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속의 브랜드, 고성능 디비전 열전

2017-04-05     전상현 에디터

소비자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원하고 빨리 달리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자동차회사가 고성능 라인업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양산차를 바탕으로 고성능차를 만드는 것은 높은 기술 수준과 완성도가 뒷받침이 돼야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고성능 디비전은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좋은 수단이다. 현대가 지난 2015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N브랜드를 공식 론칭한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는 BMW M에서 고성능차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알버트 비어만을 현대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아직 첫 모델이 나오지 않아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디비전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고성능 디비전은 이미지뿐 아니라 수익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면에서 회사에 도움이 된다. 그동안 고성능 디비전의 시작은 어땠는지 또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대표적인 브랜드를 뽑아봤다.


BMW M

고성능 디비전 중 가장 대표적이고 성공적으로 꼽힌다. 1972년 5월 BMW는 BMW 모터스포츠라는 법인을 설립한다. 이름처럼 처음에는 BMW의 모터스포츠 활동을 담당했다. 이후 모터스포츠에서 성공을 거두자 일반 양산차를 내놓을 채비를 한다. 이름을 BMW M으로 바꾸고 고성능차 개발과 일반차를 대상으로 한 퍼포먼스 부품을 만드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처음 M 배지를 단 모델은 1978년 출시된 M1. 하지만 레이스 출전을 목표로 만든 모델이고 외부적인 상황이 겹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BMW는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으로 바꾼다. 그 시작이 바로 1979년 출시한 M535i다. 일반 세단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의 시초다. 이후 M5와 M3을 각각 1984년과 1986년에 론칭하며 고성능 디비전으로서 입지를 굳힌다. 두 모델은 지금까지 자동차 마니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 BMW M은 모델 라인업이 세분화됐다. M과 M 퍼포먼스. M 모델은 BMW M에서 직접 개발한 고성능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서스펜션, 에어로파츠 등 퍼포먼스를 강화한 전용 부품이 적용된다. M 퍼포먼스는 일반 모델의 엔진이나 부품 등에 튜닝을 통해 성능을 강화한 모델이다. 또한 일반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외관 부품 등을 M 스포츠 패키지란 이름으로 제공한다. BMW M 디비전은 2015년에 약 6만3000대를 팔았다. 2014년에 비해 40%가 늘어난 수치. 현재 BMW M 모델이 가장 팔리 팔리는 곳은 미국, 독일 그리고 영국이다


MERCEDES-AMG

AMG는 원래 벤츠가 만든 브랜드가 아니다. 1967년 벤츠의 엔지니어 출신인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HansBerner Aufrecht)와 에어하르트 멜허(Erhard Melcher)가 독립해 만든 벤츠 전문 튜너다. AMG의 이름도 공동 창업자인 아우프레흐트와 멜허 그리고 아우프레흐트의 고향인 그로사스파흐(Großaspach)의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1960년 말부터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델을 자체적으로 튜닝해 레이스에 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300SEL. 레이스 출전할 때마다 우승하고 상위권에 오르면서 명성을 높였다.AMG의 발전을 눈여겨보던 다임러 그룹은 꾸준히 AMG의 지분을 매입하며 자회사로 만들고 2005년에는 지분의 100%를 인수한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디비전으로 발전했다.

AMG는 엔지니어 1명이 1개의 엔진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첫 모델인 SLS AMG를 출시했다. 지난 2014에는 두 번째 모델인 AMG GT를 만들었다. 다임러 그룹은 2014년 메르세데스-AMG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AMG 스포츠, AMG 패키지 등 하위 라인업을 새로 만들어 다양하게 구성했다. BMW M과 같은 전략으로시장에 대응하는 셈이다. 메르세데스-AMG는 2015년에 6만8875대의 차를 팔아 고성능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재 메르세데스-AMG는 벤츠의 고성능차 개발과 함께 F1, DTM 등 모터스포츠 활동도 한다.
 

AUDI SPORT

아우디는 지난 11월 30일 고성능 브랜드 이름을 기존 콰트로에서 스포트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콰트로는
아우디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또 다른 이름. 따라서 소비자 혼란을 줄이고 고성능 브랜드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1983년 10월에 설립된 콰트로 디비전은 처음에 주로 기존 모델의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아우디 고성능 모델의 시작은 1994년 생산된 아우디 RS2 아반트. 이후 지금까지 여러 세대의 고성능 모델이 이어졌다. 아우디 스포트 디비전은 기본 모델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부품을 새로 튜닝하고 테스트를 거쳐 생산까지 담당한다.

아우디는 고성능 모델에 ‘S’와 ‘RS’를 배지를 달아 차별화 한다. S는 최고를 의미하는 ‘소버린’(Sovereign
)에서 첫 글자를 RS는 모터스포츠를 의미하는 독일어 ‘Renn Sport’에 따왔다. RS는 아우디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로서 레이싱카와 맞먹는 성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RS 모델은 일반적으로 특정 모델이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기 전에 한정 생산하며 희소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아우디의 최신 기술 일부를 반영해 그 가치를 높인다. 아우디 스포트는 2015년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증가해 1만7000대가 넘는 차를 판매했다. 아우디는 현재 R8을 포함해 7개의 RS 모델을 갖추고 있다. 2018년까지 스포트 디비전에서 만든 8개의 모델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LEXUS F

렉서스는 짧은 기간 내에 고급 세단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브랜드다. 하지만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이내믹한 독일 고급 브랜드에서 비해 단점이 부각되었다. 렉서스는 2000년대 초반 이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성능 버전을 고민한다. 결국 2006년 F 디비전을 만들고 IS-F를 첫 모델로 출시한다. 렉서스 F는 플래그십과 후지 스피드웨이(토요타가 소유한 서킷)를 의미한다. 또한 렉서스가 1989년에 출시한 첫 번째 플래그십 모델인 LS의 코드네임(XF10)에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렉서스 F 모델은 ‘렉서스 차량 성능 발전 부서’에서 개발을 주도하며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담금질을 거쳐 만든다.
이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레이싱카 수준의 ‘드라이빙 즐거움’이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2009년 출시한 LFA가 있다. 그동안 F 모델은 렉서스 일반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나 LFA는 F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렉서스는 F 아래 F 스포츠 라인을 두고 있다. F 스포츠 라인은 ‘토요타 레이싱 부서’에서 만든 부품으로 외관과 내부를 업그레이드 한다. 독특한 점은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F 스포츠 라인이 적용가능하다는 점.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와 스포티한 성격이 강화된 성능이 모순적이지만 각각의 장점을 잘 살린 모델이다. 렉서스 F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함께 기술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현재 고성능 디비전 중 아직까지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고 있다. 앞으로 나올 F 모델이 파워트레인 부분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겨볼 필요가 있다.
 

FORD PERFORMENCE

포드의 고성능 디비전 역사는 다소 복잡하다.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며 발전했고, 지역별로 다른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원래 포드 고성능 차량 개발은 1984년 만든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가 주도했다. 1993년에는 SVT(Special Vehicle Team)로 이름을 바꿔달고 활동했다. 여기에 유럽에서는 팀RS라는 이름으로 모터스포츠 활동과 고성능차 개발에 나섰다. 2014년 12월 포드는 글로벌 차원에서 고성능 디비전을 관리하기 위해 포드 퍼포먼스로 통합했다.

포드 고성능 모델의 시작은 1984년 나온 머스탱 SVO다. 이후 해치백, 픽업트럭 등 차종에 상관없이 고성능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포드의 고성능 모델에는 ST, RS 등 모델 별로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 포드 퍼포먼스는 앞으로 HP1, HP2, 엘리트 3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한다. 엘리트에 가장 높은 성능의 모델이 들어가며 출력, 핸들링 등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두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드 퍼포먼스에서 개발한 모델은 총 8개. 2020년까지 4개의 모델을 더해 고성능 브랜드를 확장할 계획이다.
 

RENAULT SPORT

르노는 대중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모터스포츠 활동을 시작했다. 알피느와 고디니는 르노와 다른 스포츠카 회사였으나 르노가 모터스포츠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했다. 르노는 1976년 르노 스포르라는 이름으로 두 브랜드를 통합한다. 르노 스포르는 이때부터 모터스포츠 활동과 함께 고성능차 개발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성능차에 알피느와 고디니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1976년 등장한 르노 5 알피느가 르노 고성능 브랜드의 첫 모델이다. 고디니는 크라이슬러 유럽 법인이 이미 영국에서 알피느 상표권을 갖고 있어 같은 모델에 이름만 다르게 붙이면서 시작됐다.

2002년에는 르노 스포르에서 르노 스포르 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꾸면서 F1 엔진 부분과 고성능차 개발 업무에 구분을 뒀다. 현재는 르노 스포르 안에 모터스포츠를 담당하는 ‘르노 스포르 레이싱 디비전’과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르노 스포르 카 디비전’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르노는 고성능차에 르노 스포르를 의미하는 RS와 GT를 붙여 일반 모델과 구분한다. 가끔 스페셜 버전으로 ‘트로피’(Trophy)를 붙이기도 한다. GT-라인은 일반 모델에 스포티한 내외장 액세서리 패키지를 적용한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르노의 고성능 디비전이 잘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가장 빠른 앞바퀴굴림 해치백 기록을 세우는 등 차 만드는 실력이 뛰어나다. 상황이 맞는다면 국내에서 르노의 고성능 모델을 만
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밖에 주목해야 할 고성능 디비전 

VOLVO POLESTAR

볼보는 2015년 7월 고성능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폴스타를 인수했다. 폴스타는 볼보와 1996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볼보 모델을 튜닝해 레이싱에 참가하던 업체다. 볼보는 앞으로 폴스타 레이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모델 개발 및 모터스포츠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대표적인 모델로 S60과 V60 폴스타가 있다.
 

FIAT ABARTH

아바르트의 시작은 1949년 카를로 아바르트(Carlo Abarth)가 설립해 레이싱카와 스포츠카를 만들던 업체다. 피아트는 1971년 아바르트를 인수해 레이싱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부서로 만들었다. 1999년 레이싱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중단한 상태. 1980년대부터 피아트와 란치아 등의 고성능차를 만들었다. 최근 대표적인 모델은 아바르트 500, 아바르트 124 스파이더다.
 

NISSAN NISMO

닛산은 1984년에 모터스포츠 부서를 통합하면서 니스모를 만들었다. 명확하게 구분하면 고성능 디비전이 아닌 모터스포츠 활동에 초점을 맞춘 튜닝부서다. 첫 모델도 1988년 출시한 레이싱카다. 이후 닛산은 고성능 로드카에 니스모의 이름을 붙여 출시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모델은 GT-R 니스모, 370Z 니스모 그리고 쥬크 니스모 RS다.


FIAT CHRYSLER SRT

SRT는 ‘스트리트 레이싱 테크놀로지’(Street & Racing Technology)의 약자를 따왔다. 닷지에서 바이퍼 개발을 위해 만든 ‘팀 바이퍼’에서 시작됐다. 현재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에서 크라이슬러, 닷지 그리고 지프 등 미국 브랜드의 고성능차를 담당한다. 최근 대표적인 모델로 닷지 챌린저 STR, 닷지 차저 STR 헬켓, 지프 그랜드 체로키 SRT-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