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4×4 SUV 토요타 랜드크루저
토요타의 대형 만능 4×4 SUV 랜드크루저는 수많은 하이테크로 새롭게 무장했다. 점차 강화되는 라이벌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다
토요타 랜드크루저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능력을 매력의 일부로 삼는다. 쇼핑하러 가거나 고객을 만나고, 사냥터나 건설현장에 가고, 극장을 찾거나 포니클럽 승마장 등 장소는 그야말로 어디든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랜드크루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랜드크루저는 영국에 들어온 토요타의 최대 최강이고 가장 화려하며 비싼 오프로더다. 적어도 가장 호기심을 끄는 물건, 계급이 없는 차,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차다.
보디 스타일은 3도어와 5도어이고, 5인승 또는 7인승으로 나뉘었다. 모두가 영국에 들어왔고, 트림 수준은 최고인 인빈서블까지 올라간다. 영국에서 최고 인기 버전은 5만2295파운드(약 7732만 원)의 5도어. 랜드로버 디펜더가 사라진 지금 토요타는 한층 믿음직한 짐말 역할을 할 버전을 도입하고 있다. 유틸리티 버전은 3도어 수동박스로 3만2795파운드(4894만 원)부터 시작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토요타도 수많은 보디스타일의 시각에서 보디-온-프레임의 유연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동력원은 2.8L 디젤엔진(영국시장에 나온 유일한 엔진. 다른 시장에는 더 큰 가솔린을 비롯한 대안이 있다)을 신형(보다 작은) 터보와 요소 정화장치를 추가했다.
어떤 지형이냐에 따라 트랙션 컨트롤이 끼어들기 전에 한층 큰 슬립이 일어났다. 록(Rock) 모드에서 슬립은 금물이었다. 그와는 달리 머드(Mud)와 샌드(Sand) 모드에서는 슬립의 폭이 넓었다. 그리고 기어다니는 속도의 크루즈 컨트롤을 가리키는 크롤 컨트롤(Crawl Control)이 있었다. 최저속으로 차를 움직여주는 장치였다. 토크감지 잠김 센터 디퍼렌셜은 기본이었고, 신형 리어 디퍼렌셜은 옵션이었다. 이전에는 리어 디퍼렌셜이 개방형이거나 잠김형 옵션. 지금은 토크감지 토르센 제한슬립형이 제3의 길을 열었다. 에어서스펜션처럼 보디를 우리 시승차만큼 들어올렸다.
아무튼 랜드크루저는 버튼으로 쉽게 작동할 수 있는 차를 겨냥했고, 내구성을 중시했다. 따라서 대용량 4기통 엔진은 라이벌의 V 엔진보다 덜 매끈했다. 하지만 대체로 파워 전달에는 결함이 없었다. 다만 저기어 전환에서 이따금 덜컥거렸을 뿐이었고, CO₂ 배출량은 194g/km였다. 6기통 3.0L 디스커버리도 189g/km로 아주 좋지는 않았으나 출력은 255마력이었다. 랜드크루저는 상당히 조용했다. 4기통이 볼보에 좋다면 소음이 크지 않은 토요타에 어울리지 않을 리 없었다. 토요타가 XC90에 비해 두드러진 부분은 실내였다. 동급 최고에 비해 두드러진 특징은 반들거리는 소재와 검은 플라스틱이었으나 장비는 뛰어났다. 3구역 공조장치, 전기조절 냉온 가죽시트와 트렁크안에 제법 큰 좌석 2개를 갖췄다. 트렁크 시트는 힌지를 달아 옆구리에 세우기보다는 바닥에 평평하게 펴놨다.
5만3000파운드짜리 크루저를 고르면 그밖에 골라야할 옵션은 많지 않았다. 가령 6만파운드(약 8871만 원)짜리 디스커버리를 비롯한 몇몇 라이벌과는 달랐다. 도로에 나가자 랜드크루저의 실용적 성격이 더욱 두드러졌다. 스티어링은 가벼웠고 바퀴는 잘 돌아갔으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한편 고급 버전은 댐퍼강성을 조절할 수 있었고, 유압링크를 살려 차체평형을 유지했다. 그런데 독일 모노코크 라이벌과 맞설 정교한 온로드 기능을 갖췄는지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크게 놀랄 장점이 없을뿐더러 부끄러워할 약점도 없었다. 결국 랜드크루저는 큼직한 좌석을 갖춰 장시간을 보내기에 편안하고 세련됐다. 바깥 시야가 시원했고, 엔터테인먼트 장비가 뛰어났다. 산이라도 오를 수 있는 2430kg 4×4에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최근 통계에 따르면 랜드크루저는 지구상 195개국에서 뛰고 있다. 그리고 토요타가 랜드크루저에 걸고 있는 기대에 비춰 아우디 Q7만큼 정교하고 정숙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사실 Q7은 호주 오지 가이드가 좋아하는 차라고는 하지만…. 아무튼 이들 둘은 겉보기에 서로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아주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다. 도시에 살면서 무엇보다 도로매너와 럭셔리 감각을 중시하고, 이따금 오프로드 견인작업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랜드크루저는 별 3개의 평가를 받을 만했다. 만일 호주의 오지에서 장기간 몰고 다녀야 한다면 무엇보다 기계부분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하다고 할 만큼 높은 기술을 갖춰야 한다. 그럴 경우 랜드크루저는 별 5개를 줄 만하다. 혹은 두 측면을 절충하여 별 4개라고 하는 게 공정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