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SM5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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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SM5 D
  • 임재현
  • 승인 2014.08.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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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흥미로운 대안을 내놨다. 중형 패밀리 세단 SM5에 1.5L 엔진을 넣은 것. 국산 중형 세단에 1.5L 엔진이 들어간 것은 1990년대 초에 현대 스텔라와 대우 로얄 시리즈가 단종된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모델명이 암시하듯 SM5 D에는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SM5 D의 1.5L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은 스텔라나 로얄 시리즈에 들어갔던 자연흡기 휘발유 엔진과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과 토크는 모두 2배 가까이 강하다.

지난 3월 쉐보레가 말리부 디젤을 출시한 데 이어 르노삼성차가 SM5 D를 내놓으면서 국산 디젤 중형차 전쟁이 시작됐다. 흥미로운 점은 오펠 엔진을 쓰는 말리부 디젤, 르노 엔진을 쓰는 SM5 D를 통해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유럽산 디젤 엔진들 간의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SM5 D에는 르노의 1.5 dCi 엔진이 들어간다. 여기에 독일 게트락의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물렸다. 이는 QM3의 구성과 같지만 SM5 D의 엔진은 20마력 더 강한 110마력이다. 르노삼성 측에 따르면, 힘이 세진 엔진에 맞게 변속기를 보강했다고 한다.

성능은 적당한 수준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큼직한 토크감은 없고, 2.0L 자연흡기 휘발유 엔진을 단 일반적인 중형차 느낌이다. 저속보다는 오히려 중속에서 밀어주는 맛이 있고, 시속 160km까지는 무난하게 가속한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잘 억제돼 거슬림이 없다.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시속 30km 이하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서는 울컥거림이 심하다. 또한, 경사로에서 출발할 때는 뒤로 많이 밀리기도 한다. SM5 D의 복합연비는 16.5km/L. 기아 모닝 1.0 휘발유 모델의 자동변속기 사양(15.2km/L)보다 좋고, 수동변속기 사양(17.0km/L)에 근접한 수치다. 시승기간 동안 연비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3일간 300km 이상 주행한 결과 평균연비는 15.6km/L로 매우 우수했다.

SM5 D의 라인업은 기본형인 SM5 D와 고급형인 SM5 D 스페셜로 구성됐다. 시승차는 SM5 D 스페셜. 기본사양은 휘발유 엔진을 단 SM5 PE트림과 거의 같다. 실내는 휘발유 모델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짝수로 표기된 휘발유 모델의 속도계와 달리 SM5 D는 시속 70, 90, 110km 등 홀수로 표기됐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로는 제한속도가 짝수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다. 더욱이 시속 10km부터 40 간격으로 숫자가 크게 표기돼 있어서 국내 운전자가 가장 많이 보게 될 시속 60, 80, 100km의 위치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격은 SM5 D 스페셜이 SM5 PE보다 130만원 더 비싸다. 계산기를 두드려볼 차례다. 1년 동안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고 7월 15일 현재 전국 평균 유가(휘발유: 1857원/L, 디젤: 1662원/L)를 적용하면, 연간 연료비는 SM5 D가 약 220만원, SM5 PE는 약 295만원이다. 자동차세는 1,600cc 미만인 SM5 D가 cc당 140원, 1,600cc 초과인 SM5 PE는 cc당 200원이 적용되므로, 연간 자동차세는 SM5 D가 26만5천900원, SM5 PE가 51만9천480원이다. 결론적으로, SM5 D를 타면 SM5 PE 대비 1년 동안 연료비와 자동차세에서 약 100만원 절약하게 된다. 이론상 1년 4개월 만에 차 가격 차이를 상쇄하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5월 중순부터 한 달간 전국 18개 대학교 1천96명의 대학생들(남학생 605명, 여학생 491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자동차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3.5%가 자동차 구매 시 연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성능을 꼽은 응답자는 불과 13%로 디자인(22.4%), 가격(14.8%)에 이어 최하위였다. 20대 젊은이들조차 디자인이나 성능보다 연비를 중시하는 고유가시대에 SM5 D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상식적인 2.0L 엔진 대신 1.5L 엔진을 넣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경쟁모델과의 직접대결을 피한 것은 영리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디젤차 특유의 강력한 펀치력을 기대한다면 SM5 D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라. 하지만 연비 좋고 무난한 중형차를 찾는다면 SM5 D가 답이다.

FIRST VERDICT
적당한 힘과 높은 연비, 넉넉한 실내공간

SO GOOD
경차 수준의 연비
편안한 승차감

NO GOOD
저속에서의 변속기 반응
빈약한 선택사양

글 · 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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