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랜저 3.0 GDI
신형 그랜저의 3.0 GDI 270마력 엔진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강한 파워를 냈다. 말랑해진 서스펜션 또한 승차감에 대해 좋은 인상을 준다. 달리기의 흐름이 좋다
2011-05-24 아이오토카
디자인은 주관적인 것, 개인적인 생각으로 신형 그랜저의 전측면 스타일을 보면 제네시스 쿠페가 오버랩된다. 제네시스 쿠페는 40대에 접어든 남자가 ‘한 번 타고 싶지만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그런 아쉬움의 대상이 되는 차다. 말하자면 이제 중년이 된 티뷰론 세대의 향수 같은 것이라고 할까. 제네시스 쿠페 이미지의 투영은 그랜저를 통한 대리만족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리고 제네시스를 갖고 싶지만 가격대가 높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인테리어는 스타일링과 마찬가지로 쏘나타와 아반떼로 이어지는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이제 성숙되었음을 보여준다. 한층 신선한 감각은 그랜저의 수요층을 젊은 층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상대적으로 그 반대의 현상도 있겠지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버튼을 달아 운전석의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그리고 센터 페시아 뒷부분에 빈 공간을 만들어 12v 파워 아웃렛과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볼보처럼 센터 페시아부가 얇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이다. 파워 시트 스위치는 벤츠의 것과 비슷한 스타일로 도어 패널부에 달려있다. 전동식 틸트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 위치를 위로 더 올렸으면 좋겠는데, 이럴 때는 시트를 낮추면 운전자세를 낮게 가져갈 수 있다. 센터 페시아에 쓰인 하이그로시는 기아 K7에도 쓰였는데 보기에는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먼지가 잘 묻는다는 지적이 있다.
시동버튼을 눌러 3.0 GDI 270마력의 파워를 깨운다. 조용하게 기지개를 켠 엔진은 차체를 가볍게 내몬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조금 가벼운 느낌이고 속도를 늘려갈수록 적당한 무게감을 갖는다. 서스펜션은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턱을 지날 때 충격흡수력이 괜찮다. 최근 현대차의 서스펜션은 조금 하드하게 가는 추세인데, 그랜저는 소프트함에 치중했다. 이런 세팅은 확실히 승차감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게 한다. 그랜저의 주요 고객이 40대이기 때문이라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달리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한 느낌이다. GDI엔진에서 흔히 발생하는 소음을 상당히 억제한 노력을 읽을 수 있다. 가속 또한 원하는 속도로 이어지는 것에 모자람은 없다. 브레이크 역시 부드러운 느낌인데 이 부드러움은 자칫 밀린다는느낌을 줄 수 있다. 브레이킹은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사용해본다. 오른발은 바닥에 둔 상태. 시속 120km에 세팅하고 달린다. 앞차와의 거리가 좁아지자 누군가 대신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듯 갑자기 시속 80km 이하로 떨어지며 간격을 유지한다. 확실히 기능은 자랑할 만하다.
글ㆍ최주식
FACT FILE
HYUNDAI GRANDEUR H300 ROYAL
가격 3천910만원
크기 4910×1860×1470mm
휠베이스 2845mm
무게 1580kg
엔진 2999cc, V6 GDI, 휘발유
최고출력 270마력/6400rpm
최대토크 31.6kgm/5300rpm
연비 11.6km/L
CO₂ 배출량 202g/km
연료탱크 70L
변속기 자동 6단
타이어 225/55 R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