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여정의 시작, X-34 랜드스피더

2016-02-24     임재현 에디터

X-34 랜드스피더 : 우주에 평화를 가져올 ‘새로운 희망’ 루크 스카이워커의 자동차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Ⅳ - 새로운 희망〉(1977년)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척박한 사막행성 ‘타투인’의 수분 농장(타투인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대기 중에 떠다니는 수분을 채집해 살아간다)에서 영농 후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루크는 ‘X-34’라는 낡고 오래된 ‘랜드스피더’(landspeeder)를 탄다. 랜드스피더는 ‘리펄서리프트’(repulsorlift) 기관을 갖춘 육상용 소형 비행체. 스타워즈 세계관 속 자동차인 셈이다. 리펄서리프트는 은하계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중력 엔진으로, 반중력장(場)을 발생시켜 그 힘으로 물체를 띄우고 움직이게 한다. 
 

소형화가 쉽고 에너지 소모량이 적으며 신뢰성도 높아서 작은 랜드스피더부터 거대 공중도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성간(星間) 이동이 가능한 우주선들도 우주 항해를 위한 아광속 추진기관 ‘이온 드라이브’나 초공간 도약장치 ‘하이퍼드라이브’와 함께 대기권내 비행을 위해 리펄서리프트도 갖추고 있다. 

X-34는 길이 3.4m에 리펄서리프트와 공랭식 추력장치 3개를 갖춘 소형 대중 랜드스피더다. 영화에서는 드로이드 R2-D2를 찾아 나선 루크가 ‘전드랜드 황무지’로 갈 때 처음 등장한다. 이후 우주 공항이 있는 ‘모스 에이슬리’에 갈 때까지 루크 일행의 소중한 발이 되어준다. 
 

루크는 ‘앨더란’ 행성으로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2천 크레디트에 X-34를 매각한다. 자신의 애마를 헐값에 넘긴 루크는 “XP-38이 새로 나오는 바람에 (X-34는) 인기가 없다”며 낮은 시세에 대해 불평한다. XP-38은 최신형 모델로 짐작되는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X-34를 만든 사람은 특수효과 감독 존 스티어스(1999년 작고)다. 그는 영화 〈007 썬더볼 작전〉으로 1966년 제3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은 인물.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 된 기관총 달린 애스턴 마틴 DB5를 만든 것도 스티어스다. 그는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으로 1978년에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시각효과상)를 거머쥐었다. 
 

X-34의 뼈대가 된 것은 본드 버그(Bond Bug·1970년부터 1974년까지 생산된 영국의 2인승 세 바퀴 초소형차)였다. 쐐기 형태에 캐노피가 달린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디자인이 특징. 세계 최초로 프런트 힌지 캐노피를 갖춘 양산차이기도 하다. 영국의 디자인 컨설턴트 회사 오글 디자인(Ogle Design)이 디자인했고, 이곳에서 X-34의 제작도 담당했다. 

당시에는 이미지 합성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바퀴를 숨기고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 주행 장면은 일부러 먼 곳에서 촬영하거나, 카메라 렌즈 하단에 젤라틴을 발라 랜드스피더의 아래쪽을 교묘히 숨겼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로저 크리스천은 차가 날아갈 때 모래먼지를 일으키는 효과를 내기 위해 차체 아래에 빗자루를 달아두기도 했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후 편집 과정에서 로토스코핑(실사 영상과 그림을 합성하는 기법)으로 그림자를 그려 넣었다. 소리는 진공청소기에서 녹음한 소리를 변형해 썼다고 한다. 

X-34는 이후 수많은 공상과학 매체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도 공상과학물에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호버링 자동차의 기원이 바로 X-34다. 
 

X-34는 데스 스타, 밀레니엄 팰콘, 스타 디스트로이어, X윙, 타이 파이터 등 영화에 등장한 다른 비행체에 비해 존재감은 훨씬 작다. 하지만 시골농부였던 루크가 생애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우주로 나서는 출발점에서 X-34와 함께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X-34는 결과적으로 보다 넓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는 자동차가 가진 매력과 같다.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루크의 랜드스피더’(8092)라는 제품이 있다. 2010년 발매된 제품으로, X-34와 함께 루크 스카이워커, 오비완 케노비, R2-D2, C-3PO, 스톰 트루퍼 피규어 등으로 구성돼 상품성이 좋다. 현재는 단종됐으나, 아직 신품으로 구할 수 있다. 당연히 프리미엄이 붙어 있으며, 가격대는 국내 기준 7만~30만원에 형성돼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