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지프 그랜드 체로키
최신 모델은 형편없었던 구형의 모든 것을 바꿨다
2011-12-06 아이오토카
모델 3.0 CRD 리미티드
가격 £36,795(약 6천300만원)┃최고출력 240마력┃최대토크 56.1kg·m/1800rpm
0 → 시속 97km 7.9초┃연비 10.2km/L┃CO2배출량 218g/km
시속 113km → 0 감속 49.8m┃스키드패드 0.89g
*제원은 영국 기준
WE LIKE ● 거의 모든 영역에서의 향상 ● 섀시 ● 실내 공간
WE DON’T LIKE ● 아직 부족해 보이는 실내 ● 제약된 오프로드 성능 ● 변속기
구형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 섀시에 벤츠 엔진을 썼는데, 이번에는 방향을 바꾸었다. 플랫폼은 차기 벤츠 M클래스이고, 엔진은 스스로, 혹은 지프의 모기업인 크라이슬러의 대주주 피아트를 위해 만들어진 엔진을 탑재했다. 이번에 향상된 부분들이 모두 벤츠 덕이라고 말하면 간편하긴 하겠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볼보가 잘 보여주었듯이, 다른 회사의 아주 좋은 플랫폼을 가져다가 형편없는 차를 만드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실내가 꽝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형을 접해본 이라면 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가 크리스마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앞뒤 좌석 공간이 넉넉하고 트렁크는 꽤 크고 번듯하게 생겨 모든 장비를 싣기에 좋다. 운전 자세는 완벽히 합리적이고 모든 방향의 시야도 좋다. 다만 어깨 너머 시야는 두터운 C필러가 방해한다.
유럽 판매용 지프의 디젤엔진은 원래 VM이 담당했었다. 운전을 해봤다면 지프가 다임러크라이슬러 체계에서 벤츠의 파워트레인을 들여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관계는 자동차 역사의 한 부분이 됐고, VM이 구도에 돌아왔다. 솔직히,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새 엔진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반갑다. 폭스바겐 그룹의 V6 디젤 엔진과 비교하면 음색이 약간 더 거칠긴 하지만, 이런 차에서는 특성이라고 치장할 수 있다. 정속 주행 때는 충분히 조용한 것도 사실이다. 240마력의 출력과 56.1kg·m의 토크도 부족함이 없다.
승차감이 역사상 어느 지프와도 다르다는 사실은 오래은 오래 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섀시 느낌은 타이트하고 균형이 잡혔으며 서스펜션은 유연하면서 미묘하다. 실수로 벤츠에 탔나 싶을 정도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프가 밑바탕의 대부분을 만들어냈고 디스커버리에 견줄만한 승차감을 달성한 것에 대해 칭찬할 일이다.
사실 가장 큰 단점은 커다란 휠들이 크게 패인 곳을 만날 때 덜그럭거린다는 것이다. 만약 옵션인 20인치 대신 원래의 18인치 휠을 끼웠더라면 한결 나았을지 모른다. 적어도 2¼톤짜리 SUV의 기준으로는 운전이 나쁜 것도 아니다. 아주 부드러운 스프링에도 불구하고 댐퍼가 항상 차의 질량보다 여유 있고, 둔덕에 올랐는지, 패인 곳에 내려앉았는지를 체크한다. 듀얼 퍼포스 타이어를 끼웠는데 그립이 놀라우리만치 좋고, 믿을지 모르겠지만 스티어링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 같은 것도 있다. 미국의 본격 스포츠카도 이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랜드 체로키가 심한 오프로드 주행에서 나가떨어지지 않았다면, 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완전한 별 네 개가 주어질 수 있었다. 랜드로버의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과 비슷한 셀렉터 조작부-이를 통해 자동차의 시스템을 지형에 따라 스노우, 머드, 샌드, 록으로 맞출 수 있다-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땅이 미끄럽고 고르지 않다면 금세 백기를 든다.
근본적으로, 두 가지 문제에 시달린다. 우선, 최저지상고의 부족이다. 이는 7천200파운드(약 1천230만원)의 추가 지출을 통해 차고 조절식 에어 서스펜션을 갖춘 오버랜드 버전을 구매해야만 해결된다. 그러면 무엇을 통과하려고 하던 들을 수 있는 배 긁는 소리로부터 거의 7cm의 여유를 둘 수 있게 된다.
지프는 가격을 낮추고 사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내비게이션은 기본이 아니지만, 그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그래도 가죽 시트(일종의),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6천700곡 저장용량, 아이팟 연결, 뛰어난 알파인 오디오, 전동조절 시트, 후방 카메라, 전동조절 스티어링 컬럼 등등 무수히 많은 장비들이 기본 제공된다. 무게와 출력, 성능을 고려하면 연비도 꽤 좋다. 지프가 제시한 연비는 전체 12km/L인데, 비록 우리는 여기에 근접하지 못했지만-일반적인 시승구간 외에 오프로드 주행을 더한 탓도 있긴 하다-구매자들은 보통 주행에서 10km/L대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
확연한 향상을 통해 믿음직한 도전자가 되었다
지프는 아주 향상된 차를 만든 것을 축하받을 만하다. 이 정도로 완전한 경쟁력을 갖추고 신뢰할만한 풀 사이즈 다목적 SUV를 갖게 된 것은 아마 지프 역사상 처음일 것이고, 1993년 첫 그랜드 체로키가 나온 이후로는 분명 처음이다. 사실 조금 더 나을 수는 있었고, 벤츠의 7단 변속기가 얹혔다면 성능과 연비, 배출가스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도 궁금하다. 정말 아쉬운 것은 실내다. 가격과 경쟁에 비해 충분치 않다. 오프로딩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그 외의 부분들은 놀랍고 인상적인 것들이 많다. 풀사이즈 SUV를 원하고, 낮은 가격을 좋아하며, 브랜드가치의 정통성과 사양을 따진다면 이 그랜드 체로키를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다. 과거와 비교하면 대단한 수확이다.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스페어 휠은 풀 사이즈이지만 속도제한이 있다. 때문에 스페이스 세이버의 단점을 모두 가지면서도 장점은 포기해야 한다. 세상에.
비키 패럿(VICKY PARROTT)
운전자에게 천장 손잡이가 제공되는 것은 아마 그걸 없앤 부분을 덮을 커버를 디자인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일 것이다.
맷 샌더스(MATT SAUNDERS)
바닥의 주차브레이크는 작동과 해제를 발로 한다.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왜 더 많은 회사들이 지긋한 전자식 브레이크 대신 이걸 쓰지 않을까?