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2016년 계획

2016-02-05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이제 한 해 동안 펼쳐질 모터라이프를 준비할 때가 됐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당신을 위해, 알찬 아이디어를 엄선했다.

1. 로드 트립을 떠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수없이 봤듯이, 로드 트립은 감동적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풍경 속에서 모험이 다가온다. 그리고 최상의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는 끝까지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찾아올 여행의 끝까지, 우린 그 과정을 아주 호사스럽게 채우기로 했다. 여객선 또는 기차가 필요할 만큼 멀리 떠나기로 마음먹고 한도를 비운 신용카드를 챙겼다. 대륙의 끝까지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약속하건데, 20년 묵은 대우 마티즈를 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우리는 포르투갈로 향해 맥라렌 570S을 타고 로드 트립을 떠나기로 했다. 약 3,000km의 여정에 570S를 타고 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상관없었다. 주위를 둘러싼 차들도 없었고, V8 3.8L 트윈터보 엔진의 570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을 수 있었으니까.

결론만 말하자면, 여행 내내 우리는 맥라렌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다만 소음, 내비게이션, 정체구간의 성가심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았을까? 유용성,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가시성, 실내, 잊을 수 없는 성능 등등 많은 것들이 남았다. 아마 지금 당신과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복권을 사러 가야지...

2. 폭스바겐을 한 대 구매한다
우린 진지하다. 폭스바겐은 최근 몇 년동안 지구상의 그 어떤 회사보다 R&D 투자를 많이 한 회사였다. 즉, 오늘날 가장 잘 설계된 자동차는 폭스바겐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몇몇 믿을 만한 정부는 최근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의 해결을 위한 자금을 52조원 이상 규모로 책정했다. 그 돈을 지급하고 나면, 폭스바겐이 다시 R&D에 이만큼 투자할수 있을까? 일반 승용차는 더 이상 이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을 수 있다.

3. 승마 레슨을 받는다
승마 레슨을 받아보라. 현대식 자동차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고 싶나? 이만한 방법이 없다.

5. 아마존 프라임 30일 무료 체험을 신청한다
단, 가을에 시작하는 제레미 클락슨, 제임스 메이, 그리고 리차드 해먼드의 새로운 쇼가 출시될 시점과 맞물리게 해야 한다. 톱기어 트리오가 할리우드급 지원을 받고 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다. 가을이 되면 그들이 주장한 것처럼 과연 톱기어의 성공이 이 세 명 때문인지, 아니면 BBC의 주장대로 탑기어 브랜드의 매력 때문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6. 페라리 F40을 산다
레고가 만들었기 때문에, 며칠 밤을 지새면서 만들어보는 재미까지 덤으로 얻는다. 실제 F40만큼 빠르거나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가격이 65파운드(약 11만2천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감당할 만한 즐거움이다.

7. 굿우드에 가본다
주변 사람들이 페스티벌 오브 스티드나 리바이벌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는 걸 듣는 게 지겨운가? 이참에 의자에서 일어나 직접 보는 것이 어떤가. 만약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3월에 열리는 멤버스 미팅에 가는 걸 추천한다. 굿우드 일정에 늘 잡혀 있는 이벤트니 놓칠 리 없다. 리바이벌이 열리는 시기보다 관객이 더 적고, 참관비도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더 폭넓은 시대의 자동차를 만나 볼 수 있다. 오리지널 상태 그대로 놔둔 서킷은 영국에서 굿우드 한 군데만 남았고, 전 세계에서도 몇 곳 없다. 이런 역사적인 장소에서 뒤꽁무니를 쫓는 레이싱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건 황홀한 일이다.

8. 그랑프리와 르망을 연이어 시청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이싱 영화 중 두 편을 연달아 본다. <르망>은 시각적 완성도가 더 높다. <그랑프리>는 스토리가 있다. <르망>에는 포르쉐 917와 페라리 512가 나온다. <그랑프리>엔 모나코와 스파 코스의 전성기가 비춰진다.

9. 쓸 만한 연장 도구 세트를 장만한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다. 도대체 몇 번이나 맞지도 않은 스패너로 너트를 조이려 하거나, 필립스 헤드 모양의 드라이버를 못 찾아서 낙심해야만 하나. 오래된 와인 박스 안에 보관했던 집게를 친척이 몰래 슬쩍 한 적도 있지 않은가? 메탈 케이스에 담겨진, 제대로 된 연장 도구 세트를 장만하자. 그럼 모든 분노와 짜증이 녹아버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수제 작업에 대한 자부심도 더불어 강해질 테다.

10.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한다
운전하기 좋은 차가 있나? 그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단 한 번이라도 여름 새벽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그저 운전하기 위해 떠나본 적이 있는지. 만약 답이 ‘아니오’라면, 인생 살면서 뭘 잃고 사는지 모르는 것이다. 악마 같은 스케줄과 목적지 도착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활기가 북돋고 왠지 자유로워질 것이다. 교통체증 한 가운데에 섞여 있다가 그냥 아무런 도로나 택해서 달리는 느낌과 비슷할 거다. 진짜 아무런 도로나.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상관도 없다. 아마 모터라이프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스스로가 모든 결정권한을 지니게 될 테니.

11. 스노타이어 세트를 준비한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부적절한 노면에서 가속할 때만 유용하다. 스노타이어만이 더 중요한 핸들링과 제동까지 책임진다.

12. 불만을 더 표출해본다
서비스센터나 영업소에서 불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틀렸다. 뭐라도 말을 해라. 메일로 써서 보내라. 그들에게도 고충을 전해라. 그들이 했어야만 했던 행동이 시정될 때까지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안 된다는 걸 답으로 인정하지 마라. 관리자들은 대다수의 고객들이 처음에만 불평하다가 금방 수그러든다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괜히 믿음직스러운 기술적 용어들로 혼란스럽게만 한다. 절대로 다른 고객들처럼 쉽게 물러서지 마라.

13. 자연흡기 V8 자동차를 구매한다
멸종될 위기에 처한 것은 동물만이 아니다. V8 자연흡기 엔진도 사라지고 있다. 근래 들어 페라리만이 이 엔진을 포기한 게 아니다. BMW, 메르세데스, 아우디, 재규어도 똑같이 했다. 포르쉐도 파나메라 GTS가 신형 모델로 교체될 시점엔 그대로 다른 메이커들의 행보를 따라갈 것이다. 현행 V8 밴티지에 들어간 엔진을 메르세데스의 V8 트윈터보 엔진으로 발꿀 땐 애스턴 마틴도 그대로 물러날 예정이다. V8 자연흡기 엔진만의 사운드, 정열적인 피와 천둥이 뒤섞인 듯한 포효, 영혼을 뒤흔들어버리는 사운드트랙을 더 이상 접할 수 없게 된다. 배기가스 규제 때문이다. 여태껏 콜벳이 이렇게 구미를 당긴 적이 없었다.

14. 현재 자동차에 새로운 스프링과 충격흡수 장치를 장착해준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늙은 자동차(늙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의 스프링과 충격흡수 장치가 힘을 잃었다면, 이보다 더 나은 결단은 없다. 순전히 교체만 했을 뿐인데, 완전 새로운 느낌의 자동차로 탈바꿈되었을 것이다.

15. 제바스티안 페텔이 2016 F1 챔피언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내기한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일단 루이스 해밀턴에 내기를 걸 필요가 없다. 우승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시즌 내내 지켜보지 않았나. 해밀턴이 팀 동료인 니코 로스베르크를 이길 테니, 후자에게 베팅할 이유도 없다. 로스베르크가 시즌 막판 잃을 것 없던 순간에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건 해밀턴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로스베르크가 기회를 살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즌이 개막되면 원래 모습으로 둘 다 돌아간다.

그래서 남은 건 페텔이다. 결국 언젠가 메르세데스의 질주가 둔해질 때가 올 거다. 그게 당장 올 시즌일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페라리가 현재까지의 속도로 메르세데스를 계속 따라온다면, 베텔이 2016년 우승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다. 왜냐하면 페라리의 발전 속도는 결국 굼뜨고, 메르세데스가 가만히 정체되어 있지도 않을 거니까. 해밀턴도 현존하는 가장 위협적인 레이서다. 그런데 지금 어떤 내기 사이트에 가보면, 페텔을 지지할 때 얻을 이익이 더 높다. 3천원을 걸면 1만5천원으로 되돌려 받는다. 그래서 딱 그만큼만 내기를 걸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