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일렉트릭 vs 라이벌 대결, 승자는?

2017-04-24     맷 샌더스(Matt Saunders)

전기차가 충전되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삐’ 소리가 나거나, 빛이 깜빡이거나, ‘펑’ 또는 ‘핑’하는 소리가 나는 등 완전 전기구동 해치백의 충전이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방법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차라리 닛산 리프가 점점 더 갈색 빛을 띠고 사방으로 따끈한 토스트 냄새를 풍긴 다음, 버터를 바를 준비가 된 식빵 한 조각처럼 1m쯤 공중에 저절로 튀어 오르면 좋겠다.


실제로 그렇다면, 적어도 우리가 지금 대기하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 재미있는 볼거리가 펼쳐질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네 대의 최신 배터리 전기차는 친환경 에너지 업체 에코트리시티(Ecotricity)가 설치한 고속충전기 앞에 나란히 서 있고, 순서대로 전국 전력망에 연결해 거의 소리 없이 충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시승을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하는 중이다.
 

닛산 리프와 미츠비시 i-MiEV가 작고 경제적인 전기 해치백에 대한 선진국 전체 운전자들의 취향을 처음 시험했던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그 취향은 많은 격려가 필요했지만, 시장 성장률은 이제야 마침내 전기차 전도사로서 일찍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던 업체들이 기대했던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2016년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 시장 규모는 총 60만대 이상으로, 전년 대비 50% 정도 성장할 듯하다. 2016년에 판매된 전체 플러그인 방식 충전 차의 과반수는 순수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의 화두를 고려했을 때 더 중요한 사실은, 완전 전기구동 해치백 시장이 확대되어 이제 <오토카>의 그룹 시승을 기획할 수 있을 만큼 영국 운전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롭게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영국 판매를 시작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비슷한 값의 완전 전기구동 경쟁차인 닛산 리프, 폭스바겐 e-골프, BMW i3과 함께 반드시 평가받아야할 항목을 놓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배기가스 없는 차의 선구자들을 초기 단계부터 살펴본 우리는 소유 관점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구동 차의 강점과 한계에 익숙해졌다. 8만파운드(약 1억1824만원)인 테슬라는 주행거리가 이미 거의 모든 상황이나 여행에 내연기관 차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지만, 2만5000파운드(약 3695만원)인 리프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몇 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렴한 전기차가 이미 강점을 드러내는 영역은 일반적으로 가족의 두 번째 차로서 역할이 주어진 상황에서 반응이 뛰어나고 편안하면서 비용이 효율적인 단거리 운송수단으로 쓰일 때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오늘 우리가 시험하려고 하는 영역이다. 우리는 런던 북부를 가로지르는 경로를 계획했다. 몇몇 가장 혼잡한 거리를 지나 뉴햄(Newham)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으로 올라가는 구간을 택한 것이다. 우리는 주로 도심지에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을 때 이들 중 어느 차가 가장 역할에 충실한지 알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출발하기에 앞서, 시간을 내어 새로 등장한 현대 아이오닉을 잠깐 살펴보았다. 리프, i3, e-골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차들이다. 이미 지난 몇 년에 걸쳐 <오토카> 로드 테스트에서 다룬 바 있고, 모두 자신들의 첫 전기차에서 약간 다른 것들을 찾고 있는 소비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오닉은 다른 모든 경쟁차들과 정확히 같은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아이오닉은 크다.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리프보다는 50mm, e-골프보다는 250mm 가까이 더 길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현대의 첫 플랫폼으로 만든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은 물론, 새로 전기차를 살 때 뒷좌석에 어른을 태울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큰 적재공간도 필요하다면 다른 차를 둘러보지 않아도 좋다. 세컨드 카에서 그런 점들을 실제로 필요로 할 소비자가 얼마나 많을지, 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한 대뿐인 차로 전기차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영리하게 구성한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그러나 현대는 적재공간 이외의 장점들로도 아이오닉을 이 세그먼트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로 끌어올렸다. 최상위 모델에서도 리프와 e-골프보다 가볍고, 배터리로 달릴 수 있는 공인 주행거리와 0→시속 100km 가속에서도 두 차를 능가한다. 나아가 값이 비슷한 수준인 두 차보다 더 저렴하다(닛산 리프는 배터리가 작은 버전이 더 저렴하다).
 

그러나 제원표 상의 항목을 따져보면 배터리 구동 해치백 가운데에서도 BMW i3이 유난히 다른 점들이 이어진다. 탄소섬유와 복합소재 구조(크기를 줄인 비례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독일 태생인 이 차는 여기 모인 차들 중 두 번째로 가벼운 것보다도 150kg 더 가볍다. 170마력 모터는 0→시속 100km 가속 때 다른 차들보다 평균 3초 더 빠르게 만든다. 2016년 초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33kWh 구동용 배터리는 다른 모든 경쟁차들에 쓰인 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의적인 디자인과 보닛에 붙어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엠블럼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울 만큼 경쟁력이 있는 값이다. 실제 사용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작은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때문에 실용성이 제한된다는 걸림돌만 아니라면, BMW는 분명히 먼저 시승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앞으로 더 자세히 다룰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솔직히 이 차를 세컨드 카로 추천한다.
 

우리는 오후에 교통이 집중되는 그레이트 노스 웨이(Great North Way), 노스 서큘러(North Circular), 아치웨이 로드(Archway Road), 할러웨이 로드(Holloway Road), 핀즈버리 파크(Finsbury Park) 등 런던 북부의 아수라장 속으로 들어섰다. 버스, 트럭, 밴, 택시, 모터사이클이 모두 신호등에서 먼저 출발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다가, 다음 신호에서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을 한다. 차로가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원하지 않는 위치에서 버스 전용차로나 샛길이 갑자기 나타난다. 공사판이 만들어내는 병목현상은 수 km에 이르는 정체를 만들고, 우회 안내를 따르면 어쩔 수 없이 원래 설정한 경로를 벗어나게 된다. 자전거나 모페드를 타는 사람들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놀리고, 편안히 걷기조차 어려울 만큼 좁은 공간 사이를 재빨리 치고 나간다. 이런 곳에서는 힘든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혼란을 누그러뜨리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하고 직관적인 운전 환경이 필요하다.
 

아이오닉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이오닉의 계기판은 또렷하고, 운전 자세와 좌석 모두 좋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괜찮고 시야는 적당하다. 그러나 e-골프는 모든 면에서 더 뛰러나다. e-골프는 모든 일들을 안전하게 해낸다.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레버 같은 것들을 새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조절장치는 금세 친숙하게 느껴진다. e-골프는 차체 비례가 더 작아서 아이오닉보다 틈새를 뚫고 빠져나가기가 더 쉽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더 정교하고 세밀하며 직관적이어서 불가피하게 경로를 벗어나더라도 마음이 놓인다. 인지품질도 더 높아서 한층 더 타고 있기에 편안하다.


첫 번째 놀라운 점은 리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실내가 갑자기, 그리고 분명히 구식이고 조금은 싸구려처럼 느껴진다. 플라스틱은 폭스바겐이나 현대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경로를 따르기 까다롭고 화면 해상도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구식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리프는 작은 차는 아니지만 필사적으로 공간을 넓힌 차도 아니다. 앞좌석은 높고 쿠션이 밋밋하고, 스티어링 휠은 마치 버스에 쓰이는 것처럼 무척 가파르게 경사져 있다. 리프가 이 모든 혼란에서 불편함을 덜어줄까?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더 큰 놀라움이 i3에서 기다리고 있다. i3은 다른 모든 해치백과 무척 다르다. BMW에서는 높은 좌석에 앉으려면 솟아오른 탄소섬유 턱 위로 다리를 크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아 비교적 누운 듯한 자세에 익숙해진다. 앞에는 커다란 앞유리가 펼쳐져 있고, 실질적으로 중요한 두 부분에 시각적인 우선순위를 둔 것처럼 얇은 대시보드가 낮게 깔려 있다. 시선을 끄는 두 부분은 작은 크기로 단순화된 계기판 스크린과 다른 차들에 쓰인 것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선명한 와이드스크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다.


i3은 차체가 높고 좁으며 상자에 가까운 편이어서, 외부 시야가 훌륭하고 차 너비를 가늠하기 좋을뿐 아니라 오버행이 아주 짧다. 그래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매력적인 내장재에 감탄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BMW에 푹 빠지지 않았다면, 적어도 시내 도로에 절묘하게 알맞은 차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쯤에는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밖에 중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반응이 뛰어난 파워트레인, 민첩한 회전 감각, 뛰어난 승차감과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차체 움직임처럼 도시용 차에서 정말 중요한 네 가지 운동특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라는 관점에서 네 종류의 차는 모두 첫 번째 특성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리프와 아이오닉 모두 대단히 민첩하지는 않다. 리프는 스프링이 부드러워 차체가 무척 심하게 기울기 때문이고, 아이오닉은 스티어링이 무겁고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이다. 승차감이 가장 뛰어난 것은 e-골프로, 차분하면서도 너그러운 느낌이 있다. 리프와 아이오닉이 그 뒤를 따르고, i3이 맨 끝 자리를 차지한다. i3은 스프링이 탄탄하고 승차감이 조금 불안정하지만 나머지 다른 차들보다 두 배는 더 민첩하다. 가장 일관되고 편안하며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차는 e-골프이고, 그런 특성이 가장 나쁜 것은 아이오닉이다. 아이오닉의 브레이크 페달은 스티어링과 마찬가지로 거칠게 조율되었다.
 

그러나 이 차들의 운동특성이 정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상황은 전기차로서의 특성을 잘 살리도록 뒷받침할 때다. 아이오닉과 e-골프에는 에너지 회생 배터리 충전 설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길이 탁 트였을 때에는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관성 주행(전기차는 구름저항이 매우 작기 때문에 실제로 관성 주행이 가능하다)을 할 수 있고, 그러면 다시 에너지 회생 기능이 자연스럽게 작동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차의 속도가 줄어든다. 리프와 i3은 그런 전환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i3은 함께 나온 다른 모든 차들보다 두 배는 강력한 에너지 회생 기능이 항상 켜져 있는 상태여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몰아본 양산차 중 유일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선택사항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i3은 시간을 들여 익숙해질만한 차다. 그리고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아마도 다른 차들을 가지고 설득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e-골프와 i3은 리프와 아이오닉이 세운 대부분의 기준을 아주 가볍게 뛰어넘는 차들이다. 두 차 중 어느 것이 비교시승의 승자가 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e-골프는 훌륭하게 만들어진 배터리 전기차다. 놀랄만큼 친숙하고 편안하며 무난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i3은 훨씬 더 훌륭하고, 모든 면에서 훨씬 더 대단하다.


복잡한 도심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차는 e-골프다. 그리고 우리가 확인하려고 했던 특성을 지닌 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i3은 전기 해치백에 대한 기대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린 것은 물론, 빠르고 에너지 소비가 효율적이고(도심 연비 시험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목적에 알맞으면서 운전하기 재미있는 차라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i3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다. 전기 모터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기에 가장 뛰어난 기술인 시대를 위해 알맞은 크기로 재검토하고 재탄생한 도시형 자동차다. i3은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차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소한 아직까지는 전기차 기술의 한계가 뚜렷하고 필연적인 타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가 발전하려면 다른 거의 모든 것보다 더 큰 애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