을 매겨야 할까? 아니면 대부분 전기차 소유자가 가정용 전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태양 전지를 이용해 자가 발전을 한다면 어떨까?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도로에 충전 시설을 설치하는 게 현재의 연료와 도로세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사생활 문제나 높은 설치비용에 대한 걱정이 없지만, 당신이 내는 세금 액수가 당신의 자동차 크기를 결정할 수 있고, 따라서 도로에서 점유하는 공간과 자동차의 무게, 그로 인한 마모 등 여러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

일단 소형차가 더 가격이 내려가면 자동차의 크기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감소할 것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공정화 

화석 연료의 가격은 사용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세기에 걸쳐 지구 온난화가 일어난 원인은 환경론자들이 말하듯 전 세계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데 드는 실제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만일 1L의 휘발유 가격이 땅에서 뽑아내 정제해 당신의 자동차로 운반하는 비용 뿐 아니라, 연소 후 발생하는 CO₂를 대기에서 회수하고 제거하는 비용까지 반영한다면 현재보다 몇 배나 더 비쌀 것은 확실하다. 그때가 돼야 자동차, 주택 난방, 공장 가동, 물류 운송 및 항공기 운항 등에 대해 실제와 유사한 조건으로 서로 다른 에너지 공급 원가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세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합리적 사고가 법으로 제정될 경우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그때까지도 명맥을 이어간 내연기관 자동차는 더 작고, 가볍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